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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말에서 떠올린 '스탠딩 드라이어', 무뎌진 불편함에서 새 기회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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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만 소상공인 시대, 소상공인의 삶과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아무리 창의적이라 해도 구상에만 머무른 아이디어는 큰 의미가 없다. 아이디연구소 정일대 대표는 불편함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실현, 이를 제품과 서비스로 선보이는 소상공인이다. 전자제품부터 각종 디자인 상품을 연이어 내놓으며 아이디어를 실현해 나가는 정 대표.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회사를 꿈꾸는 그를 만났다.
회사소개 부탁드립니다.
"아이디어 앤 디자인 연구소, 아이디연구소입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무뎌진 불편함'을 찾아,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제품과 서비스로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창업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고 지금 하는 일과 어떤 관계가 있나요?
"LG전자 개발연구원으로 약 5년 반정도 스마트폰을 연구했습니다. 하드웨어 개발자였으니, 우리 제품인 헤어드라이어를 개발할 때 상당 부분 제가 참여했죠."
안정적인 대기업을 그만두고 창업에 도전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새로운 것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제 성향과 가치관이 창업에 도전한 계기가 된 듯합니다. 전 학창 시절부터 창업을 꿈꿔왔어요. 틀에 박힌 근무 방식보다는 자율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을 하고 싶단 생각도 오래전부터 해왔고요.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타협을 거듭했고, 대기업 취업과 뻔한 직장생활을 감내했습니다. 그럼에도 꿈꾸던 창업을 포기하기 어려웠어요. 창업을 해서도 제가 받던 연봉은 충분히 벌어들일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높은 소득을 보장하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버리고, 꿈을 택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창업 후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엔 여행 플랫폼 서비스를 준비했습니다. 당시 실질적인 여행 정보를 체계적으로 얻을 수 있는 서비스가 없다고 판단했어요. 퇴사 후 세계 여행을 다니며 시장 조사를 하고 앱 개발도 공부했지만, 이내 투자금이란 벽에 부딪혔습니다. 사실 플랫폼 서비스는 수익 구간에 도달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큰 투자가 필요한데, 외부 투자 없이는 서비스를 이어가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제가 가진 커리어패스를 활용해 제품 개발로 전환했습니다. 하드웨어를 개발했던 제 커리어를 살려 창업에 접목한 거죠."
창업 후 가장 힘든 점을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불확실성입니다. 시장 상황과 대중의 요구는 제가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개발도 생각했던 대로 쉽게 되지 않습니다. 불량률이라는 변수도 무시할 수 없고요. 회사와 관련된 모든 일을 제 스스로 해나가야 하는 것 역시 힘든 요소 중 하나겠네요. 하지만 창업을 통해 성공을 이루려는 의지와 신념으로 이겨내고 있습니다. 아이디연구소라는 사명의 '아이디'는 제 이름인 일대의 이니셜이기도 해요. 제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이니 책임감이 더욱 커집니다."
아이디어는 어디서, 어떻게 얻었나요?
"2019년의 장마철이었어요. 덥고 습하니 머리가 잘 안 마르더라고요. 머리가 짧은 저도 드라이어를 든 팔이 아픈데, 머리 긴 사람들은 얼마나 불편할까 싶었어요. 그리고, '왜 드라이어는 손으로 들고 써야 할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죠. 익숙해져서 무뎌진 불편함에 주목했습니다. 드라이어도 스탠드형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죠."
아이디어만으로는 제품이 나올 수 없을 텐데요.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제품을 디자인하고 개발했나요?
"처음엔 거치대만 만들어볼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고온의 열과 강한 바람을 내보내는 드라이어의 특성상 드라이어와 거치대가 딱 맞지 않으면 드라이어를 확실하게 잡아주기 어려워요. 또 모든 드라이어의 형태가 같지 않으니 대량 생산도 불가능하고요. 거치대는 상품성이 없겠다는 판단을 한 뒤, 스탠드 드라이어를 디자인하게 됐습니다."
확실히 다른 드라이어와는 차별화된 디자인이 눈에 띄는데요. 어디서 영감을 얻었나요?
"영감은 자연과 흔히 접하는 사물에서 얻습니다. 우리 제품 디자인은 체스 말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또, 헤어드라이어는 대부분 화장실이나 화장대에서 사용하고, 사용한 뒤 전선을 말아 선반이나 서랍에 보관하는 게 흔한 사용 패턴이라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탠드 드라이어가 소품처럼 보이길 원했습니다. 화장대처럼 좁은 공간에서도 충분히 놓아둘 수 있도록 하단부의 폭을 줄였고, 무게 중심을 낮춰 안정적으로 서있을 수 있는 형태인 체스 말에서 디자인의 실마리를 발견했어요."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나요?
"제품 정식 출시 전 모 커뮤니티에 우리 제품의 상품성에 대한 고민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어떤 고객이 '파킨슨병을 앓는 어머니가 머리 말리는 일을 힘들어하시는데, 이 제품을 구매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댓글을 달아주셨어요. 그 댓글을 보고 전북 임실에 사시는 그 고객을 직접 찾아뵙고, 개발 중이던 상품을 전달한 적이 있습니다. 그 고객 덕분에 '이 제품이 세상에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란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됐고요."
준비 중인 다른 제품이나 브랜드가 있나요?
"현재 전개 중인 퍼즈(pauz) 드라이어는 긴 개발 기간으로 신제품 출시까지 시간이 좀 많이 걸려요. 그래서 좀 더 가벼운 브랜드를 런칭했습니다. '나뮤르'라는 브랜드인데, MZ와 알파 세대들이 3만 원 이하로 쉽게 소비할 수 있으며, 재밌게 놀 수 있는 아이템을 꾸준히 출시하고자 합니다."
어떤 회사를 만들어나가고 싶은가요?
"모두에게 기억되는 회사,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가전업계는 큰 대기업 둘이 양분하는 시장이잖아요. 소형 브랜드는 아무래도 고객 충성도가 떨어지고요. 전 '우리 브랜드는 믿고 쓸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요. 더불어 수평적인 구조와 혁신적인 업무 방식을 지향하고, 자율적으로 일하는 멋진 회사로 인식돼 좋은 인재를 많이 채용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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