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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기열 막는 ‘불임모기’가 빌게이츠의 음모? … 가짜뉴스 번지는 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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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정부가 보건 관련 ‘가짜 뉴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모기를 매개로 하는 감염병인 뎅기열로 연간 1,0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자 유전 결함을 지닌 ‘불임 모기’를 대거 투입해 질병 확산을 막으려 했으나, 안전성을 믿지 못하는 이들이 ‘인위적 조치가 인간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탓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인구수를 줄이려 일부러 유전 정보를 조작한다”는 루머 탓에 공포심이 퍼지면서 일부 지역은 보건 계획까지 철회했다.
9일(현지시간) 자카르타포스트 등에 따르면, 최근 발리 주정부는 볼바키아(Wolbachia) 박테리아 감염 모기 2억 마리 방사 계획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볼바키아 감염 모기는 뎅기열 확산을 줄이기 위해 만든 ‘모기 잡는 모기’다. 자연에서 발생한 볼바키아 박테리아가 뎅기열이나 지카, 말라리아 등과 경쟁 관계여서 이들 바이러스가 잘 옮지 않도록 차단하는 점을 이용했다.
해당 박테리아에 감염된 수컷 모기, 그렇지 않은 암컷 모기가 짝짓기해 알을 낳으면 부화하지 않는 것도 이들을 활용하는 이유다. ‘더 많은 모기를 풀어 모기를 잡는다’는 역설적 아이디어로 개체 수를 줄이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인도네시아 보건당국은 지난 6월 중부 자바 세마랑, 동부 칼리만탄 본탕 등을 시범지역으로 정하고 볼바키아 감염 모기를 방생했다. 올해 엘니뇨 현상(해수면 온도 상승)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모기 수가 급증하고 뎅기열 감염자가 덩달아 늘자, 번식지 제거와 살충제 살포 등 물리적 방역 외에 ‘생물학적 조치’까지 나선 것이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가자마다대 열대질병센터 리리스 안도노 마흐마드 박사는 “볼바키아 모기 덕분에 뎅기열 환자가 77% 감소했고, 실험 지역 모기 개체 수도 많이 증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성공에 고무된 정부는 지난달부터 인도네시아 최대 관광지이자 뎅기열 감염률(인구 10만 명당 270명)이 가장 높은 발리에서도 볼바키아 모기를 방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소식이 전해지자, 주민들은 연일 시위를 벌이며 결사반대를 외쳤다.
이유는 ‘불신’이다. 현지 매체 이닐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물론, 발리 현지에서도 볼바키아 모기가 ‘남성의 여성화를 유도한다’거나 ‘성소수자(LGBT) 유전자를 퍼뜨린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모기 퇴치 사업을 주도하는 비영리단체 세계모기프로그램(WMP)이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의 지원을 받는다는 이유로, 일각에선 “유전자 조작 모기 전파는 인구 감소를 노리는 빌 게이츠의 음모”라는 낭설도 나온다.
설사 뎅기열을 막는 데 효과가 있더라도 다른 질환을 전파시킬 수 있는 만큼, 인위적으로 개체 수를 늘려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많다. 인기 관광지인 발리에 모기떼가 급증하면 관광객 불편이 커지고, 결국 관광 수입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적 이유도 거론된다.
인도네시아 보건부는 “볼바키아 감염 모기에 물려도 사람의 유전자가 변형되거나 건강이 악화하는 일은 없다”고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결국 주정부가 백기를 들었다. 상 마헨드라 자야 발리 주지사 대행은 “(모기 문제로) 주민들이 분열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방출 시기를 미루고 주민 설득 작업에 먼저 나서기로 했다.
논란은 일단락됐으나, 이번 ‘후퇴’가 향후 정부 보건 정책 수립에 악영향을 미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근거 없는 소문에 손을 놓고 있을 경우, 발리가 아닌 전국에서 볼바키아 감염 모기 거부 움직임이 확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자카르타포스트는 사설에서 “잘못된 정보가 사회 혼란과 공포심을 확산시키고 있다”며 “이번에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향후 꼭 필요한 보건 신기술에 저항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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