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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한국 경제의 일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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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일본, 미국, 그리고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이다. 내년에도 한국 경제는 세계 평균을 따라잡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 경제의 일본화 때문이다.
일본은 ‘새로운 것’보다는 기존 전통 기술을 활용해 더 저렴하게, 그리고 최고의 품질을 선보이는 데 집중했다. 이것이 일본의 '모노즈쿠리'(좋은 물건을 만드는 장인 정신)다. 그리고 이 모노즈쿠리는 아날로그 시대 일본 경제를 세계 최고의 경제 국가로 만들었다.
그러나 올해 말 일본 최고의 반도체 회사 도시바가 증권 시장에서 사라진다. 마쓰시타와 혼다도 디지털 시대에 크게 고전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보다 전통 기술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혼다는 최고 품질의 내연차를 만들고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 ‘전장 기술’을 강조하는 현대ㆍ기아차에 밀리고 있다.
시대가 달라지면 장인 정신은 기득권을 지키는 관성이 되고 만다. 문명의 대전환기를 맞아 일본의 장인 정신이 새로운 변화를 거부하는 정신으로 전락한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해외에 진출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기보다는 국내에 머무르는 '잘라파고스’(일본+갈라파고스)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의 기업, 정부, 연구자에게 이런 ‘일본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어 안타깝다.
첫째, 공무원들은 새로운 것을 시작하려 하지 않는다. 정권이 바뀌면 이러한 도전이 감사의 대상이 돼 정치적으로 공격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기회에 도전하는 모험적인 의사 결정을 하지 않는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은 시장 개척 기회를 모색하는 상무성이 정책의 핵심인데, 한국은 아직 공급자 관점의 관리자 정책이다. 그 결과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확률이 적다.
둘째, 우리 기업과 연구자들도 새로운 사업, 새로운 해외시장에 도전하기보다는 국내 시장에서 자기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성향이 강하다. 예를 들어 아세안 시장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를 관리자 정신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같은 성장 시장에 한국 기업은 겨우 2,000여 개가 진출해 있는 점을 봐도 알 수 있다. 한국 경제의 ‘갈라파고스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셋째, 중소벤처기업부의 동반 성장 정책도 동반이 지나치게 강조된 나머지 대기업들은 협력 업체들과의 해외 동반진출을 포기하고 있다. 그만큼 협력 업체들이 해외에서 성장할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자동차 협력업체들의 진출이 더딘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아이작 뉴턴의 말처럼,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기업의 본질은 ‘업의 피버팅’이다. 석기 시대가 망한 이유는 돌이 없어서가 아니다. 철기 시대에 들어서면 가장 경쟁력 있었던 석기 시대의 회사는 대전환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대전환기를 맞아 세상은 크게 바뀌고 있다. 이런 시기엔 새로운 기회 포착에 소극적이면서 ‘지금 이대로 열심히 해보자’는 관리자가 가장 위험하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업의 전환’에 소홀한 결과다. 시대가 변하지 않을 때 최고의 정신은 장인 정신이지만, 전환기의 장인 정신은 관리자 정신이 되고, 기득권에 가장 유리한 정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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