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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피스킨으로 바라본 농장동물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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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에 발병하는 바이러스성 감염병인 '럼피스킨'(괴상피부병) 확산세가 누그러지고 있다고 한다. 10월 중순 충남 서산시에서 처음 발병한 이후 지금까지 보고된 럼피스킨 확진 사례는 107건인데, 지난달 21일부터는 신규 확진 사례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확산세가 꺾였다는 소식은 반갑다. 하지만 이미 감염된 소뿐만 아니라 확산세를 막기 위해 감염되지 않은 소까지 포함해 살처분된 소는 6,000여 마리에 달한다.
언론을 통해 접한 럼피스킨에 대한 정보는 대략 이러했다. 모기 등 흡혈 곤충에 의해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감염된 소에서는 고열, 피부 결절(혹) 등이 나타난다. 치사율은 10% 이하지만 감염 시 불임, 우유 생산 감소, 유산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고 했다.
치사율이 10% 이하라는 건 이 병에 걸린 소 10마리 중 1마리가 죽는다는 의미로 해석됐는데 꼭 살처분해야 하는지, 치료해서 살릴 수는 없을지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하지만 동물단체, 수의사 등 전문가와의 이야기를 통해 이러한 물음 자체가 현실에서는 '쓸데없다'는 걸 알게 됐다.
럼피스킨으로 인한 살처분을 면한다고 해도 소들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사람들은 럼피스킨에 걸린 소를 치료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소를 치료하는 동안 전파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크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설사 치료한다고 해도 고기, 우유, 가죽을 얻기 위해 길러진 이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결국 도축뿐이다. 더욱이 사람들은 럼피스킨에 걸렸던 소가 생산한 고기나 우유 소비를 꺼릴 것인데, 농장주 입장에선 굳이 소들을 치료하고 기를 이유가 없다.
소들의 운명은 생명의 가치보다는 철저하게 경제적 가치에 의해 결정되고 있었다. 럼피스킨에 걸린 소의 우유 생산이 줄고 불임률이 높아진다는 미디어가 전하는 정보가 시민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회의가 들었다.
경제적 가치가 우선되는 동물이 소뿐일까. 축산물을 얻기 위해 길러지는 농장 동물들의 삶은 모두 그러하다. 닭은 평균 생후 30일 안팎, 돼지는 150~180일 사이, 소는 18~30개월 사이에 도축된다. 이들은 평균 수명의 10분의 1도 채우지 못한 채 죽음을 맞는데, 이는 투자 대비 가장 효용이 높을 때로 판단돼서다.
빨리 죽는 것도 비참하지만 그들이 처한 공장식 밀집 사육 환경은 더 비참하다. 산란계는 날개를 펴기는커녕 옆으로 움직이기도 힘든 철창 케이지(닭을 가두어 사육하는 철망으로 된 우리)에 갇힌 채 평생 알을 낳는다. 육계는 24시간 켜진 조명 속에서 잠도 자지 못한다. 낮으로 착각하게 해 사료를 더 먹여 살을 빨리 찌워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엄마 돼지는 새끼를 임신하고 수유하는 동안 스톨이라는 철제 우리에 갇혀 살며, 태어난 새끼들은 무마취로 거세를 당하고 꼬리가 잘린다. 농장 동물 현장 조사를 나가는 동물단체 활동가에 따르면 그 동물들이 처한 현실이 너무 비참해서, 빨리 안락사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라고 했다. 오죽하면 그러할까. 태생부터 사람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축산업에서 동물복지는 늘 뒷전으로 밀려있다는 걸 럼피스킨 사태를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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