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공격→드론 격추… 미국-예멘 반군 ‘홍해 충돌’, 전말은?

입력
2023.12.04 17: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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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함정, 하루에만 피격 상선 3척 지원
군함 노렸을 수도… “후티 뒤에 이란 있다”

지난 10월 18일 미국 해군 유도탄 구축함 ‘카니호’가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하는 수에즈운하를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0월 18일 미국 해군 유도탄 구축함 ‘카니호’가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하는 수에즈운하를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해군이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가까운 홍해에서 ‘이란의 대리 세력’으로 불리는 예멘 후티 반군과 충돌했다. 후티의 미사일 공격을 당한 상선을 돕고 있던 미군 구축함이 역시 반군 쪽에서 날아온 무인기(드론) 세 대를 격추한 것이다. 미군은 이번 공격 배후로 중동의 반(反)이스라엘 진영 맹주인 이란을 지목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오늘 홍해 남부 국제 수역에서 상선 세 척에 네 번의 공격이 가해졌다”며 “미군 구축함 ‘카니호(號)’가 선박의 구조 요청에 응답하고 지원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사령부에 따르면, 이날 홍해를 순찰 중이던 카니호가 오전 9시 15분쯤 후티 반군 장악 지역에서 영국 소유 바하마 선적 벌크선(곡물·광물·원유 등 원자재 화물을 수송하는 배) ‘유니티 익스플로러호’의 주변을 때린 탄도미사일을 탐지했다. 유니티 익스플로러호는 낮 12시 35분쯤 결국 반군 지역 쪽에서 발사된 미사일에 맞았고, 카니호에 도움을 요청했다. 오후 3시 30분에는 버뮤다·영국 소유 파나마 선적 벌크선 ‘넘버 나인호’가, 1시간 뒤엔 8개국 선원이 탑승한 파나마 선적 벌크선 ‘소피 2호’가 각각 후티가 쏜 미사일에 피격돼 구조 요청 신호를 보냈다.

이들 상선을 돕던 중 카니호가 드론 세 대를 쏴 떨어뜨리기도 했다. 그중 한 대는 카니호를 노렸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미군의 의심이다. 중부사령부는 “카니호가 드론의 표적이었는지를 당장 평가할 수는 없지만, 드론이 향한 곳은 카니호였다”고 설명했다.

후티가 밝힌 공격 대상은 이스라엘 선박이다. 후티는 유니티 익스플로러호와 넘버 나인호 등 이스라엘 선박 두 척이 경고를 무시해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후티 대변인 야히야 사리는 “가자지구 형제(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되는 한, 이스라엘 선박 공격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격과 미군 군함의 연관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피격 선박이 자국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각각 이스라엘과 하마스 편인 미국과 이란은 현재 신경전 중이다. 중부사령부는 “이번 공격은 후티 소행이지만 이란이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섣불리 참전하지 말라고 이란에 재차 경고한 것이다. 미국이 군함을 중동 인근에 증파한 것도 이란 대리 세력의 이스라엘 공격을 저지함으로써 확전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번 공격이 상호 맞대응 누적을 통한 확전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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