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전세사기’ 정씨 일가 영장... 피해액 700억 넘었다

입력
2023.11.28 15:45
수정
2023.11.28 17:1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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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본인, 부인, 아들 구속 위기

지난달 17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한 다세대주택 앞도로에서 '수원 전세사기 의혹' 사건의 피의자인 정모씨 일가가 세입자들에게 막혀 택시에 고립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7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한 다세대주택 앞도로에서 '수원 전세사기 의혹' 사건의 피의자인 정모씨 일가가 세입자들에게 막혀 택시에 고립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수백억 원대 전세 보증금 피해가 예상되는 ‘수원 전세사기’ 사건의 피의자 일가(부부와 아들)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8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사기 혐의를 받는 정모씨와 그의 아내, 그의 아들 등 3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을 거쳐 영장이 청구되면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번 주 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씨 일가는 수백 명의 임차인들과 보증금 1억 원 내외의 임대차 계약을 각각 맺은 뒤, 계약 만료시점이 도달했음에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9월 5일 이 사건 피해자로부터 최초 고소장을 접수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고소인이 급격하게 늘면서 이 사건은 지난달 4일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넘어갔다.

사기 혐의가 성립하려면 '범행의 고의성'이 입증돼야 하는 만큼, 경찰은 정씨 일가를 상대로 사건 발생 경위를 집중 추궁한 뒤 고의가 있었다는 판단을 내렸다. 피해를 본 임차인들은 “정씨 일가가 계약 당시 보증금을 반환하기 어려운 ‘깡통전세’ 구조인데도 이를 알리지 않은 채 임대 계약을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일보는 '수원 임대왕 추적기' 기획기사를 통해 △정씨 일가의 부동산 자산 축적 과정 △대규모 임대업 운영 방식 △주변 공인중개사와 은행권의 방조 의혹 등을 보도했다. 주변인들에 따르면, 정씨는 2000년대 서울 용산에서 10년 동안 전자제품을 판매하면서 돈을 벌었고 그 종잣돈을 들고 수원으로 와 7층짜리 다세대주택을 매입하며 임대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이후 무자본 갭투자(자기자본 투입 없이 전세보증금을 이용해 주택을 구매) 방식으로 많은 근저당을 낀 채 '건물 쇼핑'에 나서 수원과 화성 일대에 수십 채의 건물을 사들였고, 전담 공인중개사 사무소까지 두면서 임차인 수백 명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보증금을 끌어들였다.

정씨 부부는 총 18개의 법인을 만들어 대규모로 임대 사업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들 정씨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며 임대차 계약을 중개한 의혹을 받는다. 정씨 일가 소유 건물은 수원 44개, 화성 6개, 용인 1개, 양평 1개 등 52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준으로 접수된 고소는 466건, 피해 액수는 706억 원이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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