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교체하고, 줄 세우고…' 도 넘은 전남광역의원 갑질 논란

입력
2023.11.27 19:10
수정
2023.11.28 15:03
구독

'면장들의 무덤'된 지자체
도의원 개입이 원인 소문 파다
이해관계 충돌 의혹 질의 반복에
전남도청 공무원들 피로감 호소
식사시간 줄 세우기 논란도


전남도의회 전경

전남도의회 전경


전남광역의원들의 갑질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신의 민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직자를 전보이동시키거나, 도정질의에서 당사자의 이해관계 충돌 의혹이 있는 질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의혹을 받은 의원들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지역정가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27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전남 한 지차체는 지난 7월 임기 1년여 만에 A 면장을 이례적으로 교체했다. A 면장은 정기인사때 함께 발령받은 면장(5급)들 가운데 유일하게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자체의 경우, 보통 2~3년 간 임기를 갖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논란이 된 지역 면장은 벌써 4번째 1년 단위로 교체되고 있다. 지난 2020년 1월 2일 발령된 B 면장은 임기 1년 만인 2021년 1월 교체됐고, 이어 임명된 C 면장도 임기 8개월 만인 2021년 8월 9일 교체됐다. D 면장은 11개월, A 면장도 1년 만에 교체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민들 사이에선 '면장들의 무덤'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지역의 잦은 면장 교체를 두고 지역민들은 '도의원의 석연찮은 인사 개입'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건설사업과 관련된 지방의원의 지역구 민원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것과 해당 도의원과 불편한 주민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이 원인"이라며 "전임 면장의 경우 지역 도의원이 군수에게 직접 건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E 도의원은 면장과 주민 간 갈등을 군수에게 건의한 사실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주민들의 의견을 전달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E 의원은 "면장의 교체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지역 동향을 군수에게 알린 것"이라며 "전임 면장이 지역민들과 유대 관계를 제대로 갖지 못했다는 지역민들의 여론이 있어 이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전남도의회 의원들의 이해충돌 논란도 반복되고 있다. F 의원은 지난 4월 제370회 임시회의 도정질문 당시 전남도교육청의 관급자재 특정업체 편중된 의혹에 대해 40분 넘게 집중 질타했다. 그러나 F 의원이 이날 질의 배경으로 꼽은 일명 암막 스크린 구매 비리 사건은 2020년에 벌어진 사건인 데다 전남도교육청은 자신의 소관 상임위도 아니어서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한 동료의원은 "자신의 소관 상임위도 아닌 3년 전 사건을 이유로 관급 공사 문제를 집중 질의하는 것을 보고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특히 B의원의 친인척도 도교육청 인근에서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B의원은 "소관 상임위와 관련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알기 어려워 도정 질문 때 집중 질의했다"며 "이해관계와 아무 관련 없는 사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질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도청 근처의 식당에서의 꼴불견도 지적됐다. 실제로 이달 초 도의회 상임위 식사자리가 예약된 남악 모 식당에서 진풍경이 펼쳐졌다. 당초 식사 시간 30분 전에 공무원 4명이 먼저 와서 자리와 수저, 앞치마 등을 정돈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한 도민은 "식당에서 해야 할 일들을 공무원들이 하고 있어서, 정부 부처 장관이나 높은 분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전남도의원들이었다"면서 "도민의 심부름꾼이 되겠다는 지방의원들이 밖에서도 이렇게 대접을 받은 줄 몰랐다"고 지적했다.

한 전남도청 간부 공무원은 "지방의원들이 지역구 또는 자신들의 민원을 공익활동이라는 미명 아래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연초 업무보고 때 충분히 설명한 내용을 연말까지 반복하거나 장시간 대기토록 하는 것은 공무원들 입장에선 갑질을 한다고밖에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영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