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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회수시설, 혐오시설에서 유치시설로 바뀌어야

입력
2023.12.18 04:30
25면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리셉션홀에서 서울시가 주최하는 마포구 소각장 건설 공청회가 3월 7일 열리는 가운데 소각장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공청회 보이콧을 선언하고 경기장 서문 입구에서 피켓을 들고 집회를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리셉션홀에서 서울시가 주최하는 마포구 소각장 건설 공청회가 3월 7일 열리는 가운데 소각장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공청회 보이콧을 선언하고 경기장 서문 입구에서 피켓을 들고 집회를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우리나라 쓰레기 매립률은 과거 90%가 넘었지만, 최근에는 10% 정도로 대폭 줄었다. 대신 재이용ㆍ재활용이 크게 늘면서 쓰레기 처리도 선진국형으로 발전하고 있다. 폐기물 정책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 덕분에 우리나라의 폐기물 처리ㆍ관리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힐 정도로 선도적이다. 종량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재활용 정책 등 우수한 정책도 환경 보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현재 사용 중인 수도권 매립지는 2025년 말까지 가동되고 2026년부터는 매립을 할 수 없다. 이곳에 쓰레기를 매립해온 서울시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하루에 쓰레기 1,000톤을 처리하는 자원회수시설을 마포구 상암동에 짓기로 했다.

마포 주민들은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이미 하루 750톤을 처리하는 대형 소각장이 있는데 그 옆에 하루 1,000톤 처리 규모의 소각장을 추가 건설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안 그래도 악취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이 고통이 가중되는 것은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난제임에는 틀림없지만 두 가지를 짚고 싶다.

우선, 마포 자원회수시설은 마포만의 문제가 아니라 940만 서울시민 전체의 문제다. 서울시는 마포 외에도 노원(800톤/일), 양천(400톤/일), 강남(900톤/일)에도 자원회수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모두 노후화됐다. 양천(1996년) 노원(1997년) 강남(2001년) 모두 준공된 지 20년이 넘어 새로 만들거나 대폭 리모델링해야 할 상황이다. 만약 신설한다면 '우리 집 근처에는 절대 안 된다'는 님비현상으로 각 지역에서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고 임시방편으로 단기간에 해결할 문제도 아니다. 신설 또는 연차별 리모델링 등을 비롯한 장기 종합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 자원회수시설을 건설하는 동안 그 지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소각처리 대책도 수립해야 한다.

둘째, 향후 쓰레기 처리시설은 혐오 시설이 아닌 유치 시설로 바뀌어야 한다. 반대 운동이 아닌 유치 운동을 해야 하는 시설로 거듭나야 한다. 명실상부한 자원회수시설, 에너지회수시설로 인정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

원자력발전소의 핵폐기물 처리장인 방폐장을 예로 들어보자. 정부는 핵폐기물 처리장을 안면도와 부안 등에 설치하려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직면했다. 하지만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하자 오히려 몇몇 지자체가 유치 의사를 밝히며 경쟁 구도로 바뀌었다.

자원회수시설도 혐오 시설에서 유치를 원하는 시설로 새롭게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이수구 서울과학기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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