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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절대 안 돼 vs. 총선 이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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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비난을 받지만, 정치와 정치인의 역할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전문적 식견에 따뜻함을 더한 마음으로 정치를 생각하는 두 청년의 솔직한 토론을 통해 한국 정치의 발전을 모색한다.
김건희 여사는 성역이 아니다. 성역이 되어서도 안 된다. 감시와 관리의 틀 밖으로 벗어나 무소불위 권력으로 자리할 자유 같은 건 그에게 없다. 선출 권력인 대통령의 배우자란 이유만으로 대통령의 권력을 공유할 수 있는 특수 상황이 생긴다는 점에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영부인의 자리는 권력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지켜야 하는 금도와 책임감이 있는 무거운 자리다. 하지만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는 끊이지 않았다. 김 여사에 대한 공적 관리체계로 작동할 수 있는 제2부속실은 여전히 부재하고 특별감찰관이 임명되지 않았단 점, 국민들과 했던 기존의 약속을 깨고 영부인의 광폭행보가 두드러졌던 상황들부터 최근의 명품 수수 논란까지. 이 모든 상황을 자초한 게 과연 누구인가? 민주당 탓, 전 정부 탓할 생각일랑 접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가 이 모든 상황을 자초했다.
김 여사가 거론되는 문제가 생기면 여당과 정부, 주요 사정기관들은 침묵의 저주에 걸린다. 최근에는 영부인의 명품 수수 의혹이 드러났는데도 권익위나 검찰은 그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주장하던 법과 원칙의 잣대를 김 여사에게는 들이대지 않는다. 잘못된 정보라고 판단하면 고발도 서슴지 않는 대통령실은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명명백백 답하지도 못한다. 민주당을 향해 온갖 논평을 쏟아내고 과거 사건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며 유야무야 넘어갔다. 5,000만의 언어를 쓰겠다며 국민 앞에 자신만만하던 한 장관도 침묵의 저주에 걸리고 만 것이다. 정치 입문도 전에 '일국의 법무부 장관'으로서 '김건희'란 이름 석자 앞에서 덧없이 꺾이는 본인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 부끄럽지도 않은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자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주가조작의 주범들은 1심에서 유죄라는 법적 판단을 받는 일도 있었다. 김 여사와 작전세력 간 밀접한 관계가 의심된다는 여러 정황도 제기된 바 있고, 김 여사 해명이 사실관계와 배치되는 일도 있었으며, 판결문을 통해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 범죄에 활용되었다는 구체적 판단도 나온 상황이다. '계좌가 활용됐다고 한들 김 여사의 인지여부는 별개이고, 문 정부에서 수사하지 않았느냐'는 식으로 국민의힘이 역공해봤자 이제 통하지 않는다. 의혹이 해소되긴커녕 점점 몸집을 불려왔다. 특검을 통해 지난했던 영부인 주가조작 의혹의 결론을 내야 한다. 그렇게 떳떳하고, 그렇게 깨끗하다면 왜 거부하나.
'김건희 특검법'은 통과될 것이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다. 사실상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거라는 일말의 기대조차 없는 현 상황이 개탄스럽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국민 앞에 양심을 걸고 거부권 행사를 포기해야 한다. 배우자를 지키기 위해 대통령직을 활용한다니, 준엄한 국민의 심판이 두렵지도 않은가. 설령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하더라도, 국민의힘 내부 표 단속도 쉽지 않을 것이다. 수도권 위기론과 김건희 리스크가 결합된 지금, 내부자들은 내년 총선승리 전략이 '김건희 특검법 통과'임을 모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 4월 총선까지 정치권의 모든 이슈가 김건희 여사의 특검 문제로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갈까 걱정이다. 향후 4년간 국회가 입법부로서 어떻게 국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할 법안을 고민할지 비전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김 여사 특검을 두고 옥신각신을 반복하는 모습만 국민들의 눈에 보여질까봐 심히 우려된다.
조국 사태를 거치며 공정이라는 가치에 대한 국민 눈높이가 높아진 상황에서, 영부인이 명품백 논란 등 지속적으로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질 논란과 이슈를 만들어낸 점은 지적해야 할 부분이다. 최근 한국갤럽의 지난 7~8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여사 관련 특검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70%,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응답이 20%, '모름, 응답거절'은 10%라고 한다. 여론에 힘입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특검법 통과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특검법 통과 여부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체제 유지의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문제가 여당 내에서도 권력구도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만큼 복잡한 사항임을 방증한다.
이런 복잡한 문제일수록 여야가 한 발짝씩 물러서 무엇이 진정 국민 전체를 위한 길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윤 대통령이 원칙에 입각한 결단을 내려주시길 기대한다. 지금의 특검법은 비단 야당의 요구사항일 뿐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수 국민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족이 연관된 문제인 부분을 고려하면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닐 테지만, 자칫 국민들 시선에 '가족 감싸기'로 비칠 경우 소탐대실 형국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야는 총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특검이 출범하면 특별검사의 입에 모든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을뿐더러, 그 어떤 행보도 총선 앞에서는 정치수사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국민에게도, 여야에도, 특검에도 이득이 아닐 수 있다. 그렇기에 특검은 실시하되 총선에 미칠 영향을 없애기 위해 시작 시점을 총선 이후로 늦춰서 하자는 목소리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다만 대화가 실종되다시피 한 현재의 국회 상황 속에서 여야가 마음을 터놓고 국민을 우선하는 합의점을 도출해내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게 전제조건이다. 부디 21대 국회 막바지에 국회가 조금이라도 국회다운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이와 별개로 여권은 영부인 리스크가 두고두고 정권의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제도화를 통한 정비에 나설 필요가 있다. 특별감찰관제도가 그렇다. 현재까지도 특별감찰관 임명 논의가 흐지부지되고 있는데, 이는 여당에도 잘못이 있다. 감찰관을 임명하는 것이 오히려 정권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이를 관철시키지 못했다. 특검법에 대해서는 원칙을 지키고, 특별감찰관제도를 통해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떳떳한 정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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