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천식, 암만큼 삶의 질 낮은데…효과 탁월한 ‘생물학적 제제’ 건강보험 적용 절실

입력
2023.12.03 20: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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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김태범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국제이사)

중증 천식 환자들은 기관지가 좁아져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만성적으로 불면의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중증 천식 환자들은 기관지가 좁아져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만성적으로 불면의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천식은 다양한 염증에 의해 기관지가 반복적으로 좁아지는 만성 알레르기 호흡기 질환이다. 이 중 중증 천식은 고강도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천식을 말한다. 2020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성인 100명 중 3명 이상이 천식에 노출돼 있으며, 성인 천식 환자 100명 중 6명은 중증 천식으로 추정된다.

중증 천식은 천식 환자 중 5~10%일 정도로 비율은 낮지만 심한 호흡곤란과 기침, 가래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증상이 악화돼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오거나 입·퇴원을 반복해야 돼 암 환자만큼 삶의 질이 떨어진다. 또한 중증 천식 환자의 38%는 불안, 25%는 우울증에 시달린다.

천식은 흡입 스테로이드제와 기관지 확장제로 치료한다. 하지만 중증 천식은 최대 용량으로 흡입 약제를 써도 조절되지 않기에 생물학적 제제를 처방한다. 최근 중증 천식에 효과가 탁월한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가 나와 세계천식기구(GINA)·국내 진료 지침 등에서 투약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 허가된 생물학적 제제로는 △오말리주맙 △메폴리주맙 △레슬리주맙 △벤라리주맙 △두필루맙 등이 있다. 이전에는 오말리주맙이 유일하게 건강보험 적용을 받다가 지난 11월부터 메폴리주맙·레슬리주맙에도 확대돼 중증 천식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모든 생물학적 제제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중증 천식 환자에게 효과가 탁월한 이 약들이 아직 ‘가깝지만 먼 당신’이다. 일부 중증 천식 환자는 일반 천식 환자보다 약값이 10배 이상 들기도 한다. 이는 생물학적 제제 약값을 뺀 것으로, 이를 포함하면 더 차이가 난다.

어떤 중증 천식 환자는 10~20년 장기간 치료받아야 하는데, 1년에 1,000만 원 넘는 비용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중증 천식 환자는 어쩔 수 없이 골다공증·고혈압 등의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경구용 스테로이드제를 쓰고 있다.

국내 중증 천식 환자의 경구용 스테로이드제 지속 복용 비율은 92.9%로 미국(20.4%)보다 4.5배 높다(2020년 ‘세계 중증 천식 레지스트리'). 또한 고용량 경구용 스테로이드제 의존성 환자는 비의존성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2.56배 높다.

국내 허가된 생물학적 제제는 모두 효과가 좋아 경구용 스테로이드제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 또한 환자 특성에 따라 잘 맞는 생물학적 제제가 다르기에 모든 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절실하다.

미국·일본 등에서는 생물학적 제제 접근성을 높이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 미비하다. 국내에서 생물학적 제제가 건강보험에 적용되기까지 류머티즘관절염은 25개월, 궤양성대장염은 42개월이 걸렸는데, 천식은 2007년 허가를 받은 오말리주맙의 건강보험 적용에 13년이나 소요됐다.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중증 천식 환자들에게 생물학적 제제의 건강보험 적용 논의가 계속 필요한 이유다.

이번 두 가지 약의 건강보험 적용으로 중증 천식 환자의 치료 선택지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에서 모든 생물학적 제제의 건강보험 적용을 주장하는 이유는 각각의 약이 나타내는 효과가 다르고, 한 가지 약이 효과가 없을 때 다른 약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 시일 내 모든 생물학적 제제가 건강보험에 적용돼 중증 천식 환자가 경제적 부담을 느끼지 않고 편하게 숨 쉬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김태범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국제이사)

김태범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국제이사)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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