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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보다 더 큰 하나의 도시… 70년 '금단의 땅' CRC 들어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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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입구의 수풀은 성인 남성 허리까지 자랐고 나무가 썩어 부러지거나 도로 곳곳이 파헤쳐져 스산했다. 하지만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자 불과 몇 년 전까지 이곳에서 작전을 짜며, 웃고 즐기던 군인들의 모습이 바로 상상될 정도로 온전한 시설물들이 바로 등장했다.
4일 본보는 경기 의정부시 직원과 함께 캠프 레드클라우드(CRC) 내부를 둘러봤다. CRC는 의정부에 있는 주한미군 공여지 8곳 가운데 하나로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인 1953년 7월 27일 건립됐다. 이후 2019년 폐쇄됐고, 작년에 우리 정부에 반환됐다. 70년 가까이 주둔한 장소답게 건물 등 곳곳에는 미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고, 일반인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됐던 터라 폐쇄 후 모습도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부대 초입에 위치한 예배당은 1961년 지어졌다. 실내는 형형색색으로 장식됐는데 결혼식장으로 활용됐다고 한다. 부대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모든 건물에 알파벳 ‘S’, ‘T’, ‘숫자’로 시작하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S’는 1980~1990년대, ‘T’는 1955~1970년대 지어진 임시시설이다. ‘숫자’는 1990년대 이후 지어진 영구적인 건물의 설립 연도다.
미2사단 사령부였던 CRC는 부지 면적만 86만3,000㎡로 판교(66만 ㎡)보다 더 크다. 사령부 본부와 장교ㆍ사병 숙소 등 건물이 250여 개에 이른다. 학교와 우체국, 영화관, 볼링장, 레스토랑도 있다. 8각형 모양 건물로 지어진 레스토랑엔 군인들이 술과 티본스테이크를 먹다가 기둥을 타고 천장에 올라 이름을 새겼던 놀이의 흔적이 생생하다. 천장이 열리는 수영장과 실내체육관도 있다. 특히 체육관 천장에 설치된 목조기둥은 연구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각국에 설치된 미군 기지 중 ‘전쟁박물관’이 있는 곳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인데 그중 하나가 CRC다. 이곳에는 한국전쟁 당시 첩보작전과 야전에서 많은 공적을 세워 미 정부가 선정한 4대 전쟁영웅 칭호를 부여받은 김동석 대령을 추모하는 전시공간이 있다. 김 대령 외에 나머지 3명의 전쟁영웅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등 모두 미군(장성)이다.
CRC의 지하벙커도 전 세계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지임을 말해주고 있다. 벙커에 차량이 들어갈 수 있고, 철문은 상급부대인 주한미군의 용산 기지보다 두 배 더 두껍다고 한다. 벙커에는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장치도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미군기지 중 중요시설로 알려져 있다. 지하벙커의 규모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벙커를 운영하기 위해 만든 기계설비시설이 3, 4층 높이의 건물과 비슷한 걸 보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CRC는 기지 내에서 먹고, 자고, 즐기고, 배우는 것 등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도시”라며 “이제 시민들에게 문화와 경제가 있는 곳으로 만들어 돌려드리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일환으로 기지를 관통하는 주도로를 올해 7월 시민에게 개방해 현재 이용하고 있다”며 “CRC는 서울과 가깝고 주변에 종합체육시설이 있어 체육인을 위한 레지던스 호텔 등으로도 활용 가능한 것은 물론 다양한 문화와 경제가 집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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