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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의 눈물' 마르려면 청년 주도 '힙한 목포'로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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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사라지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곳에서 벌어지는 이미 오래된 현상이다. 한국일보와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 연구소(소장 배영ㆍ이하 ISDS)는 비수도권 지역 곳곳을 찾아다니며 청년에게 지역을 떠나는 이유를 직접 물어보고, 양적 질적 조사 방법을 사용해 미시적 근거를 찾아 매달 첫 번째 수요일에 비수도권 지역을 한 곳씩 분석해 게재한다.
“1940년대만 해도 목포항은 인천 부산과 함께 조선의 3대 항구였지만, 지금은 물동량이 인근 광양항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고, 고만고만한 크기의 배들만 오고 가는 연안 항구가 돼 버렸다.” 목포에서 만난 한 청년은 지금의 목포 상황을 이 한마디로 요약했다. 광양항이 인천 울산을 제치고 국내 2위 항구로 성장하는 동안 목포는 이난영이 1940년대에 노래했던 ‘목포는 항구다’의 가사처럼 여전히 “여수로 떠나갈까, 제주로 갈까”에 머물러 있다고 해도 그리 과장이 아니다.
이처럼 오래된 정체가 목포의 청년 상황의 근본 원인처럼 보인다. 목포 인구는 2009년 말 24만5,000명을 정점으로 계속 하락해 현재 21만 명대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연령별 비율로 보면 목포는 전남 지역에서 청년(20~39세) 인구 비율이 22.2%(2021년 기준)로 높은 지역이다. 전국 청년 비율 25.9%보다는 낮지만, 그래도 19.9%인 전남 전체 청년 비율보다는 양호하다. 그렇다면 목포는 청년이 살기 좋은 도시인가. 한마디로 답하기 어렵다. 그 답에 목포가 정체된 항구 도시가 아니라 청년 도시로 성장하는 해법도 담겨 있을 듯하다.
목포 청년 인구 동태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청년의 시도 간 이동 비율이다. 2017~21년까지 5년간 전체 청년 인구 중 시도를 넘어 이주한 인구 비율은 목포가 연간 5~6% 수준을 유지했는데 이 기간 전남 전체는 8~9% 수준을, 전국은 7~8% 정도였다. 지방 청년 실종 현상이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와중에 목포는 청년이 잘 떠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유입하는 청년도 많지 않은 상대적으로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목포에서 만난 청년들은 전남 서남권인 목포 무안 영암 함평을 비교할 때 목포가 가장 청년이 살기 좋은 도시라고 말한다. 학교나 직장뿐 아니라 좋은 식당이나 문화시설 등이 전남 서남권에서는 가장 잘 갖춰진 도시라 젊은이들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목포 청년인구 비율이 전남에서 높은 편에 속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또 청년을 대상으로 한 취업과 창업 부문은 관련 각종 지원이 수도권 지역에 비해 인구 대비 풍부한 편이다. 이제 시작 단계인 청년 창업의 경우 경쟁보다는 협업을 중시하는 분위기라,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다양하고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된 것도 청년들이 목포에서 느끼는 매력이다. 취업도 대불국가산업단지, 대양산업단지 등에 입주한 제조업체들과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업체들이 지역 인재 우대 등의 혜택을 제공하며 이 지역 청년들을 고용한다.
문제는 이런 환경이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에 있다. 목포는 고립된 연안 항구의 처지를 벗어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자영업과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 영세업체 취업자 비중이 가장 높다. 직업별로 봐도 서비스 및 판매직 기능직 노무직 등 저임 일자리 비중이 높다. 또 인근에 대규모 산단을 여럿 유치했음에도, 기능·기계조작·조립 종사자는 감소 추세다. 한마디로 청년들이 원하는 고부가가치 산업과 일자리가 부족하다.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대기업을 유치하면 청년들이 저절로 유입될 것이란 기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이 목포에서도 확인된다. 목포를 비롯한 전남 서남권 청년들이 목포에 뿌리를 내리기에도, 외지 청년들이 목포를 찾기에도 목포의 사회·경제 토대는 아직 허술하다.
