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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빨간불 켜진 與, 틈새 파고드는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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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민심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보냈던 압도적 지지는 불과 2년도 안 돼 매섭게 돌아섰다. 2030년 엑스포 유치 실패로 빨간불이 켜진 여권이 민심 다독이기에 나섰지만, 위기감만 확인할 뿐이다. 참패 속에서도 체면치레를 했던 2020년 총선보다 못한, 최악의 성적표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이를 감지한 더불어민주당은 요동치는 부산 민심의 틈새를 공략해 수도권과 함께 총선 승리의 교두보로 삼을 태세다.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불과 일주일 만에 윤석열 대통령은 따가운 눈총까지 받으며 대기업 총수들을 대동하고 부산을 찾았다. 부산에서 윤 대통령은 '부산 글로벌 허브 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추진을 통해 가덕도 신공항 개항과 산업은행 부산 이전, 북항 재개발 추진 등 지역 현안 해결을 약속했다. 전국단위 선거에서 수도권 다음으로 중요한 부산·울산·경남(PK) 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기대와 달리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은 냉랭하다. 지난 8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PK 지역 여론조사(표본오차±3.1%포인트 신뢰수준 95%)에 따르면, 내년 총선에서 '정부 견제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46%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35%)이 국민의힘 지지율(37%)에도 못 미쳐, 정권심판 기류가 더 공고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 PK는 윤 대통령에게 20%포인트 안팎의 지지를 더 보낸 곳이다.
부산 지역 여권 관계자들은 "이러다가 부산에서 과반도 얻기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할 정도다. 국민의힘은 2016년 20대 총선과 2020년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1당을 빼앗겼지만, 가장 많이 빼앗긴 의석이 5석이다. 민심이 아무리 요동쳐도 대구· 경북(TK)과 함께 국민의힘 버팀목 역할을 해준 곳이 PK지만, 현재 분위기라면 절대 내년 총선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흐름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10일 본보 통화에서 "이번 총선은 대통령 지지율이 결정적인데 이를 회복 못 하면 참패는 당연한 수순"이라며 "수도권에 경고등이 들어왔는데 부산에서도 제 몫을 못하면 전체 의석이 80석 이하로 줄어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도 반전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 선거를 이끌어야 하는 친윤석열계 핵심 장제원(부산 사상) 의원은 혁신위로부터 요구받은 희생을 거부한 상황이라, 지역 전체를 견인할 동력이 없다. 3선의 하태경(부산 해운대갑) 의원은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자리를 비웠고, 사생활 논란으로 탈당한 황보승희(부산 중·영도구)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무성 전 대표 등 과거처럼 부산 선거를 이끌 만한 간판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상당 부분 새얼굴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이나 정부에서 노른자 자리를 꿰찼던 인사들도 민주당 현역 의원들과 맞붙는 '험지'보다 내부경쟁이 필요한 '양지'에 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독선 이미지를 벗고 지도부와 윤핵관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지역 맞춤 정책 발표 같은 것은 미봉책에 불과해 민심을 만회하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여당의 위기는 야당의 기회다. 이런 PK 민심을 파악한 민주당은 부산에 공들이고 있다. 13일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는 부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부산 수영구 일대를 찾아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여론전도 펼칠 계획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부산 18개 지역 어디에서도 승부를 해볼 만하다"는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재선의 전재수(부산 북강서갑)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 문제 등으로 쌓인 불만이 엑스포 유치 실패를 계기로 분출했다"면서 "부산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정서적 친밀감은 과거 보수 정권 대통령에 비해 깊지 않았는데 이제 그런 인식이 한층 강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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