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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ASML, 국내에 1조 규모 반도체 R&D 센터 만든다

입력
2023.12.13 00:28
수정
2023.12.13 01: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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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빈 방문' 尹, 이재용·최태원과 ASML 본사 방문
기업 간 MOU 등 한·네덜란드 반도체 협력 지원
SK하이닉스, ASML과 EUV용 수소가스 기술 협력
정부 간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 협력 MOU 체결도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가운데) 대통령이 12일 반도체장비 생산기업 기업인 ASML 본사에서 빌럼 알렉산더르(오른쪽) 국왕, 피터 베닝크(왼쪽) ASML 회장을 비롯한 유럽 주요 반도체 대표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과 함께 간담회를 하고 있다. 벨트호벤=뉴시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가운데) 대통령이 12일 반도체장비 생산기업 기업인 ASML 본사에서 빌럼 알렉산더르(오른쪽) 국왕, 피터 베닝크(왼쪽) ASML 회장을 비롯한 유럽 주요 반도체 대표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과 함께 간담회를 하고 있다. 벨트호벤=뉴시스

삼성전자와 네덜란드 ASML이 손잡고 국내에 1조 원 규모 반도체 제조 기술 연구개발(R&D) 센터를 만든다. ASML은 글로벌 반도체 장비시장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갖춰 '슈퍼 을(乙)'로 불린다. 12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ASML 본사 방문에 맞춰 양측은 이 같은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둘러싼 각국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이번 MOU가 한국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실질적 성과로 연결될지 주목된다.

이날 윤 대통령의 ASML 본사 방문에는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동행했다. ASML은 반도체 초미세 생산 공정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 생산하며 삼성전자, 대만 TSMC, SK하이닉스, 미국 인텔 등 글로벌 대형 반도체 기업들을 쥐락펴락하는 업체다. 최근 2나노 미만의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필수적인 ASML의 차세대 EUV를 둘러싼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자연히 네덜란드와 관계에서 ASML은 우리의 핵심 협력대상이다. 윤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해외 순방 중 현지 기업 방문 일정을 포함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국 기업과 정부는 3건의 반도체 분야 협력 MOU를 체결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ASML은 차세대 EUV를 기반으로 초미세 공정을 공동 개발하기 위한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 센터'를 한국에 설립하는 데 합의했다. ASML이 반도체 제조기업과 공동으로 해외에 반도체 제조 공정을 개발하기 위한 R&D 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센터는 내년부터 가동된다.

SK하이닉스는 ASML과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개발 MOU'를 맺었다. 이를 통해 두 기업은 EUV 장비 내부 광원 흡수 방지용 수소가스를 태우지 않고 재활용하는 기술을 공동 개발할 예정이다. 정부 간에도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 협력 MOU'를 체결해 반도체를 연구하는 양국 대학원생들에게 최첨단 반도체 생산장비 현장 학습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첫 교육은 내년 2월 네덜란드에서 진행되며 양국에서 각각 50명이 참가한 가운데 아인트호벤 공대 특강, ASML, NXP 등 기업 현장 방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MOU 체결식에 앞서 윤 대통령은 알렉산더르 국왕과 함께 방문 기념 문구가 새겨진 웨이퍼에 서명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ASML, ASM, Zeiss, IMEC 등 양국 반도체 기업 및 기관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3건의 MOU를 언급하며 "이번 협력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양국 정부 간 직접 소통 채널을 강화하고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MOU 체결식 후엔 차세대 EUV 장비 생산 현장인 ASML의 클린룸도 방문했다. 해외 정상에게 클린룸을 공개한 첫 사례다.

윤 대통령은 ASML 본사 방문, 13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회담 등을 계기로 양국 간 반도체 협력을 '반도체 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다만 이날 체결된 기업 간 MOU 및 정부 간 협력 논의가 ASML EUV 장비의 우선적 확보 등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닌 만큼, 한국 기업 점유율을 늘려나갈 후속 조치와 성과가 중요할 전망이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반도체 설계부터 장비, 제조까지 일관된 전 과정을 (네덜란드와) 협력하겠다는 의미"라며 정부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암스테르담=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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