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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알면서도 장관 지명, 공직 전이면 괜찮다니

입력
2023.12.11 04:30
27면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7일 서울 마포구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서울지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7일 서울 마포구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서울지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2004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150만 원, 1999년 폭행으로 벌금 30만 원의 형사 처벌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 후보자는 "젊은 시절 성숙하지 못했던 판단과 행동에 대해 깊이 뉘우친다"며 "국무위원 후보자로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강 후보자가 곧바로 사과하긴 했지만 고개 한 번 숙였다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되는 건 아니다. 장관이 될 사람을 고르면서 정부가 가장 기본적인 전과 조회조차 하지 않았을 리 없다. 공직후보자 자기검증 질문서엔 범죄 경력 등에 답하도록 돼 있다. 국회로 인사청문요청서를 보낼 때도 전과기록 등을 첨부해야 한다. 대통령실과 법무부는 강 후보자의 음주운전 전과를 알았고,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까지 인지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강 후보자를 지명한 건 국민 상식과 정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음주운전 전과자는 장관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대다수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판단이다.

여권 일각에선 음주운전이 잘못이긴 하나 시간이 오래 지난 데다 공직을 맡기 전 벌어진 일인 만큼 괜찮다는 설명도 나온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당시 박순애 교육 부총리 후보자의 음주운전 논란에 "음주운전도 언제 한 것이며, 가벌성이나 도덕성 같은 것을 따져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사실은 그대로다. 자칫 음주운전의 폐해를 가볍게 본다는 오해와 부작용을 부를 수도 있다. 공직 전의 일이라고 넘어가면 공직 전엔 무슨 짓을 저질러도 괜찮은 셈이 된다.

음주운전은 길 위의 살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선 214명이 음주운전 사고로 숨졌다.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도 거세다. 연예인과 운동선수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영구 퇴출되는 게 사회 분위기다. 공무원은 단 한 번 음주운전으로도 파면될 수 있다. 하물며 장관 후보자라면 잣대가 더 엄격할 수밖에 없다. 음주운전 문제가 없는 후보자를 찾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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