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유치 결전의 날… '사우디 지지' 국가에도 구애 총력

입력
2023.11.28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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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산시, 재계 등 막판 유치 총력전
'우리 표 흔들릴까' 철통 보안 속 설득 전략

한덕수 국무총리가 26일 프랑스 파리 도착 직후 한식당에서 유치교섭 전략회의를 개최, 2030부산세계박람회 막판 총력전을 위한 유치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한덕수 국무총리가 26일 프랑스 파리 도착 직후 한식당에서 유치교섭 전략회의를 개최, 2030부산세계박람회 막판 총력전을 위한 유치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우리 표는 지키고, 사우디 표는 흔들기.'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투표를 하루 앞둔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정부와 재계, 부산시의 '3각 편대'는 분초를 다투며 유치에 총력을 다했다. 28일 국제박람회기구(BIE) 182개 회원국 투표 직전까지 우리 표는 사수하고, 경쟁국 사우디아라비아를 지지하는 국가를 상대로 틈새를 파고들며 치열한 살얼음판 승부를 벌였다.

한덕수 총리는 전날 저녁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막판 작전회의를 주재했다. 한 총리를 비롯해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오영주 외교부 2차관, 박형준 부산시장은 물론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삼성, LG, 롯데, 포스코 등 주요 그룹 핵심 인사들도 파리에서 역할을 분담해 유치교섭에 나섰다.

한 총리는 BIE 회원국 대표들과 오찬 세미나와 환영 행사(리셉션)로 대면 접촉을 이어가며 부산엑스포 개최 역량과 비전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방 장관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은 투표 향방을 가를 핵심 국가를 대상으로 표밭을 다졌다. 재계는 그간 유치교섭 과정에서 파악한 상대국과 경제협력 수요를 토대로 부산엑스포를 통해 한국과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부산시 범시민유치위원회는 노트르담 성당, 루브르 박물관 등을 찾아 관광객 대상 한복체험, 청사초롱 불 밝히기 등 행사를 열어 한국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정부의 승부수는 한국을 지지하는 국가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공고히 단속하고, 사우디를 지지하는 나라 가운데 한국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는 국가는 끝까지 설득하는 것이다. 표심을 우리에게 돌릴 수 있는 소수의 국가를 집중 공략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접촉 국가 수와 국가명을 공개하지 않고 극도의 보안을 유지했다. 자칫 사우디에 정보가 유출돼 역공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사우디 측에서 한국 지지 국가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 해당 국가를 강하게 압박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박성근 총리 비서실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우리가 출국하는 과정에서도 한 나라가 흔들렸다는 정보가 있었다"고 전했다.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통령실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격려 메시지를 전했다. 이도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과 대통령실, 정부는 그동안 부산엑스포 유치에 최선을 다해 왔고 남은 하루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업과 각종 사회단체, 그리고 여야를 초월해 국회와 정치권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김진표 국회의장과 야당 의원이 주축이 된 국회 부산유치지원특별위원회도 계속 노력을 함께해 왔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유치전 과정 자체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했다. 이 대변인은 "파리에서 만난 한 유럽 국가 외교관은 '부산은 엑스포 유치와는 별개로 이미 큰 성공을 거뒀다'고 했다"면서 외부의 평가를 전했다. '유치교섭 과정에서 부산은 국제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와 국제 연대를 상징하는 도시가 됐고, 세계적 미래와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매김된 것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엑스포 유치 도시는 한국 부산, 이탈리아 로마, 사우디 리야드 순으로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한 뒤 BIE 회원국 전체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 득표 도시가 나오면 해당 도시로 개최지가 확정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1·2위 결선 투표로 최종 승자를 정한다. 한국 시간으로 29일 0시가 넘어 판가름 날 전망이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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