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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사무총장 “안보리 마비됐다”… 미국의 ‘휴전 결의안’ 거부권 행사 비판

입력
2023.12.11 08:40
수정
2023.12.1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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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간 휴전 촉구 무산 두고
"세계기구들, 시간 왜곡에 사로잡혀 나약"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10일 카타르 도하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도하=AFP 연합뉴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10일 카타르 도하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도하=AFP 연합뉴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10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대해 “마비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이 불발된 사실을 강도 높은 어조로 비판한 것이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구테흐스 총장은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해 “안보리가 지정학적 분열로 인해 마비됐다”며 “세계 기구들이 80년 전 현실을 반영하는 시간 왜곡에 사로잡혀 나약하고 구식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안보리의 휴전 촉구 결의안 채택 불발과 관련, “안타깝게도 안보리는 이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구테흐스 총장 발언에 대해 미국을 특정해 거론하진 않았으나, 지난 8일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이 휴전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점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을 촉구하는 안보리 결의안이 상정 단계부터 교착 상태에 빠지자, 구테흐스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이 안보리 논의를 직접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 ‘헌장 99조’까지 발동하며 휴전 촉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이마저도 결국 부결됐다. 미국이 8일 “(하마스가 궤멸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음 전쟁의 불씨만 남기는 지속 불가능한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거부권을 행사한 탓이다. 당시 표결에선 프랑스와 일본을 비롯한 13개 이사국이 찬성표를 던졌고, 영국은 기권했다. 미국만 찬성했다면 결의안 채택이 가능했었다는 얘기다.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10월 7일 개전 이후 현재까지 가자지구에서 약 1만8,000명이 숨지고 4만9,500명이 다쳤다고 이날 밝혔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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