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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되어 살고 싶은 서울, 어린이가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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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정지선을 더 멀리 표시해 주세요.”
초등학교 4~6학년으로 구성된 서울시 ‘어린이 정책참여단’이 올해 8~11월 현장을 탐방하면서 직접 발굴한 정책 아이디어 가운데 ‘대상’으로 뽑힌 제안이다. 횡단보도를 중심으로 양쪽 정지선을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서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다. 맞은편에서 오는 자전거를 피하려다 횡단보도를 침범한 차량에 부딪혔던 실제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연구도 아주 열심히 했다. 횡단보도와 정지선 간 거리 기준은 2~5m이지만 서울시는 대부분 2~3m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지선을 5m 뒤로 옮긴 이후 횡단보도 교통사고가 전국 평균보다 2배 넘게 감소한 충북 청주시 사례를 정책 효과를 입증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우선 스쿨존부터 정지선 5m 뒤로 밀기를 시범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서울시도 어린이들의 뛰어난 아이디어와 통찰력에 감탄했다. 아동정책팀 관계자는 6일 “횡단보도 정지선 뒤로 밀기 제안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지 검토해 달라는 공문을 교통정책과 등 10여 개 유관부서에 발송하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며 “어린이들이 당당하게 어린이 정책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앞으로 더 많이 만들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해 어린이 정책참여단의 제안을 진지하게 귀 기울여 듣고 정책으로 수용하기도 했다.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학교에서 6개월마다 전수조사를 하고, 아이들이 표현하기 쉬운 그림 검사를 도입하자는 아이디어였다. 서울시는 이미 전수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그림 심리검사에 중점을 둬서 검사 도구 도입, 검사 대상 선정, 운영 방법, 피해 회복 등 세부 계획을 꼼꼼하게 세웠고, 내년부터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올해 5월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 어린이 행복 프로젝트’ 5개년(2023~2027) 계획에도 담겼다.
‘서울 어린이 행복 프로젝트’는 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세대’ 어린이에게 초점을 맞춘 통합 정책이다. 사회 현실에 관심이 많고 참여와 소통에도 적극적인 세대 특성을 반영해 어린이가 독립된 인격체로서 존중받는 데 목표를 뒀다. 앞서 어린이날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어린이 권리장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어린이 정책참여단은 핵심 과제이자 올해 거둔 중요 성과다.
놀이권 보장, 디지털 격차 해소, 안전 확보를 위한 정책들도 다양하게 추진됐다. 날씨나 계절에 상관없이 안심하고 뛰어놀 수 있는 실내 놀이공간 ‘서울형 키즈카페’ 15곳이 문을 열었고, 통신기업과 함께 79개 지역아동센터에 노트북, 태블릿 PC 등을 지원해 온라인학습실도 열었다. 10월까지 교통안전지도사 671명이 어린이 3만 명의 귀가를 돕기도 했다. 하교 후 긴급 돌봄이 필요할 때는 거점형 키움센터가 나섰다.
전국 최초로 시도한 ‘어린이 패스트트랙’도 호평이 자자하다. 공공시설 등에서 어린이를 동반하면 줄을 서지 않고 별도 입구로 빠르게 입장하게 하는 제도로, 지난달 19일 고척돔에서 개최된 롤드컵 결승전,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열린 축구경기 등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내년에는 부족한 점을 보완해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올해 첫발을 내디딘 ‘서울 어린이 행복 프로젝트’를 통해 어린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어린이 존중 문화가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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