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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필수품 된 트래블페이 카드' 신용카드사 제치고 해외 결제 1등 오른 트래블월렛의 김형우 대표

입력
2023.12.13 05: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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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 충전카드로 대형 신용카드사 제치고 해외결제 1등 차지
편의점에서 카드 발급하는 획기적 서비스도 내년 실시

최근 해외여행 가는 사람들이 우선 챙기는 것이 있다. 여행자들을 위한 외화선불식 충전카드인 '트래블페이 카드'다.

트래블페이 카드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해외 결제 수수료가 0원으로 국내 최저이기 때문이다. 가상 계좌에 돈을 채워 놓으면 해외 어디에서나 금액 안에서 자유롭게 결제하고 필요할 때 현금인출기로 환전할 수 있다. 환전 수수료도 달러, 유로, 엔화 등 주요 외화는 아예 없고 나머지 외화들은 최저다.

사전 환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덕분에 트래블페이는 지금까지 400만 명이 사용하며 쟁쟁한 신용카드사들을 제치고 해외 결제 1등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국내 금융업계에서 신생기업(스타트업)이 대형 신용카드사들을 누른 것은 처음이다. 혁신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김형우(38) 트래블월렛 대표를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형우 트래블월렛 대표가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여행자들의 필수품이 된 트래블페이 카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트래블페이 카드 덕분에 이 업체는 쟁쟁한 신용카드사들을 누르고 해외결제 1위에 올랐다. 윤서영 인턴기자

김형우 트래블월렛 대표가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여행자들의 필수품이 된 트래블페이 카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트래블페이 카드 덕분에 이 업체는 쟁쟁한 신용카드사들을 누르고 해외결제 1위에 올랐다. 윤서영 인턴기자


'수수료 0원' 혁신 일으킨 트래블페이 카드

트래블페이 카드는 가상의 모바일 카드와 실물 플라스틱 카드 두 종류로 나뉜다. 모바일 카드는 호텔이나 항공권 예약, 차량 호출 서비스인 우버나 그랩 등 온라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에 이용할 수 있다. 플라스틱 카드는 해외 식당 등 상점에서 결제하거나 현금인출기(ATM)에서 외화를 찾을 때 사용한다.

트래블페이 카드의 장점은 안전성이다. 신용카드 번호나 은행계좌를 노출하지 않고 해외에서 무려 45개국 외화로 결제와 환전을 할 수 있다. "외화 결제 수수료가 아예 없어서 기존 신용카드 대비 약 2.5%의 수수료를 아낄 수 있어요. 환전 수수료도 달러와 유로, 엔화는 무료이고 나머지 통화는 0.5~2.5%여서 국내 최저죠. 대신 가맹점들에서 받는 정산 수수료가 주 수익원입니다."

결제와 환전 수수료를 낮춘 비결은 자동화다. 여기서 자동화란 인공지능(AI) 시스템이다. 그는 일부러 AI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사람의 손이 들어가는 부분을 모두 AI로 자동화해 비용을 낮췄어요. 기존 은행에서 수백 명이 하는 일을 우리는 수십 명이 하죠. 너무 유행을 따라가는 기회주의처럼 보여 일부러 AI를 자동화 솔루션이라고 불러요."

김 대표에 따르면 이 같은 기술력 덕분에 스타트업으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비자가 인정한 정식 제휴사가 됐다. 즉 전 세계 1억 개 비자 가맹점에서 트래블페이 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앱을 설치한 뒤 회원 가입하면 가상 계좌가 생성된다. 가상 계좌에 이용자의 은행계좌를 연결해 놓고 원하는 시점에 필요한 액수를 채우면 된다. 이때 충전은 반드시 외화로 해야 한다. 신용카드가 아닌 외화선불식 충전카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충전 시점의 환율이 중요하다. 트래블페이 카드는 이용자가 원하는 시점, 즉 환율이 가장 쌀 때 실시간으로 충전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카드사의 결제 시점에서 벗어나 이용자 스스로 환율을 결정할 수 있죠. 이것이 신용카드사들을 제치고 해외 결제 1등에 오른 비결입니다."

