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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된 카카오의 스톡옵션

입력
2023.12.16 05: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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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 카카오 제공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 카카오 제공

건설 사업의 수의 계약, 일부 임원진의 도덕적 해이 등으로 난리가 난 카카오 사태의 이면에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이 있다. 스톡옵션은 직원들이 일정 시점에 회사 주식을 특정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보통 신생기업(스타트업)들이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 수단으로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카카오에서는 스톡옵션이 회사를 해치는 독이 됐다.

가장 큰 문제는 일부 경영진과 임원들이 대량의 스톡옵션을 보유하며 회사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했다는 것이다. 일부 계열사 대표는 개인의 스톡옵션이 전체 직원 주식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들은 주주 입장에서 이익 실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것이 관계자들 전언이다.

그렇다 보니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지시해도 듣지 않거나 심지어 제대로 보고조차 하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한마디로 오너의 말을 듣지 않는 회사가 된 것이다. 다른 기업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이를 지분 문제로만 돌릴 수도 없다. 김 위원장의 카카오 지분율은 약 13%다. 이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불과 1.6%,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약 3% 지분으로 회사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 삼성전자나 네이버에서 자사 주식을 많이 가진 사장이나 임원이 오너의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군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이를 뒤집으면 결국 카카오에서는 많은 지분을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오너의 경영권이 약화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경영쇄신위원회에 참여한 김정호 경영지원총괄이 회의 때 '개xx 같은 기업문화'라는 거친 표현까지 쓰며 질타했을까.

결국 카카오의 경영쇄신은 과도한 스톡옵션에서 촉발된 비효율적 경영 문화를 바꾸는 것에 달렸다. 이것이 새로 임명된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오너도 못한 일을 월급 사장이 어떻게 할 수 있냐는 말도 한다. 그러나 정 대표의 특성을 감안하면 짐작 가는 부분이 있다.

원래 카카오 내부에서는 정 대표 외 외부 유명 스타트업 대표와 또 다른 인사를 놓고 저울질했다는 후문이다. 한 사람이 완강하게 거절하면서 막판까지 두 사람을 놓고 고민하다가 정 대표를 낙점한 이유는 그가 벤처투자사(VC)인 카카오벤처스 대표 시절 보여준 특성 때문이다.

원래 VC 대표는 거절을 잘해야 한다. 정 대표는 투자 제안서를 들고 찾아오는 수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기분 나쁘지 않게 잘 돌려보낸 것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거절당한 스타트업 대표들도 투자를 받지 못했지만 좋은 사람을 알게 됐다며 오히려 정 대표를 칭찬했다.

이제 그 역할을 내부에서 해야 한다. 중구난방으로 쏟아지는 목소리 가운데 회사 이익에 반하는 것들을 적당하게 끊어내고 거절하며 탄탄한 규율을 잡아야 하는 것이 정 대표의 몫이다. 이 과정에서 기득권이나 이익을 빼앗긴 일부는 거세게 반발하거나 회사를 떠나며 적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정 대표는 사실 반갑지 않은 역할을 맡아 1 대 다수의 힘든 싸움을 벌이게 됐다. 그 점이 안정적인 분위기 속에 사장을 맡은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다른 점이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옛말처럼 격랑의 바다에 던져진 정 대표에게는 기회일 수도 있고 위기일 수도 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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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진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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