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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 몰린 미얀마 군부…“대화하자”면서 뒤에선 “탈영병도 징집”

입력
2023.12.06 20: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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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삶 고려, 정치로 문제 해결하자"
병력 늘리려 탈영병에 이례적 사면카드

지난달 11일 미얀마 카야주에서 소수민족 무장단체 카레니군의 한 대원이 무기가 실린 차량에 앉아있다. 카야=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11일 미얀마 카야주에서 소수민족 무장단체 카레니군의 한 대원이 무기가 실린 차량에 앉아있다. 카야=로이터 연합뉴스

소수민족 무장단체의 거센 공세로 고전 중인 미얀마 군부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요구했다. 2021년 2월 쿠데타를 일으키고 반군과 시민들을 잔혹하게 탄압한 지 3년여 만에 돌연 꺼낸 유화책이다. 그러나 뒤로는 군부 병력 확충을 위해 탈영병 사면까지 모색하면서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6일 로이터통신과 미얀마 관영 글로벌뉴라이트오브미얀마에 따르면, 군부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4일 “무장단체들이 어리석은 행동을 계속하면 주민들이 고통받을 것”이라며 “국민의 삶을 고려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리석은 행동’은 반군의 공습을 의미한다. 지난 10월부터 소수민족 무장단체 아라칸군(AA), 타앙민족해방군(TNLA),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으로 구성된 ‘형제 동맹’은 미얀마군을 상대로 대규모 합동 작전을 시작했다. 다른 무장단체와 민주진영 임시정부 국민통합정부(NUG) 산하 시민방위군(PDF)까지 가세하면서 중국과 국경을 접한 미얀마 북부 샨주, 북서부 라카인주 등에서 한 달 넘게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각국무장단체 연합이 군정의 전초기지와 주둔지 300여 곳을 빼앗는 등 전세가 반군에게 기울어진 상태다. 패색이 짙어지자 군부가 부랴부랴 출구전략 마련에 나선 셈이다. 쿠데타 이후 국제사회가 휴전과 대화를 촉구했음에도 군부는 무시해왔다.

반군 연합은 군정의 제안을 일축했다. 쪼 조 NUG 대변인은 “군부가 더 이상 국내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장해야 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말뿐인 협상은 믿지 못한다는 의미다.

군부가 급하게 병력 보강에 나서고 있는 점도 불신을 키웠다. 6일 군정은 탈영병이 부대로 복귀하면 처벌받지 않고 복무를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법에 따르면 전시 탈영은 사형에 처해지는 범죄다. 잇따른 패퇴로 병력이 부족해지자 이례적으로 사면까지 허용했다. 군정은 군인 가족들에게도 군사 훈련을 받게 하고 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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