비자가 인정한 세계 최초 클라우드 결제 시스템 개발

김 대표는 잘나가는 트래블페이 카드를 주저 없이 "기술 과시용"이라고 단언했다. 주력 사업이 아니라는 뜻이다.

주력 사업은 세계 최초의 클라우드 지불 결제 시스템이다. "금융기관의 뒷단에서 돌아가는 지불결제 시스템을 클라우드용으로 개발해 은행과 신용카드사에 공급해요. 트래블페이 카드는 주력 사업의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한 시범용입니다."

클라우드의 장점은 공용 시스템을 인터넷에 올려놓고 이용자들이 각자 데이터만 주고받아 빠르고 가볍다. 그만큼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클라우드로 지불결제 시스템을 만들면 비용과 구축 기간, 필요 자원을 기존 대비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어요."

비자도 이들의 보이지 않는 기술력에 반해 먼저 찾아와 제휴를 맺었다. "비자가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용한 지불결제 시스템을 만들려고 국내 은행과 카드사에 제안했으나 모두 힘들다며 거절했대요. 그 과정에서 비자가 우리 회사를 알게 돼 제휴를 제안했죠."

트래블월렛의 외화선불식 충전카드 '트래블페이' 카드와 앱. 트래블월렛 제공

트래블월렛의 외화선불식 충전카드 '트래블페이' 카드와 앱. 트래블월렛 제공


"거함은 변하지 못한다"

기존 은행과 신용카드사들도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하지 못할까. "보수적으로 움직이는 기존 금융사들은 수십 년간 구축한 기존 시스템이 복잡해 굳이 돈 들여 새로 바꾸려고 하지 않아요. 우리가 지불결제 자동화 시스템을 만든 것은 거함인 기존 금융권과 달리 아무것도 잃을 게 없는 스타트업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제로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이 혁신을 일으킬 수 있어요."

실제 국내 모 카드사는 트래블페이 카드를 흉내 냈다가 실패했다. "모 카드사가 흉내 내 2년간 사업하다가 오류가 많이 발생해 접었죠. 서비스 형태는 흉내 냈지만 뒷단에 보이지 않는 자동화 시스템을 따라하지 못했죠."

여기 그치지 않고 김 대표는 지불결제 시스템 확산을 위해 국내 신용카드사와 포털에 트래블페이와 같은 사업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미 국내 대형 포털업체 두 곳과 신한, 롯데, 우리카드 등 5개 카드사들이 계약을 맺고 내년에 트래블페이와 비슷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또 신용카드와 관련 있는 세계 최대 지불결제 업체 중 한 곳과 QR코드로 결제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편의점에서 트래블페이 카드를 발급하는 획기적인 서비스도 준비한다. 이를 위해 그는 GS와 제휴를 맺고 전국 1,500개 편의점에 비치된 현금인출기에서 카드를 발급하는 서비스를 내년 3월 이후 시작할 예정이다. "기존에 사람이 카드를 전달하는 방식은 본인 확인이 힘들거나 제3자 수령 시 시간이 맞지 않으면 제때 전달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해요. 이를 ATM으로 대체하면 카드 신청자가 편한 시간에 원하는 편의점에 들러 카드를 찾을 수 있죠."

금융계 TSMC 지향

같은 사업을 국내 신용카드사와 포털에 제공하는 이유는 국내 시장에서 경쟁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목표로 창업했어요. 국내 시장을 놓고 신용카드사와 싸울 생각이 전혀 없어서 마케팅비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회사 이름을 알리는 것에도 관심 없어요."

김 대표의 이상형은 세계 1위 반도체 위탁 생산업체인 대만의 TSMC다. 애플 엔비디아 등 세계적 기업들로부터 주문받아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대만의 TSMC는 일부러 고객사와 경쟁하는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 "견제를 덜 받고 오래 사업하는 금융권의 TSMC가 되고 싶어요. 일부러 큰 성과가 있어도 발표하지 않고 주목받지 않으려고 해요."

