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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회담 불발 배경과 전략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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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모았던 한중 정상회담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 성사되지 않았다. 외교의 의연함을 잃지 않되, 저간의 맥락과 상황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중국은 관찰 기간을 거쳐 ‘윤 정부의 대중 정책이 임기 동안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부 결론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최근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원한다는 다양한 신호를 여러 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나타냈다. 또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기대해도 좋다’는 발언으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중국 측에서는 이를 ‘윤 정부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한국 내 정치에서 유리한 고점을 차지하기 위해 중국을 이용하려 한다’는 프레임으로 해석하게 됐다. 그리고 양자 관계에서 아쉬운 쪽은 한국이라는 인식이 중국에서 형성됐다.
‘강대강’으로 치닫던 미중 갈등은 각자 상황에 따라 APEC(11월 15~17일)을 기점으로 ‘전술적 휴전’ 상태에 들어갔다. 이 기간 중국은 일본과도 정상 회동을 가졌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로 대외 관계에서 여유가 생긴 셈이다.
한편, 미중 경쟁 구도가 심화하면서 국제정치의 '진영화'가 더욱 선명해졌다. 서방 진영이 미국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모습을 중국은 다시금 목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외교는 미국에 더욱 집중하게 됐고, 한국을 ‘독자 변수’로 보기보다는 미국 진영에 속한 ‘종속 변수’로 보는 경향이 깊어졌다. '상부 구조'인 미국과의 문제를 해결하면 '하부 구조'인 한국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논리가 여기에 적용된다. 이는 한국을 무시한다기보다는 그것이 국제정치의 현실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중국이 보는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은 ‘하향 조정’된 측면이 있다.
일본 외교는 주목할 만하다. 원래 지난 9월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참석하려 했으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로 인해 여론이 악화돼 계획을 접었다. 기시다 총리의 참석 계획이 취소된 후, 중국은 한국에 윤 대통령의 참석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 총리를 대신 보냈다.
만약 한국이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려 했다면 윤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어도 무방했다. 한중 간에는 정상 간 만남으로 해결해야 할 감정의 매듭이 있고, 스포츠 행사는 그런 만남을 가질 자연스러운 기회였다. 중국에서 열린 행사였기에 '시진핑 먼저 방한'이란 기조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APEC에서 뒤늦게 한중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 애쓰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중국이 한국의 좌파 지지를 확대하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냉담한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상황적으로는 타당할 수 있으나 분석적 관점에서는 그렇지 않다. 중국은 이념적 차이보다 불확실성에 더 주목하고 있으며, 이는 전임 한국 정부와의 관계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다.
윤석열 정부는 대중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하지만, 중국도 그렇게 보는지는 별도의 분석이 필요하다. '당당한 외교'는 영민한 전략 부재 상황에서 기싸움으로 전락할 수 있다. 현 상황에서 보면, 한국의 대중국 외교는 선비적 명분과 상인적 실리 모든 측면에서 살짝 좌표 감각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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