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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이주민과 나쁜 이주민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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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대학 재학 시절 ‘다문화 멘토링’이라는 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다. 주말마다 다문화 가정의 초등학생을 만나서 학교 공부를 가르치거나 함께 견학하는 활동이었다. 이 학생은 만나러 학교에 갈 때마다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거나 삼삼오오 짝을 지어 놀고 있었다. 성별도 인종도 다양했다. 아이들이 만나는 세상은 ‘다문화’라는 구분이 무색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섞이고 있었다. 요즘 교육 현장에서는 다문화 대신에 ‘이주 배경’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도록 한다. 우리와 다름을 구분하는 대신, 이주 배경을 자산으로 보게 하는 변화다.
현장의 다양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이주민을 이해하는 방식은 납작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추진하는 이민청 설립 논의를 보면서 씁쓸했던 이유다. 한 장관의 이민 정책 핵심은 노동력 공급과 불법 체류 근절이다. 한국어 능력 시험에서 일정 기준 이상을 통과하면 체류 기간을 늘려 준다. 한국어를 잘하는 '우수한 이주민'에게는 혜택을 주고 '미달한 이주민'을 규율한다. 이주민을 새로운 주민으로 수용하기보다 분리하고 관리하는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인구 절벽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민을 관장할 컨트롤 타워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조선업 등에는 대한민국 젊은 분들이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이주민을 기피 현장을 채워줄 인력으로 대하는 발언은 이주민에 대한 태도가 성숙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숨은 차별을 강화한다. 이주민과 새롭게 관계도를 그릴 수 있다는 상상을 지우고 시혜자와 수혜자의 구도에 머물게 만든다.
국회미래연구소가 작년에 발간한 보고서 ‘미래 정책의 국민 선호 연구: 이머징 시티즌과 미래 대화’에서는 미래에 다수가 될 현재의 소수와 약자를 ‘이머징 시티즌(emerging citizen)’이라고 정의한다. 한국 사회의 이머징 시티즌은 편견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이주 여성이 출근하려고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면 베이비 시터라고 생각하는가 하면, 결혼한 여성은 당연히 돈을 받고 결혼했으리라 짐작한다. 국가 분쟁이 커질 때마다 한국 편인지 묻고, 한국에 얼마나 살았든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이라는 지겨운 칭찬도 들어야 한다.
'이머징'의 크기나 시급성만큼 '시티즌'에 주목하고 있는지 질문해 본다. 착한 이주민과 나쁜 이주민의 구분을 넘어서 '시민은 어떤 삶을 그릴 수 있어야 하는가'라는 당연한 질문을 이주민의 삶에도 적용하기 시작해야 한다. 미리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교육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보고서는 한국인과 이주민의 구분 대신 '선주민'과 '이주민'으로 한국 사회를 구분하며 왜 이주민들은 언어와 문화를 배워야 하는데 선주민은 이주민과 가족, 직장 동료, 지역 이웃으로 관계 맺는 법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는지 질문한다.
시민 자격이 아니라 시민 권리로 논의가 옮겨갈 때 진정으로 이주민과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규율하고 단속하는 관점에서의 이민청 논의를 넘어서 우리 사회가 왜 이주민과 공존할 수밖에 없는지, 이들의 삶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새로운 시민성과 관계도를 정치가 그려줘야 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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