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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게 손' 억지 논란 멈춰라"...여성 노동권 침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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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페미니즘 사상 검증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넥슨이 자사 게임 영상에 등장한 손동작이 남성 혐오라는 지적에 대해 사과하자, 여성단체들은 이 같은 대응이 여성 노동권 침범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등 9개 여성·시민단체는 28일 오전 경기 성남 분당구 넥슨코리아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넥슨은 '집게 손' 억지 논란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남성 혐오 논란에 대해 게임사가 굴복하면서, 기업을 휘두르고 여성 종사자를 괴롭히는 권능감과 재미를 위해 놀이처럼 억지 논란을 일으키는 집단도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 예고에 오전 2시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집회 참가자들을 흉기로 다 죽이겠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논란은 넥슨코리아가 최근 공개한 게임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에 남성혐오를 상징하는 '집게 손' 모양이 0.1초간 등장하면서 불거졌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영상을 제작한 애니메이터가 고의적으로 남성을 조롱했다" "여성 제작진 중에 급진적인 페미니스트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넥슨 측은 즉각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고 사과했다. 해당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스튜디오 뿌리 측도 사과문을 발표하고, 논란이 된 영상을 만든 애니메이터의 작업을 중지시켰다.
여성단체들은 이런 상황이 '반사회적 여성 공격 놀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기업이 일부 소비자의 억지 주장을 받아주고 사과하는 것은 이들의 비이성적 불만의 표적을 구조적 약자인 여성 노동자에게 돌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일부 남성 이용자들의 부당한 이의 제기를 넥슨 등 게임업계가 일방적으로 수용하면서 여성 노동자들이 사상 검증을 당하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는 얘기다.
게임업계 페미니즘 사상 검증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넥슨은 한 여성 성우가 SNS에 '여성들은 왕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려 이용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계약 해지했다. 지난 7월에도 한 게임 일러스트레이터가 과거 불법 촬영 반대 집회를 지지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여성단체들은 "일부 남성들의 억지 주장으로 여성들이 부당한 공격을 당하고 사회경제적 기반을 위협당하는 피해가 이어졌다"며 "0.1초간 지나가는 자연스러운 손의 움직임을 증거라고 우기는 주장이 통한다면 누가 이 혐오몰이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부교수는 "지난 8년여간 게임업계는 게임 이용자 권리를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여성 노동자를 억압해왔고, 이 과정에서 성평등을 위한 문제제기는 묵살했다"며 "게임의 문화적 위상을 낮추는 퇴행적 대응을 멈추고 여성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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