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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팟을 아시나요" 이동수단 비교 서비스 만든 이원재 카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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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비 등 물가가 오르며 택시 동승 문화가 되살아나고 있다. 그 바람에 대학생들 사이에 '택시팟'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택시팟은 학생들이 비용 절약을 위해 인터넷 메신저로 동승자를 구해 택시비를 분담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현상은 해외도 마찬가지다. 잦은 파업으로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프랑스에서는 승용차 동승 서비스 '블라블라카'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젊은이들 사이에 택시 동승을 뜻하는 '아이노리'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젊은이들 사이에 확산된 택시 동승 문화 덕분에 주목을 받는 신생기업(스타트업)이 카찹이다. 이원재(28) 대표가 2019년 창업한 이곳은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찹' 앱을 실행하고 목적지를 입력하면 전동 킥보드부터 택시까지 이용 가능한 대중교통수단과 요금 등이 한꺼번에 표시된다. 택시 동승도 앱으로 가능하다.
한마디로 갖가지 탈것을 비교해 이용할 수 있는 이동수단의 포털 같은 곳이다. 덕분에 월평균 7만 명이 이용하며 인기 앱으로 부상했다.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이 대표를 만나 젊은이들의 필수 서비스가 된 카찹의 성공 비결을 알아봤다.
2020년 6월 등장한 카찹의 시작은 대학 졸업 작품이었다. "2019년 전동 킥보드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할 때였어요. 사람들이 전동 킥보드를 타려고 업체마다 내놓은 앱을 스마트폰에 잔뜩 설치하는 것을 보면서 하나의 앱에서 이용하면 편하겠다는 생각을 했죠."
이 대표는 생각을 발 빠르게 행동으로 옮겼다. 을지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졸업을 앞두고 졸업 작품 대신 앱을 개발하겠다고 교수에게 제안했다. 그길로 친구 3명과 창업해 앱 개발을 시작했고 자동차(car)와 친구(chap)를 뜻하는 영어를 합쳐 사명과 앱 이름을 지었다. "경기도 창업지원프로그램에 선정돼 받은 상금 3,000만 원으로 창업했죠. 핀란드의 유명 이동수단 서비스(마스, maas) 업체 휨을 참고했어요."
그렇게 졸업 작품으로 시작한 창업이 역설적으로 발목을 잡아 아직까지 대학 졸업을 못하고 있다. 그는 앱에서 다양한 전동 킥보드와 공유 자전거 서비스를 한곳에 모아 보여주기 위해 스윙, 씽씽, 킥고잉 등 약 50개 업체를 만났다. "일일이 회사를 찾아가서 설득했어요. 처음에 업체들이 이용자 빼가는 것 아닌가 의심해 협조를 하지 않았는데 거꾸로 서비스를 알릴 기회라고 설득해 모두 끌어들였죠. 그 바람에 결국 졸업을 못했어요."
창업한 지 3개월 만에 나온 앱은 각종 전동 킥보드를 비교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줬다. "현재 위치에서 이용 가능한 각 전동 킥보드별 요금, 배터리 잔량까지 모두 보여줬어요."
편리함은 이용자를 부른다. "처음 하루 서너 명에 불과했던 이용자가 월 1만 명을 넘어섰고 앱 가입자도 3만 명으로 늘었죠. 사업을 멈출 수 없게 됐어요."
그래서 전동 킥보드를 타는 사람들의 특성을 분석해 버스, 지하철, 택시 등 다른 대중교통까지 붙였다. "전동 킥보드 타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목적지까지 타지 않아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목적지 근처에서 내려 마지막 가까운 거리만 전동 킥보드를 타요. 따라서 출발지와 목적지 앞뒤로 대중교통수단과 전동 킥보드를 연결해 보여줬죠."
그때까지 그런 서비스가 없어서 사실상 새로운 틈새시장을 만든 셈이다. 마침 카카오, 쏘카 등 다른 업체들은 각자 독자 서비스에 치중했다. "카카오는 택시, 쏘카는 차량공유 서비스에 집중할 때 우리는 반대로 통합 서비스에 집중했어요."
그런데 2021년 '킥라니' 사태가 터지며 위기가 찾아왔다. 킥라니란 불쑥 도로로 뛰어들어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고라니처럼 안전모도 쓰지 않고 인도와 차도로 마구 질주해 사고를 내는 전동 킥보드 운전자를 말한다. "연일 킥라니 때문에 일어난 교통사고 뉴스가 나오면서 2021년 5월 서울시의회가 안전모를 쓰지 않거나 인도로 통행하는 전동 킥보드에 범칙금을 부여하는 조례를 통과시켰어요. 그러면서 전동 킥보드 이용자가 줄었고 덩달아 승승장구하던 앱 이용자도 줄었죠. 50개가 넘었던 전동 킥보드 업체도 7개로 줄었어요. 다행히 2022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킥라니 사태로 줄었던 이용자가 다시 늘어났어요."
