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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충격에 고개 숙인 尹... 첩첩 난제에 험난한 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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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은 저의 부족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윤석열 대통령이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에 고개를 숙였다.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직접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이후 처음이다.
당초 엑스포 개최지 투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연말 정국을 돌파할 동력으로 꼽혔다. 하지만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국정운영 부담만 가중됐다. 윤 대통령이 직접 '책임'을 언급하며 지체 없이 사과했지만 국내 상황은 이전보다 험난해졌다. 대규모 개각을 비롯해 각종 난제를 풀기 위한 셈법도 훨씬 복잡해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29일 낮 12시쯤 전격적으로 담화문을 발표했다. 사전 예고는 없었다. 앞서 오전 1시 20분쯤 최종 탈락 발표가 나온 지 약 10시간 만이다. 브리핑룸에는 김대기 비서실장, 조태용 안보실장을 비롯한 수석급 참모들이 배석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요한 국정과제에 변화가 있어 국정 책임자가 국민께 직접 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사실상 밤을 새워가며 직접 담화문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3시로 예정된 국방혁신위원회 제3차 회의는 순연됐다. 사과 메시지에 집중하기 위해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만큼 이번 투표 참패에 따른 충격이 컸던 셈이다. 결과 발표 당시에도 대통령실은 40분이 지나서야 김은혜 홍보수석 명의로 "민관이 원팀으로 치열하게 노력했지만, 아쉬운 결과를 맞이했다. 밤늦게까지 결과를 기다리고 부산 유치를 응원해 주신 부산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는 짤막한 입장을 내는 데 그쳤다.
엑스포 투표 '1차 탈락'은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이 가장 우려하던 시나리오다. 2차 결선 투표에 진출하면 석패하더라도 그간의 유치 노력을 부각할 수 있지만, 큰 격차로 1차에서 승부가 결정될 경우 '따라잡고 있다'던 정부의 장담이 무색해지는 탓이다.
사우디와 격차를 무시하고 '출구전략 없이 총력전을 펼친 것이냐'는 지적 또한 피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의 잦은 해외 순방을 비판하는 여론이 확산될 소지도 있다. 엑스포 유치교섭을 명분으로 그간 다른 국가들과의 접촉면을 넓혀온 측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유치에 실패한 부산·경남(PK) 지역 민심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엑스포 개최지 투표가 여권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꼽은 '주요 변곡점' 가운데 첫 번째라는 점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당장 윤 대통령은 야당이 강행 처리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를 내달 2일까지 정해야 한다. 기한 만료 직전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기는 하나, 더불어민주당과의 관계가 또다시 얼어붙을 수밖에 없어 고심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특히 다음 주부터 10명 안팎을 교체하는 개각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큰데, 이 또한 언론 검증과 인사청문회 과정을 감안하면 언제든 악재로 돌변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소추,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 특검·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응할 방안도 찾아야 하는 처지다.
내년 초 국민의힘 공천 작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내부 지지층마저 요동칠 수도 있다. 딱히 호재를 찾기 쉽지 않은 구도다.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이후 민생을 앞세워 국정기조를 틀면서 윤 대통령 지지율을 회복하는가 싶었지만, 여전히 40%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점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엑스포 유치전 참패가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물론 지역 염원이 담긴 국민적 이벤트인 데다, 민관과 여야가 함께 나섰던 엑스포 유치전 특성상 파장을 섣불리 단언하긴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민주당도 이날만큼은 날 선 비판을 자제한 채 격려와 위로 메시지를 전하는 데 주력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수차례 자신의 '부족'을 언급하며 발 빠른 사과에 나선 것이 상황을 만회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열세인 것은 알았지만 (사우디와) 표 차이가 큰 것에 실망이 많은 만큼, 왜 그랬는지 (엑스포) 유치위를 중심으로 개선 대책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르면 30일 조직 개편과 함께 수석급 인사를 단행한다. '비서실·국가안보실' 체제를 '비서실·국가안보실·정책실' 체제로 바꾸는 등 변화를 통한 분위기 쇄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신설되는 정책실장엔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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