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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이스라엘보다 무서운 ‘겨울’...두 개의 전쟁 극단으로 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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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의 전쟁터에도 겨울은 찾아왔다. 두꺼운 옷을 챙길 새도 없이 최남단으로 밀려난 가자 주민들에겐 겨울철 호흡기 질환이 또 다른 고비가 됐다. 우크라이나에선 눈과 비에 진흙바다가 된 땅이 군인들의 발목을 잡았다. 이들은 적군은 물론 극단적 기후, 보급품을 터는 쥐 떼와도 싸우고 있다. 러시아, 이스라엘보다 무서운 겨울이 두 개의 전쟁을 극단으로 내몰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가자지구에 겨울 추위가 빠르게 찾아오면서 인도주의적 위기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전쟁 초 가자 북부에서 시작된 이스라엘군의 지상 작전이 남부 최대 도시 칸 유니스까지 확대되면서 수십 만 명의 피란민들은 가자 최남단 열악한 임시 거처로 내몰렸다. 예정에 없던 대규모 대피에 국제기구가 부랴부랴 간이 숙소를 마련했지만, 쌀쌀한 겨울 비바람 앞에 비닐과 플라스틱 등으로 만든 텐트들은 계속 고꾸라지고 있다.
라파 지역에 머물고 있는 한 난민은 가디언에 “나무에 나일론 시트를 덧댄 텐트가 간밤 폭풍우에 모두 흩어졌다. 온 가족이 비에 흠뻑 젖었다”고 토로했다. 국제구호단체 액션에이드는 “(라파 난민촌의) 수천 명이 사실상 노숙 중이며, 나머지 수천 명은 텐트도 얻지 못하고 거리 흙바닥에서 잔다”고 전했다.
게다가 전쟁이 터진 10월의 가자는 예년보다 따뜻했던 탓에 급하게 몸을 피한 팔레스타인 피란민 다수가 얇은 여름옷차림인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들어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는데도 두꺼운 옷, 담요 등의 보급은 원활하지 못하다. 임시방편으로 추위를 덜기 위해 피운 장작불 연기 때문에 어린이들의 폐 건강도 나빠지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전염병이 돌며 집단 면역력도 약화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A형 간염과 설사가 유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더러운 물, 인구 과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독감 등 겨울철 호흡기 질환에 더욱 취약한 상태란 뜻이다. 액션에이드 소속 하닌 위샤 활동가는 “더 추워지면 이곳 사람들은 폭격으로부터는 살아남더라도 거리에서 죽을 것”이라며 “모두 겨울이 기적적으로 늦춰지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겨울도 만만치 않게 혹독할 것으로 보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눈과 비 때문에 땅이 진흙으로 변하는 ‘라스푸티차’ 현상으로 최전선에서 지상군 진격이 어려워졌다고 보도했다. 11월 말이 되면 우크라이나에서는 동토층이 녹아내리며 진흙탕이 되는데, 이 경우 도보 전진은 물론 탱크도 나아갈 수 없게 된다. 게다가 겨울철 굶주린 쥐 떼가 식량 창고, 군복 등 보급품은 물론 자고 있는 군인들의 신체까지 갉아먹는 등 1·2차 세계대전 때나 있던 극단적인 상황도 재현됐다고 WSJ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주둔 중인 러시아군도 겪는 고행이지만, 우크라이나는 더 고통스럽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도통 성과를 내지 못하자 서방 국가가 군사 지원을 줄이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맹추위 속 교착 장기화, ‘쥐와의 전쟁’까지 겹칠 경우 군의 사기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러시아는 또 지난해 겨울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의 발전소를 집중 타격하고 있다. 전력 공급이 끊기면 겨울 추위 속 생존이 어려워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난 7일 “최전방 화력발전소 한 곳이 공격당했다. 전력을 경제적으로 사용해 달라”며 에너지 위기도 경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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