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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서 미국 꺾은 일본 육상 스타 "신체 조건이 전부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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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포츠, 어떻게 기억하나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크게 도약한 우리 스포츠는 국민들에게 힘과 위로를 줬습니다. 하지만 저력의 K스포츠가 위기에 섰습니다. 프로 리그가 있는 종목조차 선수가 없어 존망을 걱정합니다. 반면, 라이벌 일본은 호성적을 거두며 멀찍이 달아났습니다. 희비가 엇갈린 양국 스포츠 현실을 취재해 재도약의 해법을 찾아봤습니다.
한국 등 아시아 선수들에게 육상 단거리 종목은 '통곡의 벽'이었다. 국제 대회 메달권 진입에 도전해 왔지만 미국과 유럽 선수 등에 밀려 시상대에 설 기회가 흔치 않았다. 그런데 2016년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벽에 균열이 일어났다. 4명의 주자가 100m씩 이어 달리는 남자 400m 계주에서 일본이 미국을 제치고, 자메이카에 이어 2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당시 맏형이었던 이즈카 쇼타(32·미즈노)는 지난달 11일 일본 도쿄에서 가진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단거리 종목이 (신체가 상대적으로 작은) 아시아 선수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국도 얼마든지 세계 무대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즈카가 아시아 선수들의 선전을 자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꾸준한 성과와 과학적 분석 결과가 가능성을 말해준다. 그는 "남자 110m 허들은 보통 3보를 뛰고 장애물을 넘는데 일본처럼 키가 너무 크지 않은 선수들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 시즌 남자 110m 허들 기록을 보면 세계 상위 랭커 100명 중 일본 선수가 11명으로 미국(26명), 자메이카(12명)에 이어 3번째로 많다. 중국도 5명으로 프랑스(9명)에 이어 5위다. 일본은 100m에서도 9초대에 진입한 선수가 계속 늘고 있고, 계주에서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세계주니어육상선수권대회(20세 미만)에서는 남자 400m 계주 우승을 차지하며 미래를 밝혔다.
이즈카는 일본 육상이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 중 하나로 해외 훈련을 꼽았다. 많은 선수가 미국이나 유럽 국가 등 톱랭커들이 즐비한 지역을 훈련 거점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단거리뿐 아니라 아시아 선수 최초로 여자 창던지기 세계선수권대회(2023년)에서 우승한 기타구치 하루카(25)도 창던지기 최강국인 체코에서 훈련한다. 이즈카는 "사실 육상 기술만 놓고 보자면 일본에서도 비슷하게 배울 수 있다"며 "하지만 최고 수준의 외국 선수들과 해외에서 함께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기록을 단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일본 내에서 1등만 하던 선수라도 해외에 나가 더 빠른 스프린터의 뒷모습을 직접 보게 되면 스스로 약점을 보완하려 애쓰게 된다는 설명이다.
두터운 저변도 일본 육상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 내 육상 등록 선수는 42만 명(2020년 기준)으로 배구(41만 명)와 비슷하다. 한국의 등록 선수는 5,800여 명뿐이다. 이즈카도 "일본 육상의 힘은 부카츠(部活·방과후 부활동)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부카츠는 우리의 학교 운동부보다 가입 문턱이 훨씬 낮다. 직업 선수를 꿈꾸는 아이뿐 아니라 공부로 대학입시를 준비하며 육상을 즐기려는 아이들도 함께 섞여 운동한다. 어려서부터 쉽게 단거리를 배우고 도전할 수 있기에 재능 있는 아이들이 묻힐 가능성도 낮다. 입시 명문인 시즈오카현 후지에다메이세이 고교 출신인 이즈카는 "육상부원 중 40%는 선수가 되려는 마음보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달리기를 즐기는 친구들이었다"고 설명했다.
32세 베테랑 스프린터인 이즈카는 "은퇴 이후 단거리 육상 동호인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단거리 종목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동호인이 1,000만 명에 달하는 마라톤에는 여전히 밀린다. 그는 "단거리 동호인들이 참여하는 마스터스 대회를 만들거나 일반인들이 쓸 수 있는 육상 트랙을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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