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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시대, 우리는 수용할 준비가 돼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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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되풀이됩니다. 숫자로 표현되는 경제학 역시 오랜 역사를 거치며 정립됐습니다. 어려운 경제학을 익숙한 세계사 속 인물, 사건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경제 관료 출신으로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으로 근무하는 조원경 교수가 들려주는 ‘세계사로 읽는 경제’는 3주에 한 번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올해 가장 핫한 산업 분야는 인공지능(AI)이다. 작년 11월 말 출범한 챗GPT의 열풍으로 새로운 AI 시대가 열렸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는 거대언어모델(LLM)을 사용해 AI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이는 기존 검색 엔진과 가상 어시스턴트를 사용하는 방식과의 대결 구도이다. LLM 기반 경쟁에는 오픈AI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엔트로피 같은 쟁쟁한 빅테크와 스타트업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상황에서 AI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며 우리가 어느 단계에 이르렀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1950년 컴퓨터의 아버지라 불린 앨런 튜링은 ‘계산하는 기계와 지성’이란 논문에서 AI라는 화두를 던졌다. 튜링은 기계가 지성을 갖췄는지 판단하기 위한 ‘튜링 시험’을 고안했다. 이 시험에 참여한 평가자는 상대방이 기계인지 사람인지 모른다. 그 상태에서 대화를 나눈다. 컴퓨터와 대화를 해 컴퓨터의 반응을 인간의 반응과 구별할 수 없다면 컴퓨터의 AI가 사고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그의 견해는 오늘날 AI 개념 기반을 제공했다. 튜링 테스트는 인공지능 판별 기준이 된다. 이후 일련의 AI 연구는 튜링 시험 통과를 중요한 목표로 삼았다. 튜링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 체계를 해독해 연합군 승리에 결정적 공로를 세웠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화학적 거세형을 받는 비운을 겪었다. 수모를 못 견뎌 1954년 6월 사과를 청산가리에 적셔 한 입 베어 물고 스스로 42세 나이에 세상을 등졌다. 2021년 3월 영국 중앙은행은 새 50파운드 지폐의 주인공으로 튜링을 선정했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총리를 역임한 마거릿 대처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친 결과였다.
튜링의 정신을 한 입 베어 문 사과로 유명한 애플이 이어받았다고 하면 과언일까. 애플 로고는 처음엔 사과나무 아래 있는 뉴턴이었다. 1978년 한 입 베어 먹은 사과 모양으로 바뀌었다. 왜 이 로고가 등장했을까. 사과 농장을 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농장을 청산하고 돈을 벌겠다는 의미가 한 축이다. 잡스가 좋아한 비틀스의 애플 레코드도 회자된다.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도 거론되나 1998년 단색으로 단순화하기 전까지 애플이 22년간 사용한 로고는 무지개색 사과였다. 무지개 깃발은 성소수자 상징이라는 점에서 한 입 베어 문 무지개 사과가 튜링을 기린다는 해석도 있다. ‘계산이란 무엇인가’, ‘알고리즘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확하고 만족스러운 답을 제시한 그를 기억하고자 했다는 얘기다.
