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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선물 동영상’과 용산의 침묵

입력
2023.12.11 17:30
수정
2023.12.11 18:4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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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빙자 저열한 협잡은 사회적 해악
그래도 과한 선물 수수는 엄연한 비리
대통령실 겸허히 반성해야 민심 수습

유튜브채널 '서울의소리'가 최근 공개한 동영상의 일부. 김건희 여사가 명품 브랜드의 쇼핑백을 받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서울의소리' 캡처

유튜브채널 '서울의소리'가 최근 공개한 동영상의 일부. 김건희 여사가 명품 브랜드의 쇼핑백을 받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서울의소리' 캡처

좌파 성향 유튜브채널이 최근 폭로한 김건희 여사 ‘선물 동영상’은 사회적으로 매우 난감한 윤리적 화두를 던지고 있다. 우선 대통령 부인의 비리를 캔다며 애초부터 기획된 덫을 놓고 ‘몰카’를 촬영해 폭로한 행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둘째, 어쨌든 대통령 부인이 ‘김영란법’을 초과하는 선물을 수수한 혐의가 드러난 일을 어떻게 처분하는 게 옳은지의 문제도 엄연히 존재한다.

폭로 동영상은 윤석열 대통령이 서초동 아파트 사저에서 지냈던 지난해 9월 13일 촬영됐다. 그때 김 여사는 단지 내에 자신의 회사인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유지하면서 지인 등을 만났다고 한다. 당시 김 여사는 대선과정에서 알게 된 재미 통일운동가 최재영 목사와 교류했고, 급기야 동영상 촬영 당일 최 목사가 건넨 300만 원짜리 디올 여성 파우치를 받았다.

문제는 최 목사가 선물을 건네고 몰카를 촬영한 경위다. 밝혀진 데 따르면, 해당 유튜브채널 운영자 중 한 사람인 이명수라는 인물이 미리 선물과 동영상 촬영에 쓴 몰카 손목시계를 사비로 구입해 애초부터 최 목사와 짜고 일을 기획했다. 주도자인 이명수라는 인물은 대선 당시 김 여사와의 통화녹음 파일인 ‘7시간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김 여사 측과 척을 지게 된 사이다.

이번 행위에 대해 해당 유튜브채널 측은 “권력감시, 또는 공익을 위한 함정취재는 일반적으로 허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의 알 권리도 거론했다. 한 일간지는 “함정취재는 취재 대상으로 하여금 불법적·비윤리적 행위를 하도록 조건을 만들어주거나 부추기고 나서 그 행위를 보도하는 것”이라며 선물을 건넨 행위는 ‘함정취재’에 해당한다면서도, 나머지 몰카촬영 등은 허용될 수 있는 ‘위장취재’라며 애써 행위 일부를 정당화하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반면, 동영상 보도를 거부한 MBC 노조(3노조)는 “제3의 인물이 선물과 몰카를 준비해 전달자를 통해 선물을 주면서 촬영한 행위는 당사자 간 녹취를 허용하는 우리 법규의 허용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라며 “그런 녹취는 위법하다고 여겨진다”고 비판했다. 양론 사이에 갈피를 잡자면, 우선 이번 행위는 권력비리 고발을 위한 일반적 동기에서 출발했다기보다, 특정인의 약점을 잡고 정치적 활용을 위해 기획된 혐의가 짙다는 점에서 공익적 취재로 여겨지지 않는다. 따라서 그걸 두고 함정취재니 위장취재니 따지는 것조차 허망하게 느껴진다.

수많은 약점과 모순을 지닌 인간들의 집합체인 사회에서 그나마 예의와 질서가 유지되는 건 지나치게 남의 허물을 캐고 드러내는 짓을 적정선에서 삼가는 사회적 지혜 덕분일 것이다. 오랜 경험 속에 구축된 언론의 취재윤리 또한 그런 지혜를 수렴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행위는 취재라기보다는 질 낮은 협잡에 가깝다고 볼 여지가 크다.

그럼에도 남은 문제는 김 여사 비리혐의에 대한 처분이다. 법적으론 ‘김영란법’ 위반 여부가 관건일 것이다. 영상 속 선물 수수가 대통령 직무와 관련된 것인지 등의 여부는 해당 기관에서 따져볼 여지가 있다. 동영상은 위법적이어서 형사법상 증거로 인정될 여지는 별로 없다. 섣부른 왈가왈부로 동영상 기획자들의 정치적 노림수에 놀아나기보다는 아예 상황을 외면하는 게 낫다는 게 대통령실의 판단인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덫에 걸렸다고는 해도, 이번 일은 법리를 넘어 정치적 문제로 비화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민심은 정의와 공정을 강조해온 윤 대통령이 국가 지도자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분할지를 주시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깨어 있다면 상황을 외면한 채 침묵으로 일관할 게 아니라, 진솔한 반성과 엄중한 조치로 민심을 달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장인철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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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철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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