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스톡옵션 ②자율경영 ③영어이름...카카오 김범수는 "다 버릴 수 있다" 다짐했다

입력
2023.12.11 18: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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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2년 만에 직원들과 대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11일 오후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사내 구성원들에게 쇄신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11일 오후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사내 구성원들에게 쇄신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11일 직원들을 만나 "카카오는 근본적 변화를 시도해야 할 시기"라며 조직 운영 방식을 원점에서부터 새로 설계할 뜻을 밝혔다. 경영진의 비위 의혹과 도덕적 해이로 사내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직접 수습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카카오 경영진의 구체적 반성과 쇄신안 이행이 뒤따르지 않으면 시늉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 김범수 "스톡옵션 방식에 이별 고해야"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11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사옥에서 직원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11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사옥에서 직원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경기 성남시 카카오 본사에서 열린 직원 간담회 '브라이언톡'에서 "우리를 향한 기대치와 그 간극에서 발생하는 삐그덕 대는 조짐을 끓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까지 이르게 된 데 대해 창업자로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주가 시세조종 의혹으로 주요 경영진이 검찰에 구속되고 경영진의 비위 폭로가 잇따르는 데 대한 반성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배를 건조하는 마음가짐으로 과거 10년의 관성을 버리고 원점부터 새로 설계해야 한다"면서 "확장 중심의 경영 전략을 리셋하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계열사마다 성장 속도가 다른 상황에서 일괄적인 자율 경영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며 "투자와 스톡옵션(주식 매수 선택권)과 전적인 위임을 통해 계열사의 성장을 이끌어냈던 방식에도 이별을 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김 위원장과 인연이 깊은 경영진이 방만 경영은 물론 부도덕한 방식으로 스톡옵션을 행사해왔다는 비판을 인정한 셈이다.

카카오 특유의 '브라더(brother) 문화'도 바꿀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영어 이름 사용, 정보 공유와 수평 문화 등까지 원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수평적 조직 문화를 위해 과도한 존칭이 없는 영어 이름을 써왔는데 결과적으로 조직 내 견제와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크다고 본 것이다. 카카오는 내부에선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외부에 유출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있는데 앞으로는 내부 시스템의 문제는 공개적으로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인사 예고한 김범수… 주요 계열사 경영진 곧 교체될 듯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가운데)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달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열린 4차 공동체 경영회의에 참석한 모습. 카카오 제공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가운데)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달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열린 4차 공동체 경영회의에 참석한 모습. 카카오 제공


특히 김 위원장은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 리더십을 세우고자 한다"며 경영진 교체 가능성을 언급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카카오 안팎에선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계열사의 경영진도 상당수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김 위원장이 카카오 직원들과 직접 소통에 나선 것은 2021년 2월 이후 2년 10개월 만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 직원들로부터 25개 정도 질문을 받고 90분 넘게 일일이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요구했던 카카오 노동조합과도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진정성에 직원들이 많이 공감했고 차분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말로 그치지 않고 구체적 실행이 뒤따라야 카카오가 변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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