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릇 고약" "밉상"… 주호민 아들 학대사건 녹음파일 법정서 공개

"버릇 고약" "밉상"… 주호민 아들 학대사건 녹음파일 법정서 공개

입력
2023.11.27 19:52
수정
2023.11.2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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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정서적 학대" 변호인 "혼잣말 등" 반박
재판장 "부모는 속상, 훈육 취지로" 판단 보류
통비법 위반 논란… 증거 채택 여부는 미지수

수원지법원청사 전경. 법원 제공

웹툰 작가 주호민씨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의 녹음파일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27일 수원지방법원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 심리로 열린 A씨의 아동학대 혐의 4차 공판에서다. 이날 재생된 건 전체 4시간 중 주호민씨 아들 주군이 A씨에게 수업 받을 때부터 귀가하기 전까지 약 2시간 30분 분량이다.

녹음파일에는 A씨가 발달 장애인인 주군에게 정서적 학대를 한 정황이 담겼다. A씨는 수업 중 주군이 책에 적힌 대로 “버릇이 고약하다”라고 읽자, “너야 너, 버릇이 고약하다, 널 얘기하는 거야”라며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했다.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 거야”라고 한 말도 담겼다. A씨는 또 “친구들한테 가고 싶어?”라는 질문에 주군이 “네”라고 답하자 “못 간다고. (책) 읽으라고”라고 했다. 파일 재생 과정에선 “쥐XX”란 표현도 나왔는데, 검찰은 정확히 어떤 단어인지 가려내기 위해 전문 업체에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A씨의 이같은 발언이 주군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반면, A씨 변호인은 학대 의도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문제 삼은 “밉상” 등의 발언은 혼잣말이며,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고 한 건 피해 아동이 과거에 바지를 내린 행동을 예로 들며 얘기한 거라는 주장이다. 변호인은 A씨가 “너 싫어”라고 말한 상황도 연음 이어읽기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한 발언으로 주군을 향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유명 웹툰 작가 주호민씨. 주호민씨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재판부는 녹음파일에 대한 판단을 보류했다. 곽 판사는 “부모 입장에서 속상할 만한 표현이 있긴 한 것 같다”면서도 “피고인이 악한 감정을 갖고 그런 표현을 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훈육하는 과정에서 발언한 취지로 알겠다”고 했다.

이날 재생된 녹음파일이 실제 증거로 채택될 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이 파일은 주씨 측이 아들 가방에 몰래 넣어 확보한 만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법은 본인이 당사자로 참여하지 않은 대화라면 녹음할 수도, 증거로 사용할 수도 없다고 규정한다. 이날 녹음파일을 튼 것도 9월 3차 공판에서 “학대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 전체를 틀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곽 판사 의견에 따른 것이다. 곽 판사는 “증거인정 여부는 판결을 통해 최종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A씨의 다음 기일은 내달 18일이다. 내달 공판에선 A씨의 발언을 아동학대로 판단한 지자체 공무원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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