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불출마' 허 찔린 민주당... 혁신경쟁 급한데 국민의힘 때리기만

입력
2023.12.12 17:30
수정
2023.12.12 20: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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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청장 보선 이후 친명체제 강화만
여당 압도할 만한 의제 설정도 못해
실세들 희생 없이 올드보이 귀환 분위기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1호 인재영입식에 참석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1호 인재영입식에 참석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친윤석열계 핵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여권의 쇄신에 물꼬가 트기 시작하면서, 이를 관망하던 더불어민주당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 이후 '승자의 저주' 얘기까지 나온 민주당은 국민들에게 보여줄 쇄신책은 고사하고 이재명 대표 체제 강화에만 몰두해 왔다. 이대로라면 총선 승리와 직결된 혁신 경쟁에서 국민의힘에 뒤질 가능성이 크지만, 내부 혁신보다는 여당 때리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혁신경쟁서 뒤질 수 있다는 불안감 엄습

민주당은 장 의원의 불출마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강선우 대변인은 12일 논평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장 의원에게 뭘 약속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가 떠난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며 "윤 대통령이 윤핵관이 물러난 자리에 용핵관(용산 핵심 관계자), 윤핵검(윤석열 핵심 검사)들을 앉혀 자신을 지켜줄 철옹성으로 만들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되레 국민의힘 움직임과 무관하게 정해진 계획에 따라 총선을 준비하겠다는 게 당 지도부의 일관된 기류다.

김은경(가운데) 전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8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역의원 페널티 강화 등을 골자로 한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김은경(가운데) 전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8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역의원 페널티 강화 등을 골자로 한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하지만 김은경 혁신위 실패 이후 제대로 된 쇄신안을 내놓지 못한 민주당 내부에는 불안감도 엄습하고 있다. 한 비이재명계 의원은 이날 "현재까지는 '윤석열 정부 실정'이란 아이언 돔이 이 대표의 한계를 가려준 측면이 있다"면서 "국민의힘에서 장 의원에 이어 김기현 대표와 친윤계 등의 희생이 이어질 경우 우리 당과 자연스럽게 비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서구청장 보선 승리 이후 민주당이 혁신안이라고 내놓은 것은 대의원제 개편 및 현역 하위 10% 감점 강화 정도다. 하지만 대의원제 개편은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을 확대해, 사당화 논란만 강화시켰다. 현역 하위 10% 감점 강화 방안도 총선 1년 전 시스템 공천 룰 확정이란 원칙을 흔든 데다, 비주류 의원들에게 공천 불이익을 안길 수 있다는 내부 비판만 더 거세게 받았다.

여당 압도할 의제설정 능력도 떨어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여당의 이동관 방탄과 법사위 즉각 가동을 촉구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여당의 이동관 방탄과 법사위 즉각 가동을 촉구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그렇다고 장 의원처럼 핵심 실세들의 희생도 찾아볼 수 없다. 중진 중에서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6선·대전 서갑) 의원과 우상호(4선·서울 서대문갑) 의원 정도가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준은 아니다. 주류의 희생으로 국민들에게 호소력 있는 참신한 인물들이 채워야 할 공간은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전 의원 등 올드보이들이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게 민주당의 현주소다.

쇄신책을 대신할만큼 여당을 압도할 의제 설정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실제 강서구청장 보선 이후 경기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과 공매도 중단 등 여권의 파상적 정책 공세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휘둘렸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최근 민주당이 지역과 연령별로 실시한 표적집단 면접조사(FGI)에서 "대안 세력으로서 믿음을 주지 못한다" "하는 게 없다"는 평가를 받은 사실도 이런 분위기를 입증한다. 한 초선 의원은 "의원들끼리 모이면 지역구 얘기만 하거나, 영화 '서울의 봄'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 궁리만 한다"며 "친명 체제가 워낙 공고해 혁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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