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나는 솔로'에 쓴소리 나오는 이유

입력
2023.12.03 11:34

제작진, 16기 등 출연자 폭로전·법적 다툼에 도의적 책임 없나
출연자 극단적 선택으로 폐지된 '짝', 반면교사 삼아야

'나는 솔로'를 연출한 남규홍 PD. SBS Plus, ENA 제공

'나는 솔로'를 연출한 남규홍 PD. SBS Plus, ENA 제공

아무리 극 사실주의를 기반으로 한 리얼리티 예능이라고 해도, 이건 도를 넘었다. 방송 중에는 비연예인 출연자들의 행동을 둘러싼 각종 비난과 논란이 쏟아지고 방송이 끝난 후에는 출연진들끼리 연일 폭로와 비방을 거듭하며 논란을 빚고 있음에도 제작진은 "제작진 입장에서는 고맙다"라며 그저 높은 화제성과 시청률에 만족하는 모양새다. 방송 이후 일반인 출연자들로 인해 불거진 일련의 사태 속, '리얼리티'라는 방패 뒤에 숨어 방관자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제작진에게서 큰 책임감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는 '나는 솔로'를 연출하고 있는 남규홍 PD의 인터뷰 영상이 공개됐다. 해당 영상에서 남 PD는 최근 화제를 모았던 16기 방송에 대해 "저희가 유도한 건 아니지만 제작진 입장에서는 가장 화제가 많이 돼서 고마워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16기 방송분은 출연자들의 행동을 둘러싼 논란 속 큰 화제를 모으며 프로그램 자체 최고 시청률을 연달아 경신한 바 있다. 당시 출연진들이 매 방송 다양한 이슈로 화제의 중심에 서면서 한동안은 ''나는 솔로'를 보지 않으면 대화가 안 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제작진이 해당 기수의 화제성에 고마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향한 높은 관심과 인기가 비연예인 출연자들의 부정적 이슈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를 두고 "고맙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방송 중 출연진들이 보인 행동, 언행을 두고 쏟아진 비판 여론이 상당했던 데다 방송 이후에는 출연자들끼리 폭로와 감정 싸움을 거듭하며 부정적 이슈를 몰고 있는 상황에 제작진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물론 제작진에게도 빠져나갈 구멍(?)은 있다. 방송 중 출연자들이 보인 행동은 '사랑을 찾기 위해 자진해서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며, 제작진은 극사실주의 예능이라는 프로그램의 성격에 맞게 인위적 개입 없이 전달했을 뿐이라고 반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 PD 역시 여러차례 '나는 솔로'의 리얼리티를 강조해왔던 바다. 이는 비연예인 출연자들이 프로그램에서 보인 행동과 언행을 향한 각종 비판 여론에서 제작진이 빠져나갈 수 있는 가장 큰 방패막이다.

방송 이후 불거진 개인간의 이슈에는 더욱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기가 용이하다. 이미 방송이 끝난 상황에서, 성인인 출연자들 사이에서 불거진 문제에 제작진이 일일이 개입하고 이를 중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면 그만인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연예인 출연자가 출연 중인 상황은 물론, 방송 이후 이들이 무분별한 논란을 빚으며 비방의 중심에 놓일 때에도 제작진으로서 일련의 책임감은 요구된다. 개인 간의 폭로와 감정 싸움이 논란의 핵심이긴 하나, 애당초 이들이 미디어에 노출 될 기회를 만든 것은 제작진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남 PD는 "(출연진에게) 악플러는 적극적이고 소수이고, 선플러는 소극적이고 다수이니 담대하게 견디라는 말밖에 할 수 없어 안타깝다"라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제작진에게는 응당 출연진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해당 기수의 방송이 끝난 상황에서는 매번 적극적인 개입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더라도 도의적인 책임 의식을 갖는 태도가 필요하다.

출연자들의 이슈로 '나는 솔로'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기에 지금 프로그램의 상황은 여느 때보다 위태로워 보인다. 어떤 부분에서는 남 PD의 과거 연출작인 '짝' 사태가 떠오르기도 한다. 과거 '짝' 역시 '나는 솔로'처럼 큰 화제를 모았지만, 촬영 중 출연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폐지 수순을 밟은 바 있다. 해당 사건은 제작진에게 법적 책임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으나, 이 출연자가 촬영 과정에서 심리적 압박이나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당시 SBS는 "앞으로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지금처럼 '나는 솔로'가 비연예인 출연자들에 대한 과도한 관심, 악의적 비방이나 추측성 루머 등에 제3자의 입장을 고수하고, 모든 상황의 책임이 출연자들에게 오롯이 돌아가는 상황이 된다면 '짝'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처럼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피로감에 지친 시청자들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끊이지 않는 출연자들의 부정적 이슈와 논란에 많은 시청자들이 피로함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작진은 '화제성과 시청률만 높으면 땡큐'라는 식의 태도가 아닌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남 PD는 최근 "언젠가 16기의 인기와 기록 역시 또 깨질 것을 확신한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부디 미래의 신기록은 출연자들의 부정적 이슈와 이를 '화제 요소'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제작진의 컬래버로 세워지지 않길 바란다.

홍혜민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