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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억만장자 투자자는 왜 '반유대주의' 저지 투쟁 선봉에 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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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월가 헤지펀드의 ‘큰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최고경영자(CEO). 그는 지난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재계를 넘어 미국 사회를 뒤흔드는 존재가 됐다. 하마스의 공습을 두고 이스라엘에 책임을 물은 하버드 학생들을 ‘취업 블랙리스트’에 올리겠다고 공격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 대학가의 반(反)유대주의 움직임 단속에 나서면서다.
거물 투자자였던 애크먼이 ‘투사’로 거듭난 까닭은 유대계라는 정체성뿐 아니라 모교인 하버드대와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에 품은 앙심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현지시간) 하버드대, 펜실베이니아대, 매사추세츠공대(MIT) 총장이 반유대주의를 이유로 사퇴 압박을 받은 배경에는 애크먼의 ‘집요함’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유대인 이민자 후손으로 이스라엘인과 결혼한 애크먼은 행동주의 투자자(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투자자)라는 자신의 이력답게 기부금 등 자본은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언론 등 여러 수단을 총동원해 대학가에 압력을 행사했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그는 모교에 이스라엘 규탄 성명 참여자 명단 공개를 요구한 데 이어 “게이 하버드대 총장이 하마스의 테러를 즉각 규탄하지 않아 대학가에 유대인 혐오가 퍼졌다”는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이 서한은 지난 5일 하원 교육·노동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언급되면서 이를 정치적 논쟁의 한가운데로 불러오는 데 한몫을 해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애크먼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각 대학 총장들이 청문회에서 유대인 혐오에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면서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이후 엘리자베스 매길 펜실베이니아대 총장이 스스로 물러나자 “한 명은 처리 완료”라는 글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애크먼의 분노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전의 ‘개인적인 불만’에서 비롯됐다고 이날 미 뉴욕타임스(NYT)는 짚었다. 수천만 달러를 모교에 기부했는데도 게이 총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기부금 활용 투자를 비롯해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애크먼의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NYT는 “그는 이 점에 분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애크먼은 또 흑인인 게이 총장이 능력이 아니라 다양성을 고려한 탓에 채용됐고, 그의 학술 논문이 표절이라고도 주장하는 등 선을 넘은 공격을 이어갔다.
전날 하버드대 이사회가 게이 총장을 유임하기로 한 결정에는 애크먼의 거친 행동이 역풍을 부른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약 700명의 하버드대 교원은 이사회에 앞서 게이 총장 지지 서명에 동참하기도 했다. 하버드대는 성명을 통해 “게이 총장이 현재 하버드대가 마주한 어려운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공동체를 치유하는 데 적합한 지도자라는 사실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애크먼은 이날 NYT의 기사를 두고 “하버드대에 어떠한 원한도 품은 적 없다. 완전한 거짓”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2017년 1,000만 달러(약 130억 원) 상당의 주식 기부 과정에서 하버드대가 사전 약속과 달리 이를 통보 없이 매각함으로써 7,500만 달러의 잠재 이익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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