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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이 왜 나와? 자이언티 "집들이" 가보니

입력
2023.12.06 10:00
수정
2023.12.06 10:0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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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3집 '집' 발표... 앨범에 맞춰 구옥서 음악감상회
'모르는 사람' 등 관계에 대한 고민 흔적 곳곳에.. "관계 정리, 너무 무감각해진 것 같아"
"사랑받으려 애쓰기보다 나에게 집중"해 길 찾아... "녹슬지 않고 싶어요"

가수 자이언티가 4일 새 앨범 '집' 음악감상회를 연 서울 마포구 소재 한 구옥. 양승준 기자, 마이크임팩트 유튜브 영상 캡처

가수 자이언티가 4일 새 앨범 '집' 음악감상회를 연 서울 마포구 소재 한 구옥. 양승준 기자, 마이크임팩트 유튜브 영상 캡처

"집들이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4일 서울 마포구 소재 한 양옥. 붉은 갈색 나무로 된 바닥을 걸을 때마다 삐거덕 소리가 나는 오래된 집 거실에서 가수 자이언티(본명 김해솔·34)는 이렇게 첫인사를 한 뒤 새 앨범 '집'에 실린 10곡을 차례로 들려줬다. '집'이란 새 앨범 제목에 맞춰 아예 집을 통째로 빌려 음악감상회를 연 것이다. 그가 앉은 의자 옆에선 LED 램프로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웃풍이 센 집에서 입는 평상복처럼 카디건을 걸치고 온 자이언티는 "집에서 들을 수 있는 편안하면서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란 취지에서 집이란 공간과 압축파일(Zip)의 의미를 담아 새 앨범 제목을 '집'으로 지었다"고 말했다. 앨범 발매(6일) 전 그가 미리 들려준 '집'의 음악은 대체로 아늑했다. 안개처럼 자욱하게 퍼지는 포근한 신시사이저(수록곡 '언러브') 소리와 통통 튕기는 정겨운 통기타('모르는 사람') 소리로 만든 다양한 멜로디에 그는 읊조리듯 때론 허밍으로 수수하게 노래하며 '집'을 꾸렸다.

가수 자이언티는 "싱글을 내는 게 정규 앨범 한 장 내는 거보다 수익은 많을 수 있다"며 "하지만 지금 음악인으로서의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0'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앨범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더블랙레이블 제공

가수 자이언티는 "싱글을 내는 게 정규 앨범 한 장 내는 거보다 수익은 많을 수 있다"며 "하지만 지금 음악인으로서의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0'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앨범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더블랙레이블 제공


자이언티가 4일 새 앨범 '집' 음악감상회를 연 서울 마포구 소재 한 구옥. 양승준 기자

자이언티가 4일 새 앨범 '집' 음악감상회를 연 서울 마포구 소재 한 구옥. 양승준 기자

자이언티는 택시 운전사였던 아버지와의 추억('양화대교'·2014)이나 외롭고 힘들 때 음악을 아침 사과처럼 꺼내 먹으라('꺼내 먹어요'·2015)는 뻔하지 않은 노래를 만들어 사랑받았다. 타고난 이야기꾼이 2017년 낸 2집 'OO' 이후 6년여 만에 들고 온 3집엔 관계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그는 세 타이틀곡 중 하나인 '모르는 사람'에서 "이름 뜻도 모르는 오로지 껍데기로만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노래한다. 곡은 실명과 전화번호 대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아이디를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시대에 팔로어는 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외롭다는 이가 많아진 현실과 자연스럽게 포개진다. 자이언티도 온라인 관계 맺기에 익숙한 Z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되냐'고 하는 친구들에게 1970~1980년대에 태어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핸드폰이 있어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지금 시대와 맞지 않는 사람 같았거든요." 그렇게 관계를 고민하던 청년은 "가게에서 팔지 않는다는 '낫 포 세일' 문구를 보고 '돈을 준다고 해도 내가 팔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사랑하는 사람들', '팀워크', '의리' 등이 떠올라" '낫 포 세일'이란 곡을 썼다. 타이틀곡 중 하나인 '언러브'도 지인과 관계가 어긋났을 때 풀어나가려는 노력을 하는 대신 컴퓨터를 껐다 켜는 것처럼 쉬 관계를 끊어버린 후 다른 상대를 찾아 나서는 '리셋증후군'에서 그가 영감을 받아 만든 노래다. "음악 듣는 앱에서 플레이리스트를 삭제할 때 '언러브'란 문구가 뜨더라고요. 제 음악도 이렇게 누군가에게 클릭 하나로 정리되겠지란 생각을 하니 갑자기 슬프더라고요. 관계를 정리하는 데 너무 무감각해진 게 아닌가 싶어 곡을 썼죠."

가수 자이언티. 더블랙레이블 제공

가수 자이언티. 더블랙레이블 제공


가수 자이언티 3집 수록곡 '모르는 사람' 뮤직비디오 속 최민식의 모습. 티저 영상 캡처

가수 자이언티 3집 수록곡 '모르는 사람' 뮤직비디오 속 최민식의 모습. 티저 영상 캡처


영국 전자음악 듀오 혼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영국 전자음악 듀오 혼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자이언티는 '집'을 통해 새로운 관계도 맺었다. '모르는 사람' 뮤직비디오에서 배우 최민식은 텁수룩하게 수염을 기르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모습으로 쓸쓸하게 등장한다. 최민식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기는 이번이 처음. 자이언티는 "나와 그간 접점이 없었던 최민식 선배를 섭외해, 많은 사람이 얼굴도 목소리도 알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면을 보여주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며 "영화 '올드보이'를 좋아해 그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도록 뮤직비디오 촬영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언러브'는 지난해 서울에서 처음 만난 영국 전자음악 듀오 혼네와 함께 만들었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도 미국 유명 트럼펫 연주자인 베니 베넥 3세에게 SNS로 먼저 연락해 그의 연주를 곡에 담았다.

2011년 노래 '클릭 미'로 데뷔해 10여 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은 자이언티는 지난해 '청춘콘썰트'에서 "어떻게든 사랑받으려고 애썼다기보단 자신에게 많이 집중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집중해 음악의 길을 찾은 자이언티의 꿈은 "녹슬지 않는 것"이다. "슬럼프도 개인적으로 힘든 일도 그간 많았어요. 특히 음악 외적으로요. 그래서 저처럼 제 스태프들이 힘들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지난해 회사(스탠다드프렌즈)를 만들었죠. 음악업계에 이바지하면서 좋은 영감을 유지하며 오래 작업하고 싶어요".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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