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범죄는 왜 발생하는가. 그는 왜 범죄자가 되었을까. 범죄를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 곁에 존재하는 범죄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본다.
지난 10월,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선수의 재혼 소식이 작게 보도됐다. 그 내용에 따르면 상대는 15세 연하의 재벌 3세였다. 둘은 당당히 언론사와의 인터뷰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3일도 채 지나지 않아 큰 사기 사건의 꼬리였음이 드러났다. 성별 논란부터 시작해서 재벌 3세 사칭 행세도 드러났다. 무엇보다 8개월 동안 28억 원을 사기 친 혐의로 그는 현재 구속된 상황이다.
초범이 단독으로 8개월 동안 20억 원 넘는 금액을 사기 치기는 쉽지 않다. 그는 분명 속고 속이는 관계의 심리를 경험한 자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이미 2020년 10명에게 3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2년 3개월의 형을 선고받았던 범죄 전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가석방과 사면의 시혜적 조치도 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기 범죄는 속이려는 의도와 속는 사람의 착오, 그리고 그로 인한 재산상 이득이라는 세 박자가 성립돼야 한다. 그렇다 보니 속이는 사람만큼 속는 사람을 비난하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한다. 그러나 전청조도 그러했고, 사기꾼들은 인간관계와 비즈니스를 섞고, 유대와 신뢰를 쌓는 과정을 거쳐 결과적으로 사기를 치기에 과정 안에서는 사기임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돈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고, 평가 기준이 돼버린 사회. 모두가 그것을 향해 달려가고, 불법적 방법을 써서라도 결과적으로 부자이면 부러움을 사는 기준이 무너진 자본주의 사회는 남을 속여서 돈을 버는 사기 범죄 잉태의 인큐베이터다. 더구나 소셜미디어 확산으로 사기 대상자 물색도 쉽고 못된 정보 확산도 빠른 요즘은 사기 범죄가 정말 쉬운 환경이다. 실제 2021년에는 약 30만 건의 사기 범죄가 발생했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20대와 50대 남성인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전청조 사건을 계속 주시할 것이다. 그리고 그 처벌이 납득할 만한 수준인지를 따져볼 것이다. 2021년 사기 범죄 피해 현황을 살펴보면 10억 원을 초과하는 사건은 전체 사기 범죄의 0.5%에 해당했는데 8개월 동안 28억 원을 사기 친 전청조는 아마 당분간 사회에서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마땅하다.
그러나 사기 범죄자가 받는 처벌의 시작과 끝을 살펴보면 속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무명의 전청조가 가석방 결정과 이후 추가적인 사면을 받았듯, 많은 사기 범죄자는 재산을 빼돌리고, 피해자에게 변제도 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채워진 복역률로 가석방되고, 더 나아가 사면까지도 받는다. 범죄 유형 중 특정 유형은 아예 가석방 심사 대상에도 오르지 못하기도 하지만 사기 범죄자는 상대적으로 가석방 심사에서도 유리한 결정을 받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 이후 전자발찌 부착 심사 과정에서도 전자감독의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유리한 결정을 받기도 한다. 그들은 폭력적이지 않았고, 직장도 있고 가족도 있기에 안정적이고 소위 보호력이 좋은 덜 위험한 범죄자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전청조가 그러했듯 사기 범죄자들의 사기 행각은 한 번에 끝나지 않고 반복되며, 피해 금액 변제 없이도 가석방되고 사면돼 빼돌려 놓은 돈으로 사회 내에서 일상을 영위한다.
사기 범죄는 직접적으로 누군가의 생명을 해하지는 않았지만, 피해자의 삶을 파괴하고 때로는 파괴된 삶을 아예 등지게 만드는 매우 잔인한 범죄다. 그러나 사기범들은 결과적으로 금전적 변제도 않은 채 사회적 비난도 받지 않고 호의호식하며 지낸다. 판사에게 보여주기식 반성문은 늘 문제이지만, 피해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반성과 사과는 사기 범죄의 경우 더욱 용납할 수 없다. 진짜 반성한다면 법원 선고 직전이 아닌 평생을 통해 변제하고 용서받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금 변제와 용서가 없다면 사면은 당연하고 가석방도 없어야 한다. 그것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와 한참 힘든 50대 사기 피해자들에게 형사사법 기관이 보여줘야 하는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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