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칠장사 화재로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 입적

입력
2023.11.30 00:09
수정
2023.11.30 00:4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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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일 조계사에서 열린 상월결사 인도순례 회향식에서 회향사하는 자승 스님. 연합뉴스

3월 23일 조계사에서 열린 상월결사 인도순례 회향식에서 회향사하는 자승 스님. 연합뉴스

29일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에 있는 사찰 칠장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스님이 입적했다. 향년 69세.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6시 50분쯤 칠장사 내 요사채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화재를 진압하던 중 건물 내부에서 완전히 불에 탄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 요사채는 승려들이 거처하는 곳이다. 경찰은 외부인 출입이 어려운 장소 특성에 비춰 사망자가 스님일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요사채에는 자승스님이 머물고 있었는데, 화재가 났을 때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은 “칠장사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법구는 자승스님이 맞다”며 “홀로 계시다가 입적하신 것으로 공식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총무원 및 재적 교구본사인 용주사와 장례 절차를 상의한 뒤 30일 공식 부고를 발표할 계획이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과 현장 감식 등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할 예정이다. 사고 가능성뿐 아니라 자승스님이 스스로 입적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을 보내 정확한 신원 확인도 요청할 방침이다.

칠장사는 궁예, 임꺽정, 어사 박문수와 관련된 설화로 유명한 천년 고찰이다. 화재로 인한 문화재 훼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칠장사 내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장소)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칠장사 내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장소)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승스님은 조계종 33대, 34대 총무원장을 지내는 등 종단의 대표적 사판(행정승)으로 꼽힌다. 총무원장 퇴임 이후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해 종단의 막후 실세로도 불렸다. 1954년 춘천 태생으로 1972년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1974년 범어사에서 구족계를 받아 출가했다. 동화사, 봉암사 선원 등에서 안거 수행하고, 수원 포교당, 삼막사, 연주암 주지 등을 역임했다.

1986년 총무원 교무국장을 맡아 종단 일을 시작한 이후, 총무원 재무부장, 총무부장 등을 지냈고, 1992년 10대 중앙종회의원으로 종단 중앙무대에 발을 내딛었다. 1994년 종단개혁 과정에서 승적 정정 문제로 징계를 받았으나 1996년 11대 중앙종회에 재입성해 종회 사무처장을 지낸 데 이어 12, 13, 14대 중앙종회 의원을 역임했다. 14대 중앙종회에선 전반기 의장을 맡았다.

2009년에는 55세 나이로 조계종 33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역대 최고 지지율로 당선됐다. 2013년 재선에 성공했고, 2017년 임기를 마쳤다. 2021년 동국대 건학위원회 고문이자 총재 자리에 올랐으며, 2022년 상월결사를 만든 뒤로는 부처의 말씀을 널리 퍼뜨리는 전법 활동에 매진해 왔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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