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앱으로 각종 질환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 시대 성큼

입력
2023.12.11 18:50
19면
구독

[강재헌 교수의 건강 제안]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국내 첫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솜즈(Somzz)'. 에임메드 제공

국내 첫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솜즈(Somzz)'. 에임메드 제공

수면에 문제가 전혀 없었던 A(56)씨는 2~3년 전부터 잠들기 어려워졌고 새벽엔 일찍 깨면서 낮에 졸리고 항상 피곤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면제 처방을 받아 복용했지만 점점 수면제에 의존하게 돼 주치의와 상의하게 됐다.

주치의는 수면제 대신 불면증 증상 개선 ‘디지털 치료제’를 처방했고, 이 앱을 사용해 수면 질을 개선하기 위해 생활 습관을 바꾸고 긴장과 불안을 줄이는 이완 요법을 시행하면서 수면제를 먹지 않고도 수면장애가 좋아지게 됐다.

앞의 사례는 디지털 치료제가 의료 현장에 본격적으로 활용됐을 때 상황을 예상한 것이다. 의약품은 대부분 합성·발효·추출 또는 이들의 조합에 의해 제조된 원료 물질로 만들어진다.

최근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의약품이 등장했다. 약 형태는 아니지만 기존 의약품처럼 치료 효과를 거두기에 디지털 치료제로 불린다. 디지털 치료제는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는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소프트웨어다.

디지털 치료제는 기존 의약품과 다른 특징이 있다. 환자 행동에서 일상생활 패턴까지 24시간 기록함으로써 실시간으로 발생한 장기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기존 불면증 치료는 환자가 진료실을 방문해 그동안의 불면 관련 증상과 생활 습관, 스트레스 등을 말하면 주치의는 잠을 방해하는 생활 습관 교정을 권하고 필요하면 수면제를 처방했다.

하지만 디지털 치료제를 처방하면 진료실에서만 짧은 시간에 진단·치료하는 것에 끝나지 않고, 다음 진료 날까지 지속적으로 수면과 관련한 증상을 모니터링하고 숙면을 방해하는 습관을 교정하는 교육·권고를 제공해 치료 효과를 높인다.

디지털 치료제는 약보다 개발비가 적게 들고 개발 속도가 빠르며 부작용이 크게 적다. 또한 진료실 방문 때에만 이뤄지는 진료 서비스를 항상 제공하며, 짧은 진료 시간 때문에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는 상담·환자 교육을 진료실 밖에서도 제공한다.

디지털 치료제에도 제약이 있다. 디지털 치료제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스마트폰 앱을 잘 활용해야 쓸 수 있다. 물론 최근 개발되는 디지털 치료제는 디지털 건강 문해력이 떨어져도 쓸 수 있도록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지지만 여전히 사용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을 수밖에 없다.

올들어 2개의 불면증 증상 개선 디지털 치료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고, 60여 건의 디지털 치료제가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효능·안전성을 검증받고 있다. 지금까지 승인된 디지털 치료제는 인지 행동 치료를 통해 범불안장애·경도인지장애·알코올 및 니코틴 장애·우울장애·섭식장애 등 정신건강의학과 분야 질환의 증상 개선을 표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호흡 재활·시야장애·이명·자폐증 등의 증상 개선을 목적으로 확증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고, 당뇨병·지방간·비만·근골격계 질환 등에 대한 디지털 치료제도 개발되고 있다. 앞으로 디지털 치료제 영역은 대부분의 진료 영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스마트폰이 개발된 뒤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나와 통화 수단에 불과했던 전화기가 이제 실생활에 없어선 안 될 디지털 장치가 됐듯이 디지털 치료제도 질병 예방·치료에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할 것이다.

정부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 지원뿐만 아니라 디지털 건강 문해력이 낮은 이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더 많은 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