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5바퀴 강행군에도… 부산 경제계와 시민들 '파리의 눈물'

입력
2023.11.29 04:30
수정
2023.11.29 15:52
구독

시장·상공인·시민 '일심동체' 유치전 펼쳤지만
사우디보다 1년 늦은 유치전, 한계 극복 못해
"유치 과정, 그 자체로 부산에 영예로운 시간"

한덕수(오른쪽) 국무총리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에 실패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형준(왼쪽) 부산시장도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한덕수(오른쪽) 국무총리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에 실패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형준(왼쪽) 부산시장도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세계박람회 유치를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아쉬운 결말을 드리게 돼 송구합니다.”

29일(한국시간) 새벽 부산이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진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프랑스 파리 시내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결과, 1차 투표에서 119표를 획득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엑스포 개최지로 최종 낙점됐다. 부산은 29표에 그쳤고, 투표 참여국의 3분의 2 이상 득표 시 결선 투표 없이 곧바로 개최지로 결정되는 선출 조건에 따라 바로 탈락했다. 이번 개최지 투표엔 165개국 대표가 참여했다.

그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유치전을 펼친 박형준 시장은 1차 투표의 문턱마저 넘지못한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는 엑스포 유치가 국정과제로 채택된 이후인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140여 개국 이상을 직접 찾아 다니면서 지지를 호소해 왔다. 국외 비행거리만 21만㎞를 훌쩍 넘는다. 지구를 5바퀴 이상 돈 셈이다. 개최지 투표를 눈 앞에 둔 지난 달부터 접촉한 인사만 450여 명에 이른다. 외교관 못지 않은 일정으로 하루에 1번 이상은 꼭 해외에서 찾아온 VIP를 만나 부산 지지를 당부했다. 개최지 선정 열흘 전부터는 프랑스 파리에 머물며 BIE 회원국 대표들을 대상으로 막바지 교섭을 벌였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보다 1년 늦게 본격 유치전에 나선 한계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박 시장은 “초반 열세 극복과 ‘오일머니’를 앞세운 경쟁국의 유치 활동에 대응하기 쉽지 않았던 것 또한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박 시장은 한 번의 실패는 끝이 아니라며 지역 사회와 시민들을 다독이는 걸 잊지 않았다. “세계박람회 유치 과정은 그 자체로 우리 부산에게 아주 영예로운 시간이었다”며 “세계 여러 나라와 부산이 협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035년 엑스포 유치 재도전에 대해선 “정부, 부산시민들과 충분히 논의해 합리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올해 1월 부산시청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후원 기업 기부금 전달식. 전달식에는 박형준 부산시장, 장인화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박은하 범시민유치위 집행위원장,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 등이 참석했다. 부산시 제공

올해 1월 부산시청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후원 기업 기부금 전달식. 전달식에는 박형준 부산시장, 장인화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박은하 범시민유치위 집행위원장,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 등이 참석했다. 부산시 제공

엑스포 유치를 물심양면 지원했던 부산지역 상공계도 침통한 분위기다. 지역 경제계는 부산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교역이나 투자 등 경제 분야의 실질적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 지지 기반을 넓혀왔다. 해외 방문 유치 교섭, 해외인사 초청 등 30회에 가까운 독자적인 해외 유치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아울러 지역 경제계 원로들과 주요 기업들을 설득해 홍보에 필요한 예산으로 2년 간 200억 원에 가까운 후원금을 마련했다. 장인화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년 간 대한민국이 하나 돼 최선을 다했지만 이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면서 “하지만 유치 활동을 통해 얻은 브랜드 가치 상승과 관광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다음을 준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를 하루 앞둔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세느강변 유람선 선착장에서 부산 엑스포 홍보에 나선 시민단체 회원들이 청사초롱을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를 하루 앞둔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세느강변 유람선 선착장에서 부산 엑스포 홍보에 나선 시민단체 회원들이 청사초롱을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26일 파리에 도착해 사흘 간 사력을 다해 홍보 활동을 펼친 2030부산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 시민위원회, 시민단체 회원 등도 허탈함을 나타냈다. 이들은 현지 한인단체들과 함께 파리의 명소인 몽마르뜨 언덕, 에펠탑, 센강 등지에서 혼을 담은 응원전을 진행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투표 하루 전인 27일에는 부산시가 프랑스 주재 한국문화원 공간 일부를 대관해 마련한 현지 응원장에서 투표의 모든 과정을 지켜 보며 개최지가 확정되는 순간까지 일심동체로 움직였다. 강철호 부산시의회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특별위원장은 “너무나 안타깝지만 유치에 대한 믿음과 진정성 담긴 시민들의 열망은 충분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부산= 권경훈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