TSMC처럼 기업간거래(B2B) 사업에 치중해 소프트웨어 산업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래서 그는 삼성, 현대, SK, LG 같은 대기업을 존경한다. "대기업들이 수백조 원을 투자해 기술을 개발하고 산업을 일군 덕분에 많은 중소기업들이 낙수 효과를 봤어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회사가 돼 낙수효과를 낳고 싶어요."

김형우 트래블월렛 대표가 트래블페이 카드를 손에 든 채 향후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은둔의 기업인 대만 TSMC를 이상적인 기업상으로 생각하는 그는 카드에도 사명이나 로고를 강조하지 않고 간결하게 디자인했다. 윤서영 인턴기자

김형우 트래블월렛 대표가 트래블페이 카드를 손에 든 채 향후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은둔의 기업인 대만 TSMC를 이상적인 기업상으로 생각하는 그는 카드에도 사명이나 로고를 강조하지 않고 간결하게 디자인했다. 윤서영 인턴기자


"주식으로 돈 벌 생각 마라" 일침

매출은 계속 성장세다. "올해 매출은 400억 원을 예상해요. 지난해보다 수십 배 늘었어요. 내년 매출 목표는 1,000억 원입니다. 아직 적자지만 올해 대형 계약을 해서 내년에 꽤 많은 흑자를 예상해요. 2025년 증시 상장이 목표죠."

특이하게 그는 주가 높이기에 관심이 없다. 주가로 돈 버는 것을 정도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투자사들에 J곡선을 그리며 급격하게 주가가 오르는 것을 기대하지 말라고 했고 여기 동의한 투자사에서만 투자를 받았어요. 일부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망가진 것도 주식이 시발점이에요. 주가가 오르면 회사 경영진과 주주들이 먼저 주식을 팔아 이익을 챙겨요. 그런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지 못해요."

투자사의 이익에 반하는 생각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몰려 지금까지 700억 원을 투자받았다. 두나무앤파트너스, 서울대기술지주, IBK투자증권, 신한캐피탈, 카카오벤쳐스, SK증권, CJ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사무실도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개발자들이 강남을 선호해 어쩔 수 없이 채용 때문에 테헤란로에 사무실을 마련했지만 스타트업 분수에 맞지 않아요. 스타트업은 서울에 있으면 안 돼요."

박은영 전 아나운서와 사업 얘기로 결혼

김 대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흥국자산운용에서 일하다가 런던경영대학원으로 유학 가서 금융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삼성자산운용을 다니다가 창업했다. "금융사들이 IT시스템을 비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보며 바꾸고 싶어 2017년 창업했어요. 이를 바꾸면 세계 시장에서 큰 기회가 올 것으로 봤죠."

그는 유명 방송인 박은영 전 KBS 아나운서의 남편이다. 그는 소개로 박씨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두 시간 동안 사업 이야기를 했다. "창업 후 2년 된 시점이어서 너무 힘들고 가진 것도 없어 결혼 생각이 없었어요. 그때는 누구를 만나도 기계처럼 사업 설명을 했죠."

그런데 김 대표의 진지함이 거꾸로 박씨를 사로잡았다. "아내는 사업 얘기를 들으며 자신을 진지하고 중요하게 보는 것으로 생각했대요. 이후 아내가 먼저 연락해 시간과 돈을 모두 들일 테니 만나자고 했어요. 사업이 망해도 먹여 살릴 수 있다길래 결혼했죠."

그는 내년 경기를 어렵게 본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의 후폭풍이 아직 몰아치지 않았어요. 올해보다 내년이 더 좋지 않을 겁니다. 당연히 여행업도 좋지 않을 것 같아 트래블페이 카드도 수요가 줄겠죠. 그래서 내년에 더욱 B2B 사업과 기술 개발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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