목포가 청년이 살고 싶은 도시가 되기 위해 어떤 점들이 필요한지 객관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인구가 비슷한 수도권 도시인 군포(26만 명)와 구리(18만 명) 그리고 서울의 안심영역과 만족영역 지수를 비교했다.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ISDS)가 여러 통계자료 및 기사와 댓글, 그리고 온라인상에서 주민들의 이야기와 국민민원데이터 등 다각적인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안심영역은 기본적인 삶의 영위에서 꼭 필요한 조건으로 일자리, 안전, 자연환경, 의료 분야가 포함된다. 우선 목포의 청년 취업률 증감과 관련 예산 등을 측정한 일자리 지수는 0.54로 서울(0.92)과는 격차가 크지만, 구리(0.48)보다는 양호하고 군포(0.64)에는 약간 뒤지는 정도였다. 생활안전과 범죄율 등을 고려한 안전지수(0.8)와 대기 수질 소음 녹지 환경 등을 측정한 환경지수(0.64)는 구리 군포에는 크게 앞서고 서울보다도 양호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의료시설 등을 측정한 의료지수에서 목포가 0.53으로 서울(0.98)은 물론 군포(0.74) 구리(0.94)보다 크게 뒤졌다. 의료지수는 앞서 조사한 순천 여수 광양도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는 점에서 전남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순천 여수 광양은 인접해 있어 의료시설 공유가 비교적 쉽다는 점에서 목포의 의료 취약성은 더 심각해 보인다. 의료는 청년이 정착해 자녀를 키우려 할 때 매우 중요한 고려 요소라는 점에서 개선이 시급하다.
일상생활과 긴밀한 요소들을 측정하는 만족영역을 보면 인구 대비로 비교할 때 목포는 이미 대규모 쇼핑시설, 문화시설, 사설학원, 커피숍 등에서 군포 구리는 물론 서울보다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이런 시설들의 접근성을 보여주는 면적 대비로 비교하면 사설학원이나 커피숍 같은 생활어메니티에서 수도권 도시보다 점수가 낮았다. 이미 목포는 젊은이들이 여가와 취미 생활을 즐길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생활 편의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대중교통망을 보다 편리하게 갖출 필요가 있다.
목포의 경제·사회·인구 지표와 청년들의 목소리는 모두 목포의 미래에 대해 한방향을 제시한다. 항만과 대규모 산업단지 같은 하드웨어 인프라에만 매달리지 말고, 바다와 섬 그리고 근대 건축물들이 잘 보존된 구도심을 활용한 관광 그리고 음식, 문화예술 등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목포시도 이런 필요성을 느끼고 ‘체류형 문화·관광 거점도시’로 변신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변신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목포의 유구한 전통이다. 목포는 1920년대부터 국악명창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공연 예술이 발달해 있고, 남도 음식 등의 전통도 잘 보존하고 있다. 그런데 목포 젊은이들은 이런 전통을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춰 새롭게 변화하려는 노력을 막는 것이 바로 전통을 고수하려는 기성세대라고 말한다.
인접한 무안 신안 영암 등과 동반성장 노력이 부진한 것도 이 지역 발전의 또 다른 장애요인이다. 2005년 전남도청 이전을 계기로 본격 건설된 남악신도시가 목포시와 무안군 간의 관할 다툼으로 개발이 원활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 예이다. 목포 택시가 무안 쪽 남악신도시에 손님을 내려주면 빈 차로 목포까지 복귀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무려 17년이 걸려야 했다. 시군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려면 최근 움직임이 활발한 목포와 신안군 간의 통합을 무안 영암 등으로 확대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포스텍 배영 교수는 “이제까지 조사해온 다른 도시들에 비해 목포 청년들은 지역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고, 그래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다만 이는 현재에 대한 만족에 그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 다른 곳에 존재하지 않는 목포만의 문화 자원들을 어떻게 안주(安住)와 미래를 위한 혁신의 기반으로 활용할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자료 정리: 신호정(포스텍 소셜데이터사이언스 전공 석사과정), 이나라(포스텍 컴퓨터공학부 학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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