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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먹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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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2021년 개를 식용으로 사육하고 판매하고 구입하는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체가 구성됐다. 동물보호단체 대표, 육견 생산자 단체, 수의사, 영양학자, 법학자, 소비자단체, 관계부처 공무원, 갈등해소 전문가가 모였다. 첫 회의부터 육견 생산자단체와 동물보호단체의 의견 차이가 커서 합의가 어려워 보였다. 사회적 합의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시민들도 그렇게 극명한 찬반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해 보았다. 그런데 설문결과는 합의체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시민 10명 중 8명은 이미 지난 10년간 개고기를 먹지 않고 있으며 9명은 향후 먹을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개식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93.4%에 달했다. 개고기 요리가 지킬 의미가 있는 전통문화라고 생각하는 시민은 이를 동물학대라고 생각하는 시민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개식용 금지 법제화를 찬성하는 응답자는 64.1%였다. 이전 조사에 비해 높아진 수치였다. 이유를 좀 더 들여다보면, 찬성과 반대는 개고기를 먹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에 대한 의견의 차이이다. 찬성하는 이들이 입법을 지지하는 이유는 개식용 금지 법제화가 사회의 인도적 태도를 반영하며, 개인의 모든 취향이 법적으로 보호될 필요는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반면,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는 응답자는 주로 개인의 취향과 선택의 자유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 옳은가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었다.
2015년 정부는 전국의 개농장이 17만 개가 넘고 200만 마리의 식용견이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중 500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규모의 농장도 500여 개였다. 그러나 올해 정부는 1,000여 곳 사육농장에서 약 52만 마리의 식용견이 사육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사이 작은 규모의 식육견 농장은 이미 문을 닫았고 전체 사육두수는 4분의 1로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벗어난 개농장까지 감안하면 여전히 많은 개들이 대규모 육견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으며 이들은 인도적 도살이 불가능한 회색 지대에 존재한다.
개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사회의 결정은 '개고기'가 아니라 '개'에 대한 결정이다. 우리는 동물 문제에 대해서는 대개 극명한 찬성과 반대 입장으로 편을 가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특정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에도 우리 사회가 그 동물을 어떤 방식으로 대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상식적 합의는 이루어질 수 있다. 개를 식용으로 키우고 도살하고 먹지 않겠다는 사회적 결정은 이미 끝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어떻게 육견 농장을 폐쇄하고 더 많은 개들을 구조할지 계획을 세우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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