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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줄고 '소소하고 암울한 내 얘기' 늘었다" [한국일보 신춘문예 응모작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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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기억은 희미해졌다. 시대상을 투영하는 신춘문예에서 올해 주를 이룬 소재는 청년, 지방, 노년, 기후 등이었다. 한 개인과 가족에서 출발한 글들이 타인과 사회로 확장하지 못하는 한계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지적됐다. 팬데믹이 야기한 단절과 고립, 경쟁적 현실 속에서 느끼는 좌절감과 패배감이 예비 작가들의 시선을 내면으로 파고들게 한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과거의 틀을 답습하는 경향도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이달 16일 심사 완료된 '2024 한국일보 신춘문예' 5개 부문에는 전년(1,854명)보다 154명 늘어난 총 2,008명이 응모했다. 부문별 응모자는 시 부문이 774명으로 전년(671명)보다 100명 이상 큰 폭으로 늘었다. 동화 부문은 243명으로 전년보다 37명이 더 지원했다. 소설 부문(631명)과 동시(259명) 역시 각각 소폭 증가했다. 희곡 부문(101명)은 전년(106명)보다 소폭 줄었다.
한때 유행처럼 각광받던 성소수자, 페미니즘, SF 이야기는 확연히 줄었다. 대신 암울한 현실이 반영된, 자기 자신에 관한 고민을 담은 글들이 많았다. 시 부문 심사를 맡은 이수명 시인은 "시작은 일상 소재라도 보편적 이야기로 확장돼야 하는데, 자신의 소소한 이야기에서 멈춘 시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희곡 부문 심사자인 이성열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 및 연출가는 "사회문제를 다룬 작품과 SF 작품이 모두 적어졌다"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현실에서 찾지 못해서 허구의 세계로 가는 것이 SF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설 부문에서는 '유사(類似 )'가 하나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유사 연대, 유사 사랑, 유사 인생 등이다. 소설 심사위원인 문지혁 작가는 "가족과도 연대하지 못하고 무언가를 흉내 내며 살아가는 처지를 슬퍼하고 자기를 비하하는 글이 많았다"고 전했다. 집을 갖지 못한 것에서 느끼는 좌절감을 소재로 한 작품도 많았는데, 이는 응모자들이 실험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흐름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발랄함과 신선함은 부족했다. 지나치게 무해하고 착한 시선으로 쓴 응모작이 많은 점도 아쉬움을 남겼다.
부문별로 보면 희곡에서는 대화를 이해하는 글쓰기가 부족했다. 희곡 심사위원인 장성희 극작가 겸 평론가는 "둘이 나눈다고 대화가 아니다"라며 "시대적 문맥을 갖고 (소통하는) 대화를 이해하는 글쓰기가 굉장히 적었다"고 설명했다.
아동문학에서는 어린이를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작품이 귀했다. 어린이도 전쟁, 폭력, 불공정 등 현실 문제와 맞물려 있는데, 무균실 안에 있듯 동떨어진 존재로 상정한 응모작이 대다수였다. 동시 심사를 맡은 김개미 시인은 "감정에도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데, 응모작 대부분이 분노, 슬픔, 고통과 같은 감정은 미뤄두고 고요한 세계를 써가면서 (작가가 어린이에게) 보여주길 바라는 자아만 드러낸 느낌"이라고 말했다. 일률적인 소재 선택으로 하나의 주제 아래 쓰는 과거 시험 같다는 평도 있었다. 동화 부문 심사위원인 김남중 작가는 "가족 해체와 치매 할머니, 고양이, 교실 등의 소재가 자주 쓰였고 유아 동화라는 하나의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한 작품도 많았다"고 전했다. 당선작은 내년 1월 1일 자 한국일보 지면에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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