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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사이 3차례 안전검사 모두 '합격'받은 에스컬레이터서 역주행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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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에스컬레이터가 오작동을 일으켜 시민들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에스컬레이터에는 보조 브레이크 격인 ‘역주행 방지 장치’가 없었는데 최근 한 달 사이 안전검사에서는 3차례 모두 ‘합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서울 종로소방서와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2분쯤 경복궁역 내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역주행해 시민 10여 명이 넘어졌다. 이 가운데 2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행정안전부와 교통공사는 사고 직후 해당 에스컬레이터 운영을 중단하고 동일 기종에 대해 전수 점검을 진행하는 한편, 한국승강기안전공단 등과 함께 구체적인 사고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는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최근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사고만 최소 6건이다. 2013년 7월 야탑역에서 승객 39명이 부상을 입었고, 2017년과 2018년, 2019년 안산역과 KTX 대전역, 서울대입구역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연이어 났다. 가장 최근인 올해 6월에도 출근 시간대 수내역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역주행해 14명이 다쳤다.
정부는 야탑역 사고 이후 2014년 7월부터 설치되는 모든 에스컬레이터에 역주행 방지 장치를 필수로 설치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만들어진 에스컬레이터는 적지 않은 비용과 기술적 이유로 일괄 설치가 어려워 지금도 방지 장치 없이 운영되는 곳이 상당하다. 2010년 만들어진 경복궁역도 그중 하나다. 현재 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역사 내 에스컬레이터 1,837대 중 역주행 방지 장치가 없는 곳이 620대(33.8%)나 된다. 이 중 547대는 내년 상반기 중 설치를 마무리하고, 구조적으로 설치가 어려운 73대는 새 기기로 교체할 계획이다. 경복궁역도 내년 2월 설치 예정이었다.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로 당장 일괄 설치가 어렵다면 안전검사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이번에 사고가 난 경복궁역 에스컬레이터는 지난달 10일 외부점검 업체가 진행한 자체 점검 결과 ‘양호’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10월 19일과 11월 16일 승강기안전공단의 두 차례 정기 검사에서도 연이어 ‘조건부 합격’과 ‘합격’ 판정이 나왔다. 사고 원인이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지만 안전검사가 부실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황수철 한국승강기대 석좌교수는 “에스컬레이터 부품은 충격에 의한 피로 누적으로 설계 수명보다 조기에 노후화돼 동력 체계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다”며 “주요 부품의 내구연한을 정하는 등의 강화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숙한 시민의식도 요구된다. 황 교수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는 행위가 공공시설을 파괴하고 세금을 낭비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두 줄 서기를 생활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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