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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가지 없이 정치했으면… 중장년 정치인과 똑같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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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개원한 21대 국회는 극단적 진영 대결의 장이었다. 여야는 국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보다 상대방 공격을 통해 손쉽게 반사 이익을 누리려 했다. ‘나는 선이고 상대는 악’이란 독선은 입법 독주와 꼼수 탈당, 정치의 사법화 같은 제도 오남용으로 이어졌다. 철저한 원인 진단과 반성이 없다면 내년 4월 총선을 통해 구성될 22대 국회도 같은 잘못을 반복할 것이다. 이에 여야 중진ㆍ초선 의원들의 21대 국회 평가를 징비록(懲毖錄)으로 남긴다.
'현역 막내'인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항상 '파격'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옷차림부터 퍼포먼스까지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는 청년 정치에 대해서도 "싸가지 없으면 좋겠다"며 거침없었다. 엄숙주의에 빠진 여의도의 문법을 깨뜨려온 그에게 21대 국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류 의원을 만나 들어봤다.
-21대 국회를 총평한다면.
"일하는 국회법을 시행하고도 정치의 쓸모를 증명 못 한 국회다. 스토킹처벌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되는 등 일부 진전은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갈등이 더 고조된 국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석수로 밀어붙이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오히려 시민들에게 신뢰를 잃게 만드는 국회였다."
-어느 쪽이 더 잘못했다고 보나.
"굳이 한쪽만 고르라면 당연히 정부·여당의 책임이 더 크다. 권한을 더 가진 쪽이 책임을 져야 하니까. 다만 양당은 번갈아 집권해봤고 그만큼 책임감을 더 많이 가져야 한다."
-정의당은 양당의 중재 역할을 잘했나.
"정의당은 20대 국회와 달리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극단으로 치닫는 갈등의 중재 역할을 잘 해내지 못한 것 같다. 조국 사태부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검수완박법까지 민주당과 관계가 엮여있을 때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21대 국회는 유독 '정치의 사법화'가 도드라지는데.
"사법부에 판단을 맡기기 시작했으면 그 판단을 존중해야 하는데, 그것조차도 믿지 못해서 사법부도 잘못됐다는 식으로 몰아가곤 했다. '내 진영의 생각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어차피 믿지 않을 텐데 왜 저기서 저러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거제에 대한 입장은.
"선거제 개혁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우리가 찍은 대로 국회가 구성되는가다. 지금은 사표가 거의 절반에 달한다. 최대한 시민들이 지지한 대로 국회가 구성된다면 정치인들이 시민을 위해 일하지 않는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튀는 의정활동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제 퍼포먼스들은 누군가를 대변하기 위한 것이었다. 제 몸조차도 입간판처럼(웃음) 내 모든 것을 활용해서 의정활동을 하고 싶었다. 정의당에는 큰 정당에서 우선순위에 밀리고,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못 받은 분들이 찾아오신다. 기사 한 줄 나오기 위해 노동자들은 고공농성, 단식 등 처절해져야 하고 불행을 전시해야 한다. 그런데 제가 옷 한번 입어서 그분들의 사연이 널리 알려지고, 그렇게 형성된 여론이 국회로 들어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교섭단체가 아니어서 법안 통과에 더 어려움이 있는 만큼 법안을 책임지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봐달라(웃음)."
-그런 퍼포먼스를 당사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였나.
"애초에 모든 퍼포먼스들은 당사자들과 논의한 다음에 한다. 제가 2년 전 국정감사에서 전기노동자 작업복을 입은 적이 있다. 현장의 옷은 굉장히 때가 묻고 흠집이 나있는 것이 보통인데, 보내주신 상자를 열었더니 (옷을) 반듯하게 다려서 보냈더라. 안전모도 깨끗하게 닦아서. 국회에 가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되는 옷이라고(울먹). 그걸 보면서 더 열심히 하게 됐다."
-노동 얘기도 많이 하지만 페미니즘만 한다고 오해를 받는데.
"비주얼이 정체성 그 자체니까(웃음). 노동 이슈는 제가 열 개를 얘기해도 언론에 한두 개가 나간다. 그렇게 옷을 입어도 말이다. 하지만 젠더 이슈는 그 당시 젠더 갈등에 대중의 관심이 높았기 때문에 한 마디를 해도 열 마디가 나갔다. 그래도 제가 의정활동 홍보를 더 잘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한덕수 총리와 야당 의원 중 거의 유일하게 건설적인 토론을 했다.
"임기 초에는 저도 화를 내보기도 했고 이런저런 방법을 다 해봤다. 결국 일이 되게 하고 싶었던 것이지 않나. 하지만 시민들이 갈등만 일삼는 정치에 대해 염증을 많이 느끼고 있고, 사람을 비난하고 조롱한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는 게 아니었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대화, 타협, 토론'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했더니 많은 시민분들께서 지지해 주시더라."
-정의당 지지자들이 기대를 접은 이유는.
"민주당의 내로남불 행태에 대해 국민적 심판이 있었지만, 정의당은 갈피를 못 잡았다. 다시 반등하려면 이제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늘 하던 대로, 운동권 방식대로 위기를 돌파하려면 답이 없다. 제3지대로 나아가는 방식으로 당의 노선을 바꿔야 한다."
-당내 의견그룹 '세 번째 권력'이 추구하는 방향은.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아닌 '오롯한 제3지대'다. 누군가의 2중대가 아닌 오롯한 제3정당이 만들어져서 수십 년간 시민들과 함께 살아가길 바란다. 당장 목표는 '유산균 같은 정당'을 만들고 싶다. 어떻게 하면 꽉 막힌 국회를 속 시원히 뚫고, 장까지 살아서 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는데.
"같은 당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이 전 대표가 인터뷰에서 '토론할 수 있다' 말하고 있어서 열어둔 것 같다."
-청년정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청년은 그냥 젊기 때문이 아니라 빚진 데가 많지 않아 덜 얽매일 수 있다. 조금 터놓고 얘기하자면 '싸가지 없음'이기도 하다. 싸가지 없이 정치했으면 좋겠다. 선배들 눈치 안 보고 익숙한 것은 멀리하고 낯선 것을 과감히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시민들이 굳이 청년 정치인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중장년 정치인들을 똑같이 따라 하라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22대 국회에서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22대 국회는 결과물이 있고 책임지는 정치인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국회였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경선 1호 공약인 포괄임금제 폐지를 논의해보고 싶다. 정말 바꾸고 싶은 것은 인쇄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국감을 하면 똑같은 자료를 메일로 보내고, 책자로 인쇄하고, USB(이동식 저장장치)로 보낸 뒤에 국감 당일 또다시 인쇄를 한다. 이게 얼마나 큰 낭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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