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기고, 12월 5일 컴백 "연인·직장인 위로하는 곡"

입력
2023.11.29 08:54

정기고, 내달 5일 신곡 'her'(허) 공개
지친 연인의 하루를 달래주는 가사
나에게 썸이란? "음악 인생에 큰 이정표 되어준 곡"
"가수 소유는 착하고 좋은 친구"

정기고가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정기고가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지난 2014년 전 국민을 '썸' 열풍에 몰아넣은 노래가 있다. 가수 정기고와 소유가 부른 '썸'은 당시 각종 시상식을 휩쓸며 음악 프로그램을 포함해 총 22개의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중독성 강한 후렴구와 공감을 자극하는 가사, 감미로운 가창이 곁들여진 '썸'은 9년이 지난 지금도 '국민가요'의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너'를 속삭이던 정기고는 빈지노와 함께 작업한 싱글 '너를 원해'로 또 한 번 대중을 매료시켰고, '함부로 애틋하게' '자체발광 오피스' '하백의 신부' 등 다양한 드라마 OST에 참여해왔다. 최근에는 JTBC '힘쎈여자 강남순'의 OST 'Be Your Love'(비 유얼 러브) 가창을 맡아 드라마의 인기에 불을 붙였다.

그에게 유명세를 안긴 곡은 '썸'이지만 사실 정기고는 2002년 데뷔해 어느덧 21년 차 가수가 됐다. 정기고라는 이름을 사용한 건 2006년부터다. 최근까지 꾸준히 음악 작업을 했지만 방송활동이 뜸해 많은 이들이 근황을 궁금해했던 그가 워너뮤직코리아와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오는 12월 5일 컴백을 앞두고 있는 정기고를 본지가 단독으로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실제로 만난 그는 '왜 그동안 예능을 안 한 건가' 싶을 정도로 예상보다 훨씬 유쾌하고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새로운 회사와 계약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다. 사실 4월에 계약했는데 조금 늦게 알리게 됐다. 개인으로 운영하는 회사도 있는데 신인 아티스트들이나 다른 일들에 신경을 쓰다 보니 내 앨범은 자꾸 늦어지더라. 이러다 은퇴하겠다 싶어서 내 커리어만을 신경써줄 회사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하. 워너뮤직코리아가 해외쪽에 인프라도 있고 직원들도 친해서 끌렸다. 나 역시 해외 진출에 대한 욕심이 있다."

-해외 진출을 언제부터 꿈꾼 것인가.

"시장 판로가 월드와이드로 열렸고 (해외 활동을) 안 할 이유가 없으니까 계속 생각은 해왔다. 정확히 언제부턴지는 모르겠는데 방탄소년단이 잘 되며 한국 아티스트들이 해외에서도 자리를 잡았지 않나. '먼 미래 얘기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예전엔 한국 가수가 빌보드 1위 하는 건 상상도 못했으니까 그런 것들이 트리거가 됐다. K팝 아티스트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문을 열어주면서 나 같은 아티스트도 해외에 진출하는 게 막연한 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12월 5일 공개하는 신곡에 대해 소개해달라.

"이번 신곡은 'her'(허)라는 제목의 노래다. 해외에서 온 프로듀서들과 함께 곡을 만들면서 멜로디가 잘 나왔고 그 이후 한글로 가사를 붙이면서 오래 기다려준 팬들에게 지금 딱 들려주고 싶은 곡이라는 생각을 했다. 오늘 하루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 들어주고 싶다는, 사랑하는 사람의 지치고 힘들었던 하루를 따뜻하게 위로하는 곡이다. 내 주변 커플들의 이야기도 참고했는데 직장인들이 갖는 고충이 많더라. 그래서 '나한테 다 일러. 나만 알고 있을게'라는 가사가 탄생했다."

-제목이 독특하다. 동명의 영화도 있지 않나.

"제목에 대해 얘기하다가 처음엔 '시리'가 나왔다. 뭘 해도 들어주니까. 기발하기는 한데 너무 특정 브랜드를 언급하는 거 같아서 좀 더 디벨롭 해보기로 했다.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영화 '허'를 보면 컴퓨터 프로그램 속 그녀가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 들어준다. 거기서 착안해 제목을 짓게 됐다."

-'허'를 개인적으로 재밌게 봐서 신곡이 더 궁금해진다. 평소 영화도 좋아하나.

"'영화 '허'는 봤다. 집에 DVD로도 있다. 과거에 영화 DVD 사는 게 취미였다. 혼자 겨울에 한 시간 정도 청계천을 걷고 몸이 식을 때쯤 따뜻한 커피를 사서 서점에 들러 DVD를 보는 게 취미였다. 영화를 몰라도 표지만 보고 사기도 했다. 그렇게 산 영화 1호가 '패밀리 맨'이다. 나는 영화를 좋아한다."

정기고가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정기고가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영화가 아티스트로서의 삶에도 영감을 줄 것 같은데.

"맞다. 우리가 살면서 직접 겪는 경험치엔 한계가 있다. 영화는 다른 사람 인생의 한 단면을 훔쳐볼 수 있다. 인생이 각각 다른데 영화로 충족할 수 있다고 본다. 나도 노래를 20년 했고 가사를 쓴 게 100곡이 넘어가는데 다 내 얘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이 시발점이 되어서 쓰는 것도 많다. 힘들었던 친구를 상담하면서 곡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영화나 노래는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도구같이 느껴져서 좋아한다."

-기다렸던 팬들이 많은데 컴백을 앞둔 소감이 어떤가.

"너무 오랜만이라 사실 덤덤하기도 하고, 대대적인 컴백이라기보다는 이제 정말 꾸준하게 다시 팬들과 만날 수 있는 첫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어찌 지냈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2~3년 전에 'Warm'(웜)과 'Gravity'(그래비티)라는 곡을 발표했다. 그동안 회사도 만들고 브랜드도 운영하면서 정신없이 지냈다. 그러면서 여러 드라마 OST 도 했는데 최근에는 '힘쎈여자 강남순'의 OST로 제 목소리를 들으셨을 거다."

-정기고 하면 '썸'을 빼놓을 수 없다. '썸'의 대히트 이후 삶이 바뀐 부분이 있는지.

"먼저 '썸'이 내 음악 인생에 큰 이정표가 되어준 감사한 곡이라는 건 변함이 없다. '썸'의 성공 이후에 나보다는 나를 둘러싼 주변이 많이 바뀐 거 같다. 많은 사람들이 그 노래를 통해 나를 알게 되고 많이 사랑해 주신다는 점이 달라진 부분이다. 그 이외에 내 생활은 사실 크게 바뀐 건 없다. 매일 욕조에 들어가는 거나 항상 만나던 친구들 만나고 게임하고 그렇게 똑같이 살았다."

-소유와는 여전히 잘 지내나.

"소유는 정말 착한 친구다.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 얼마 전에 소유가 진행하는 유튜브 촬영을 하면서 오랜만에 만났다. 연락은 간간이 하고 있는데 꼭 보려고 하면 서로 갑자기 불러서 타이밍이 좀처럼 맞지 않아 못 만났다. 하하. 이번에 보니 반갑더라."

-음악을 계속하는 이유와 원동력도 궁금하다.

"대단한 이유는 없지만 그냥 노래하는 게 좋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서 계속 하는 것 같다. 원동력은 좀 뻔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이견의 여지없이 팬분들이다. 기다려주는 팬이 있다는 건 언제 어디서나 내가 돌아갈 수 있었던 이유 같다."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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