관건은 돈벌이었다. 무료 제공하는 카찹 앱은 그때까지 마땅한 돈벌이 수단이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 대표는 몇 가지 방법을 도입했다. 우선 이용자가 많이 몰리는 앱을 이용해 다양한 광고를 유치했다.
또 대중교통을 싸게 이용할 수 있는 할인권 '99패'를 판매했다. "각 교통수단별 할인권을 도매가로 대량 구매해 이용자들에게 팔았죠. 이용자들은 9만9,000원을 내고 할인권을 사면 전동 킥보드를 제외한 택시, 버스, 지하철, 공유 자전거, 차량 공유 서비스 등 16만 원어치에 해당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어요. 덕분에 대학생 등 젊은이들이 할인권을 많이 샀죠."
택시 동승과 차량 함께 타기(카풀) 서비스도 도입했다. 택시팟을 앱으로 가져온 것이다. 또 카풀도 '카풀팟'이라는 이름으로 앱에서 제공한다. 카찹의 '택시팟'은 기존 인터넷 메신저로 택시팟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안전성 때문에 많이 넘어오면서 주력 서비스가 됐다. "인터넷 메신저 '카카오톡'에 보면 대학별로 수천 명이 모이는 택시팟방이 있어요. 문제는 여럿이 공유하는 메신저여서 개인 신상정보와 은행계좌 등이 고스란히 노출되죠. 또 여학생들은 동승자의 성별과 나이를 알 수 없어 이용할 때마다 불안해요."
이런 문제점을 이 대표는 앱 기능으로 만들어 해결했다. "택시팟 기능 이용 시 학생증과 주민등록증 인증을 거쳐 동승자의 성별과 나이를 표시해요. 여성들만 동승할 수 있도록 지정할 수도 있죠. 그래서 여성들이 많이 이용해요. 이에 힘입어 카찹의 전체 가입자는 10만 명으로 증가했고 월간 이용자도 7만 명에 이르죠."
또 7일부터 '카찹페이'라는 교통비 분담 기능을 앱에 도입한다. "택시팟 기능으로 동승자를 모집한 사람이 동승 인원을 입력하면 함께 탑승하는 사람들에게 자동으로 요금이 분담되고 해당 금액이 앱에 사전 등록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에서 빠져나가요. 따라서 서로 요금 정산을 위해 계좌번호 등을 주고받을 필요가 없죠. 별도 수수료도 없어요."
이 대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한국의 그랩이다. 이동수단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그랩은 동남아시아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며 '아시아의 우버'로 통한다. 그랩도 우버처럼 차량 호출 서비스부터 각종 배달, 보험, 대출 등 금융업까지 진출했다. "장기적으로 그랩처럼 카풀 서비스까지 확대할 생각입니다. 현재 카풀팟 이용자는 전체 카찹 내 팟 서비스 이용자의 10%를 차지해요. 나머지 90%는 택시팟 이용자들이죠. 월 2만4,000명 이상이 택시팟과 카풀팟을 이용해요. 차량 등록증과 운전면허 등을 등록하고 인증체계 수단을 강화해 내년 상반기에 카풀팟 서비스를 고도화합니다."
더불어 내년 1월 택시 합승 서비스도 고려 중이다. 동승 서비스인 택시팟은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여럿이 함께 타고 가지만 택시 합승처럼 중간에 사람을 태우고 내려줄 수 없다. 택시 합승은 방향만 같고 출발지가 제각각이다. "지난해 6월 택시운송사업법 개정으로 승객이 주도하는 합승이 가능해요. 기사가 합승을 주도하는 것은 여전히 불법입니다. 택시업체들은 택시 요금이 오르면서 이용자가 줄어드는 바람에 동승과 합승 허용을 원하죠. 결제 정산 기능이 완성되면 내년 1월에 시작할 계획입니다."
매출은 지난해 2억5,000만 원이었고 올해 3억5,000만 원을 예상한다. "내년 매출 목표는 10억 원입니다. 2025년이면 흑자 전환할 것으로 봐요."
투자는 지금까지 19억 원을 받았다. "퓨처플레이, 라구나인베스트먼트,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등에서 투자를 받았죠. 내년에 30억 원 정도 추가 투자를 유치할 계획입니다."
이 대표는 창업을 후회하지 않지만 직장 생활을 해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돌이켜 보면 학생 창업이 무모했어요. 그때는 겁이 없어 가능했지만 직장 생활을 해보고 더 많은 경험을 쌓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요. 경험이 많으면 그만큼 시행착오를 덜 수 있으니까요."
궁극적으로 그의 고민은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포털과 경쟁이다. "길 안내 서비스를 하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최대 경쟁자인 셈이죠. 카찹과 달리 그들은 별도 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서 이용자 모집도 쉬워요. 장기적으로 포털과 싸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최대 고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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