2014년 애플의 최고경영자 팀 쿡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한다. 2022년 11월 애플의 핵심 AI 엔지니어 3명을 구글이 영입했다. 가뜩이나 혼선을 일으키며 고전 중인 팀 쿡 애플호의 AI 개발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전 세계가 챗GPT 열풍에 편승해 생성 AI 모델 개발에 나섰으나 애플은 여전히 AI에 저자세다. AI 챗봇인 챗GPT가 나오기 전까지 최고의 총아로 칭찬받은 AI 음성 비서 시리가 애플의 문제아가 됐다. 애플은 시리의 답변이 어색하거나 잘못된 답을 하지 않도록 인간이 편집을 가했다. 설계 팀은 AI 생성으로는 불가능했던 거의 완벽한 답변을 고집했고, 이제 생성 AI의 탄생으로 애플은 도전에 직면했다. 세상은 애플이 시리를 생성 AI로 전환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AI 역사에서 튜링에 이어 주목할 인물과 행사가 있다. 1956년 열린 다트머스대학 학회는 마빈 민스키, 존 매카시, IBM의 수석 과학자인 클로드 섀넌과 네이선 로체스터가 개최했다. 이 학회에서 AI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만들어냈다. 그들 중 매카시는 미국의 인지심리학자이자 전산학자이며 AI의 선구자로 불린다. 그는 전산학과 수학 분야에서 수많은 업적을 이룬 엄청난 학자였다. 매카시는 학회에서 AI를 '고도 지능의 컴퓨터 디바이스를 만드는 과학과 공학'으로 정의했다. 다트머스 학회를 계기로 AI의 미래가 열렸다. 한 과학자가 AI란 위대한 여정을 시작했다. 1958년 매카시는 람다 대수를 이용해 프로그래밍 언어(LISP)를 만들었다. 이 언어는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는 데 사용됐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나 로보틱스 같은 응용 분야에도 널리 이용했고, AI 개발에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매카시는 AI 프로그램은 명백한 문장을 사용해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믿음에 기초해 그의 AI 앱은 수많은 학자에게 영향을 줬고, 실용적인 프로그램의 탄생과 발전을 이끌었다. 1959년 매카시는 컴퓨팅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시분할(timesharing) 시스템을 제안했다. 당시 컴퓨터는 고가여서 허가받은 몇몇 사람만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러 명의 사용자가 단말기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한 대의 컴퓨터를 공동으로 이용해야 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대화식 처리와 다중 프로그래밍 방식을 가능하게 했다. 서로 다른 단말기를 이용하는 사람이 동시에 유사한 컴퓨팅 리소스에 접속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오늘날 클라우드 컴퓨팅 개념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매카시는 1965년 스탠퍼드 인공지능연구소를 설립해 AI의 미래를 본격적으로 설계했다. 머신러닝, 자연어처리, 컴퓨터비전, 로보틱스, 유전체 분석학 등 기초 학술과 응용연구 수행 같은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1970년대에 체스 경기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이길 것을 예측했다. 그는 인공지능의 목표를 인간처럼 만드는 것에 두지 않았고 최종 종착점을 인간과 유사하게 생각하면서 그 사고를 뛰어넘는 데 두었다.
월터 피츠 역시 AI의 발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이다. 1935년 12세의 피츠는 동네 불량배들을 피해 들어간 도서관에서 그의 인생을 바꿀 운명적인 책을 만난다. 버트런드 러셀과 앨프리드 화이트헤드가 쓴 '수학 원리'였다. 어린 그는 책 내용에서 몇 가지 오류를 발견해 저자인 러셀에게 편지를 보낸다. 러셀은 피츠가 12세에 불과해 그를 케임브리지 대학원에 입학시키지는 못했다. 이 인연을 계기로 피츠는 논리학과 수학을 배우고, 여러 사람과 만날 귀중한 기회를 얻는다. 그는 인간의 뇌를 기계적으로 모델링한 최초의 연구를 한다. 각 신경세포의 기능은 매우 단순하나 이들이 상호 연결해 복잡한 계산을 수행하는 신경 시스템의 기초를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이 논문은 이후에 AI 딥러닝 개념으로 진화한다. 우리가 그를 AI에서 필수적인 딥러닝의 선구자로 기억하는 이유가 된다.
샘 올트먼 오픈 AI 창업자가 이사회로부터 전격 해임된 지 5일 만에 다시 최고경영자로 복귀했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 성소수자임을 커밍아웃한 바 있다. 그의 해고 이유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다. 비영리기구인 오픈AI의 미래와 관련한 얘기가 주를 이룬다. 이사회 내에서 기업의 수익성과 빠른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올트먼과 AI 개발에 더 많은 안전과 주의를 요구한 이사회 다수가 충돌했다는 관점이 다수설이다. AI가 인간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지능을 가진 범용일반인공지능(AGI)으로 발전하게 되었을 때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트먼 자신도 AGI의 위험성을 두려워했다. 그래도 그는 AGI를 향해 가속 페달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작고한 호킹 박사는 과학의 미래에 경종을 울리는 발언을 했다. 그는 과학기술을 진보시키기 이전에 대중과 사회가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이 인류에 위협이 돼선 안 된다는 그의 말이 가슴 깊이 다가온다. AI의 유용성을 인정하면서도 인류가 AI에 대처하는 방법을 잘 터득해서 인간과 AI가 공생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 지구촌은 하루빨리 AI 개발과 규제 간의 조화를 위해 공론의 장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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