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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건강한 성(性), 약물 아닌 건전한 생활에 정답 있다

입력
2023.12.04 04:30
25면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 성취도 크지만, 한국의 중년은 격변에 휩쓸려 유달리 힘들다. 이 시대 중년의 고민을 진단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해법들을 전문가 연재 기고로 모색한다.

건강 : <5> 중년 남성의 성(性)


중년 남성의 최대 고민 성기능
주요 원인은 호르몬과 혈행 장애
몸이 보내는 시그널도 잘 살펴야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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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을 관통하는 남성의 욕망 중 대표적인 게 '보신'이다. 중국 명대에 한방 약물학을 집대성한 '본초강목'은 이렇게 기록한다. “해구신은 조선 바다에 사는 개의 성기다. 그것이 배꼽에 부착된 채로 채취되기 때문에 올눌제라고 한다.”

'세종실록'에 강원 지역 약재로 해구신이 기록된 것을 보면, 강원 앞바다에 물개가 많이 살았던 모양이다. 광해군 7년에는 명나라 사신이 물개의 배꼽을 구한다는 서신을 가지고 왔다. 광해군은 “물개의 배꼽을 잘 가려서 보내줘서, 나중에 다시 보내는 폐단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인조 3년 6월에도 명나라 사신은 해구신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심지어 “급히 강원도와 함경도 등의 감사에게 명령해 각각 26개씩 밤낮을 가리지 말고 처소에 보내 달라”고 채근한다. 명나라 사신은 귀국 중에도 해구신을 가짜라고 퇴짜를 놓으면서 더 요구해 조선 조정을 괴롭혔다.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도 해구신을 요구했다.

20세기 이후엔 녹용이 주목받았다. 이것도 역사적 배경이 있다. 조선 왕위는 후기로 갈수록 적자 승계가 드물어지면서 대를 잇기에 급급했다. 헌종과 철종은 녹용이 처방된 약재를 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만큼 녹용의 보양 효과에 대한 조선인의 기대는 컸다.

많은 동물 뿔 가운데 뿔 속에 혈액이 존재하는 것은 녹용밖에 없다. 사슴뿔은 머리뼈와 연결돼 있으며 뿔은 차갑지만 안에 흐르는 피는 뜨겁다. 차가운 뼈를 뜨거운 피가 밀고 올라가 튀어나온 형상, 그 자체만으로도 강한 양(陽)의 힘을 보여준다. 또 피를 만드는 조혈 기능도 뛰어나다. 전통 한의학에서 녹용을 '졸아들고 위축된 것을 왕성하고 힘차게 변화시키는 약재'로 본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녹용이 남성의 고환에서 일어나는 대사를 활발하게 한다는 현대 과학의 결과도 뒷받침되니 아예 근거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식재료 가운데는 부추가 있다. 북송의 마지막 황제 휘종은 원기가 부족해 여색에 흥미가 없고, 그림 그리기에만 정신이 팔려 슬하에 자식이 몇 없었다. 이를 걱정하던 환관이 자녀를 많이 둔 농부로부터 ‘다산의 비법’을 들었는데, 바로 부추였다. 황제가 부추를 먹기 시작한 뒤 자식이 불어났다고 한다. 부추는 양기(陽氣)를 일으킨다고 해서 ‘기양초(起陽草)’로도 불린다. ‘첫 부추는 사위도 주지 않는다’, ‘부추는 절간 앞마당에 심지 않는다’ 같은 속설이 나온 이유도 바로 부추가 가진 강력한 양기 때문이다. ‘부추를 먹고 부부관계를 맺으면 초가삼간이 무너진다’고 해서 ‘파옥초(破屋草)’라고도 한다.

발기부전 원인.

발기부전 원인.

중년 남성을 곤란하게 하는 문제의 두 가지 원인은 바로 남성호르몬과 혈행 장애다. 먼저 남성 호르몬, 즉 테스토스테론이 남성성이나 성생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나이가 들수록 분비량도 줄어든다. 하지만 발기부전이 남성호르몬 부족과 곧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발기부전의 가장 흔한 이유는 음경 주변 혈행 장애다. 발기는 음경 내 ‘해면체’ 조직에 혈액이 몰려 단단해진 상태를 말한다. 혈액순환이 불균형해지면 음경 내 해면체 혈류 공급에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흡연과 음주는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음경 혈관이 수축하고 음경으로 향하는 혈류가 줄어든다. 결과는 빤하다. 실제로 안태영 등의 연구 결과를 보면 기질적 발기부전 환자 가운데 당뇨환자 유병률이 46.9%, 고혈압 환자 유병률은 49.1%, 심장병 환자 유병률은 59.1%다. 흡연자는 36.3%, 음주자는 29%, 우울증 환자 유병률은 46.3%였다. 당뇨, 고혈압, 심장병 등이 혈행 장애를 유발해 발기부전이 온 것이지 특별한 이상 요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

연도별 요양급여.

연도별 요양급여.

기능성 발기부전 연도별 요양급여 비용 총액 추이도 진실을 보여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20년까지 96억 원으로 팽창하던 기능성 발기부전 처방 추이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줄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술자리가 준 사실과 상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한의학에서는 발기부전을 양위(陽痿)라고 한다. 이럴 땐 소모된 정(精)을 보충해야 한다는 게 한의학의 접근이다. 이때 정은 정자가 들어 있는 정액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생명 에너지의 근원, 건강 그 자체를 뜻한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임신을 목적으로 한 경우를 제외한 성관계는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어기면 정신 활동이 둔해지고, 면역력이 떨어지며, 발기부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도가의 양생법(養生法)에서 노화를 방지하고자 성행위를 자제시킨 것도 바로 이 ‘정’을 보존하기 위함이었다.

한의학적 치료법에는 소모한 정을 보충하는 보정(補精)과 지나친 성생활로 손상된 음경의 간근(肝筋) 치료 등이 있다. 또 칠정(七情)이라 불리는 기쁨(喜), 분노(怒), 슬픔(悲), 우울(憂), 고민(思), 놀람(驚), 공포(恐) 중 기쁨을 제외한 감정은 발기력을 감퇴시키므로 감정적 평온을 유지하는 양생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본다.

좋은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았지만, 결국 앞에서 한 이야기로 돌아가게 된다. 평소 △심신의 균형을 유지하고 △음주ㆍ흡연에 의지하지 않고 △일시적 쾌락과 거리를 두고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 자연스럽게 정, 즉 생명의 기운을 지켜서 발기부전은 물론 건강까지 지킬 수 있다는 얘기다.

남성호르몬의 분비는 30대에 정점에 이른 후 40대 이후부터 해마다 1% 이상씩 감소한다. 나이가 들면 고환에서 남성호르몬을 만드는 세포 수와 기능이 감소하고, 뇌에서 남성호르몬 분비를 자극하는 호르몬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중년 자신감을 유지하고 싶다면 몸이 보내는 시그널에 주목하면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상곤 한의학 박사ㆍ전 대구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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