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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만1,000명 프레시 매니저는 홀몸 어르신 일상 지킴이

입력
2024.01.04 15: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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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 홀몸노인 돌봄활동 연간 예산 30억 원 이상
프레시 매니저가 제품 배달하며 안부 체크...3만 명 수혜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자신이 담당하는 홀몸 노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hy의 신영숙 프레시 매니저. hy 제공

자신이 담당하는 홀몸 노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hy의 신영숙 프레시 매니저. hy 제공


지난해 6월 대구 수성구에서 활동하는 hy의 프레시 매니저 박규량씨는 이른 아침 심상찮은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박씨의 고객 홍지윤(65)씨. 그는 "병원에 가려고 하는데 제품을 일찍 전달해 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서둘러 홍씨의 집을 찾은 박 매니저는 열린 문 너머로 반쯤 쓰러진 홍 씨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홍씨는 "택시만 불러달라"고 부탁했지만 긴급 상황이라고 판단한 박 씨는 바로 자신의 차량에 홍씨를 태워 병원으로 이송,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박 매니저는 "어르신의 상태가 좋지 않았고 119를 호출해도 저보다 빨리 도착할 수 있으리란 확신이 없었다"라며 "다른 프레시 매니저가 있었어도 저와 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중리동에서 활동하는 서홍경 프레시 매니저는 홀몸 어르신의 '일상 속 지킴이'로 활동한다. 그는 활동 21년 차에 접어든 베테랑으로 관할 지역 내에서 100여 명의 홀몸 어르신의 상태를 챙기며 이상 징후를 포착하는 눈썰미를 갖추게 됐다. 아동, 노인 등 각종 실종 문자 메시지를 예의주시하던 서씨는 어느 날 거리를 헤매는 어르신을 발견해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 경찰과 가족에게 인계를 한 일도 있었다.

이들 프레시 매니저들이 참여하는 활동은 hy의 대표 사회 공헌 프로그램 중 하나인 '홀몸노인 돌봄'이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900만 명 이상인데 이 중 21%에 해당하는 197만 명이 1인 가구다. 2050년에는 65세 이상 혼자 사는 어르신이 전체 1인 가구 비중의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면서 노인 고독사가 사회의 주요 문제로 떠오를 위험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고독사 사망자는 3,378명으로, 2017년보다 1,000여 명이나 늘었다.

hy는 고독사 문제가 떠오르기 훨씬 전인 1994년부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홀몸 노인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기업 차원에서 혼자 계시는 어르신을 돕기 위한 활동을 이어 왔다. 지난 29년 동안 지방자치단체와 관공서 등 여러 기관과 손잡고 지역 밀착형 선행을 펼쳤다.

hy는 이런 결과물이 전국 1만1,000여 명의 프레시 매니저가 만들어 온 탄탄한 네트워크 덕분에 가능했다고 본다. 이들이 매일 유제품을 전달하며 홀로 지내는 노인의 건강과 안전을 확인해 생활에 이상을 발견하는 즉시 주민센터나 119 긴급 신고로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돕기 때문이다. 1994년 1,104명의 노인을 돌보면서 시작한 사업은 현재 수혜 대상을 30배 가까이 확대해 전국 3만 명까지 늘었고 한 해 홀몸노인 돌봄 활동 예산도 30억 원이 넘는다.

프레시 매니저처럼 홀로 지내는 노인들과 가까이에서 꾸준히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자체에서 만들기는 쉽지 않다. 사회복지사나 자원봉사자 인력은 제한적이라 이들 만으로는 어르신들 상황을 충분히 살피기에 역부족인 데다 지역 내 홀몸 노인의 일거수일투족을 프레시 매니저보다 잘 아는 사람이 흔치 않아 지자체의 러브콜이 밀려들고 있다. 최근에도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지자체, 사회단체 등 관계 기관과 협업을 강화해 지원 대상을 늘리려 하고 있다.

김현미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센터장은 "프레시 매니저는 매일 홀몸 어르신을 찾아뵙고 상태를 살핌으로써 고독사 예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홀몸 노인 지원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 지자체가 활용하기에 가장 좋은 조직의 예"라고 말했다.



부모 안부 자녀 대신 묻는 '효사랑 캠페인' 이용자 늘어나

hy의 사랑의 손길펴기회에서 hy 직원이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hy제공

hy의 사랑의 손길펴기회에서 hy 직원이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hy제공


2020년 hy가 선보인 '효(孝) 사랑 안부 캠페인(효사랑 캠페인)'은 홀로 사는 부모를 걱정하는 자녀들에게 인기다. 이 캠페인은 자녀가 신청을 하면 프레시 매니저가 부모님에게 건강 제품을 전달하고 건강도 확인해 자녀에게 문자 메시지로 주 1~3회 알려주는 서비스다. 고향 방문이 어려워 부모님의 안부를 걱정하는 고객 의견을 반영해 기획했다. 매월 두 자릿수가 넘는 신청을 받다 2022년 3월부터는 월 신청자가 100명을 넘어 지난해 10월 신청자는 244명이 됐다. 지난해 1~7월 누적 신청자 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900명이 늘었다. 이 캠페인을 이용해 정기적으로 부모님의 안부를 듣는 김용현 고객은 "고향에 계신 부모님의 건강을 프레시 매니저를 통해 꾸준히 확인받을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hy는 1975년부터 전 임직원의 급여 일부를 모아 기금을 마련해 지역 사회에 따뜻한 손길을 전하는 사내봉사단 '사랑의 손길펴기회'를 운영해 왔다. 지난해에는 7월 말 기준 전국 16개 위원회에서 1만8,000여 명의 홀몸 노인, 결식아동, 한부모 가정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 계층에 생활필수품 전달과 구직 기회 제공 등 경제적 자립을 도왔다.

또한 2014년 국내 최초로 hy가 기획한 '기부하는 건강 계단'도 오를 때마다 기부금이 적립되는 참여형 사회 공헌 활동이다. 서울시청 시민청에 설치된 기부하는 건강 계단에서는 매년 hy가 이용자당 10원씩 적립금을 기부하는데 지난해에는 약 500만 명이 이용해 총 2,400만 원을 서울시와 서초구에 기부하기도 했다. 이 기부금은 서울시에서 지정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홀몸 노인 300명을 위해 쓰인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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