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레드백 장갑차, 독일 전차 누르고 호주에 3조원대 수출

K-21 장갑차 개량한 수출형 장비
호주 지상장비 수출 K-9 자주포 이어 두 번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방산업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레드백 장갑차를 호주에 수출한다.

방위사업청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호주 법인인 한화디펜스 오스트레일리아가 호주 획득관리단(CASG)과 레드백 장갑차 129대를 24억 달러(약 3조1,500억 원)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8일 밝혔다.

레드백 장갑차는 한화에서 개발한 5세대 궤도형 보병전투장갑차다. 레드백은 호주에 사는 붉은등독거미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한국군이 운용하는 K-21 장갑차를 호주 육군의 요구에 부합하도록 성능 개량한 수출용 장비다.

레드백은 지난 7월 호주 육군의 역대 최대 규모 사업인 '랜드400' 3단계 사업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는 독일 라인메탈사의 링스 장갑차였다. 링스는 이미 호주가 요구하는 수준을 갖추고 있었던 반면, 한화는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한화디펜스 관계자는 "최종 후보 결정 한 달을 앞두고 시제품 제작을 완료했다"며 "이후 테스트 과정에서 호주 정부와의 약속을 지키며 신뢰를 구축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레드백은 1,000마력의 파워팩 엔진을 장착해 야지(들판) 기준 시속 65㎞로 주행할 수 있다. 30㎜ 기관포, 7.62㎜ 기관총, 대전차 미사일로 무장했고 열차단 장치, 대전차 지뢰 방호 능력 등을 갖췄다. 레드백은 아직 우리 군이 운용하지 않고 있어 이번이 첫 수출이다. 호주에는 K-9 자주포에 이어 두 번째로 수출하는 지상 장비다.

방위사업청은 "이번 수출 계약은 세계 방산시장에 우리 무기체계의 저력을 보여준 쾌거"라며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국방부, 외교부, 방위사업청, 육군 등 범정부 차원에서 이뤄낸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번 수출을 계기로 한-호주 방산협력이 크게 도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한-호주 양국이 레드백 장갑차를 기반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협력 동반자로서 육·해·공·우주·첨단분야 등 전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