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색 소변 보는 희소 질환 ‘발작성야간혈색뇨증’ 치료 길 열리나

입력
2023.12.06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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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연구팀 주도 신약 '다니코판' 15개국 다기관 3상 연구 결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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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이 주도한 희소 난치성 혈액 질환인 ‘발작성야간혈색뇨증’ 치료를 위한 신약 임상 3상이 긍정적 효과를 입증해 진일보된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최근 이종욱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재생불량빈혈센터 교수(센터장)가 주도한 발작성야간혈색뇨증 신약인 다니코판(danicopan)의 미국·유럽·아시아 등 15개국 다기관 3상 연구 결과가 ‘Lancet Haematology(IF 24.7)’ 온라인(11월 27일자)에 실렸다.

발작성야간혈색뇨증(PNH)은 PIG-A 유전자 변이로 인해 적혈구를 보호하는 단백질 합성 장애가 초래되며, 100만 명당 10~15명이 발생하는 희소 질환이다. 병명처럼 파괴된 혈구 세포가 소변과 함께 섞여 나와 콜라색 소변을 보는 특징이 있다.

또 적혈구가 체내 보체 공격을 받아 파괴(용혈)되므로 적혈구 수혈이 필요한 중증 빈혈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혈관 내 용혈로 인한 혈색뇨증 및 말기 신부전, 혈전증, 폐동맥고혈압, 평활근 수축(심한 복통) 등의 증상 및 합병증으로 심각한 삶의 질이 저하와 사망에 이르게 된다.

PNH 치료제는 말단보체억제제(terminal C5 inhibitor)인 에쿨리주맙(eculizumab) 혹은 라불리주맙(ravulizumab)이다. 이는 용혈을 차단해 빈혈 개선, 말기 신부전 및 혈전증을 예방해 PNH 환자 생존율 향상에 기여해왔다.

그러나 말단보체억제제 치료를 받는 환자 20%에서는 혈관 외 용혈로 인한 빈혈이 지속돼 삶의 질 척도 저하 및 수혈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다니코판은 경구용 D인자 억제제로 보체의 상위 단계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이종욱 교수는 다니코판 단독 요법 2상 연구에도 참여해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했고 국제 학술지 ‘Blood’(2021)와 ‘Haematologica’(2021)에 연구 결과를 게재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에쿨리주맙 혹은 라불리주맙을 투여받고 있는 PNH 환자 중 혈관 외 용혈로 인한 빈혈(혈색소 9.5g/dL 이하)이 있는 환자만 참여했다.

미국·유럽·아시아 등 15개국 73명 환자가 등록돼 지속적인 에쿨리주맙 혹은 라불리주맙을 받으면서 다니코판 병용 투여군 및 위약군을 2:1로 배정해 12주간 치료했다.

연구 설계 단계에서 계획된 중간 분석에서 63명(다니코판 투여군 42명, 위약군 21명)을 분석했으며 그 결과, 1차 유효 변수인 혈색소 증가가 다니코판 투여군에서 위약군에 비해 12주동안 의미 있게 향상됐다.

또한 2차 유효 변수인 혈색소 2 g/dL이상 증가율, 수혈 회피율 (수혈이 불필요한 비율), 삶의 질 척도 개선율, 절대 망상 적혈구 수 변화 등 모두 다니코판 투여군이 의미 있게 우수했다.

이종욱 교수는 “다니코판은 보체 상위 단계를 차단하는 말단보체억제제(라불리주맙) 치료 중 혈관 외 용혈이 발생한 환자에게는 빈혈을 개선하는 유용한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라불리주맙은 혈관 내 용혈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으며 다니코판은 일부 환자에게 나타나는 혈관 외 용혈을 개선해 병합 요법이 PNH 치료의 진일보된 연구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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