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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발병 위험 10배 높이는 '장상피화생' 유전변이 규명

입력
2023.11.30 09:49
수정
2023.11.3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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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피화생, 26개 암 유발 유전자 존재
줄기세포 행동 조절 SOX9 돌연변이 풍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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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은 10만 명당 51.9명이 발생해 갑상선암(56.8명)과 폐암(56.4명), 대장암(54.3명)에 이어 국내에서 4번째로 많이 발생한다(2020년 기준). 2019년에는 3위였다가 한 계단 내려앉았다. 이처럼 신규 위암 환자는 줄어들고 있어 다행이지만 여전히 국내 암 발생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장상피화생(腸上皮化生)’도 위암을 일으키는 주원인으로 꼽힌다. 장상피화생은 위 상피세포에 염증이 생겨 이 세포가 소장이나 대장 상피세포를 바뀌는 것을 말한다. 장상피화생이 발생하면 위암이 10배까지 늘어난다.

최근 위암의 주요 위험 인자인 장상피화생이 위암으로 진행되는 현상에 관여하는 유전자 변이가 규명됐다.

서울대병원·싱가포르국립대병원·듀크-싱가포르국립대 의대 공동 연구팀은 1,256개의 위 조직 샘플을 유전적으로 분석해 위암으로 진행하는 장상피화생 세포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위암 진행 고위험군 선별 모델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공동 연구팀은 장상피화생이 위암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분자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장상피화생 환자의 위 조직 샘플을 바탕으로 게놈 프로파일링을 시행했다. 그 결과 장상피화생 발달·진행과 관련된 암 유발 유전자 26개를 식별할 수 있었다.

특히 종양 관련 유전자 TP53 돌연변이는 상대적으로 흔치 않아 추후 위암 형성 중에 발생한다는 것을 시사했던 반면, 줄기세포 행동 조절 유전자 ‘SOX9 돌연변이’는 장상피화생 조직에서 풍부하게 관찰됐다.

SOX9 돌연변이는 장내 줄기세포 클론(세포 집단)의 확장을 촉진할 수 있다. 실제로 장상피화생이 위암으로 진행됨에 따라 단계적으로 암 유발 유전자 돌연변이 개수가 증가하고 클론 크기는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단일 세포 시퀀싱 분석 결과, 장상피화생 장 조직 내 일부 줄기세포 계통 클론은 초기 위암 세포와 유사한 형태로 나타났다. 위암 세포 기원을 보여주는 이 결과는 장상피화생 세포가 주변 미생물군 및 미세 환경과 상호작용에 의해 쉽게 변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추가로 연구팀은 특이적인 장상피화생 아형(亞形)을 발견했다. 이는 위 주요 부위에서 발견됐음에도 형태가 위전정부(장과 인접한 위 하부)와 유사했으며, 건강한 위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구강 미생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 만성 염증 징후가 보였으며 종양 성장을 억제하는 ARIDIA 유전자 돌연변이가 관찰되는 등 다른 장상피화생과 구분되는 비정상적 특징이 나타났다.

나아가 연구팀은 장상피화생 환자 중 위암 진행 고위험군을 조기 식별하기 위해 게놈 프로파일링을 통해 확인한 유전적 특성(돌연변이 개수, 클론 크기 등)과 환자의 임상 변수(연령, 흡연력, 펩시노겐 지수 등)를 결합한 위암 진행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유전자 특성 및 임상 변수 결합 모델은 임상 변수만 활용한 모델에 비해 위험군을 더 정확히 식별할 수 있었다. 유전적 특성 및 임상 특성 결합 모델의 민감도 및 특이도는 각각 88.2%, 87.6%로, 임상 특성만 활용한 모델(각각 70.6%, 68.3%)보다 정확도가 유의하게 높았다.

이 결과는 최고 위험군 감시나, 장상피화생이 암으로 진행하기 전 항염증제·항균제 치료로 클론을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 등 환자의 치료 결과를 개선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제시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전형수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유전자 프로파일링 기술이 장상피화생 환자군의 위험을 비교적 정확하게 계층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장상피화생 환자 중 위암 진행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을 구분해 각각에 서로 다른 검사 및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병원 제공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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